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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Blu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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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36g | 127*188*17mm
ISBN13 9791160274486
ISBN10 116027448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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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똑같은 하루였죠. 이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언제든 어제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 어제는 조금 전이지만 내일은 영원히 손을 뻗칠 수 없는 저편에 있다.

떠나지 않겠노라던
당신은 지금 여기 없네
영원히, 이를 수 없는
언제나, 지나쳐버리는
여기에, 나는
살아가고 있네

그 문 건너편에 피렌체의 거리가 펼쳐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르노 강, 조반나의 공방, 베키오 다리, 시뇨리아 광장, 우피치 미술관, 그리고 두오모. 다시 가슴속에서 과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옮길 수 없었다. 눈을 감았다. 거기에 십 대의 아오이가 서 있었다. 혼자서 어두운 거리를 걸어가는 아오이의 모습이었다. 나는 상상 속의 그 모습을 향해 소리 높여 이름을 부르고 싶었다. 가냘픈 어깨를 아래로 축 늘어뜨린, 지금이라도 쓰러져버릴 듯한 고독한 그녀의 모습을 향해.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처럼, 아오이를 잊겠다고 결의했다. 오늘날까지, 내 가슴속의 아오이는 집요하게 일상 속을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독감을 한 고비 넘긴 것처럼 모든 것이 가벼워졌다. 아니, 그것은 가벼움이 아니라, 오히려 무거움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너무 무거워서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복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복원시켜야 좋을지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찢어진 그림을 어떻게 복원시켜야 할까. 바니스를 칠해야 할까, 판화의 뒷면을 조사해야 할까, 아니면 벌레 구멍을 막아야 할까, 먼저 액자를 바꿔야 할까, 아니면 접착을 다시 해야 할까…….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격심한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올 뿐이었다. 나는 일어섰다. 언제까지 여기 누워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하면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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