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갓난아이를 키울 때를 생각해보세요. 갓난아이들은 밥 먹는 시간, 낮잠 시간, 밤에 자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부모들이 최대한 그 루틴을 따르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은 사람에게 일상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그런 규칙적인 생활에서 점점 벗어나요. 정해진 시간에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잊는 거죠. 그렇게 되면 일상이 흔들려요. 우리는 가장 기초로 다시 돌아가야 해요.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씻고, 자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별거 없어 보이지만 일상을 되찾는 가장 첫 번째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 p.27, 「1장, 심리상담가 에린과의 첫 번째 만남」중에서
“혹시 ‘근본적 수용’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힘든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예요. 자신의 통제 밖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거죠. 그럼으로써 고통이 줄어들 수 있거든요.”
“받아들이라고요? 지금 이 황당한 상황에서 뭘 받아들여요? 이해가 선행돼야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요?”
“현재 발생한 일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라는 뜻이에요. 받아들이라는 말이 ‘지금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도 괜찮다’라든지, ‘이런 일을 당해도 마땅해’라고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힘들지 않아야 한다는 뜻도 아니고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수록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어요. 내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을 그대로 인정할 때, 마음이 덜 고통스러워요. 힘든 상황을 겪고 감정적으로 슬프고 화가 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에요. 그렇지만 마음이 고통스러운 것은 다른 얘기예요. 그 상황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슬픔이 고통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거든요.”
--- p.85, 「3장, 심리상담가 에린과의 세 번째 만남」중에서
지금의 나는 여름 한철 대차게 울고 바닥에 떨어진 매미 같다. 에린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라고 했을 때, 이건 또 어떻게 찾나, 막막했다. 에린은 그런 나의 안색을 살피고 말해준 것이다. 활기찬 분위기의 카페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아메리카노에 치즈케이크 먹는 것 좋아하지 않느냐고. 그럼 그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미술관에 가는 것, 맛있는 브런치를 먹는 것, 금요일 저녁에 영화 한 편 보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맞아, 이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지, 이런 사소한 것들도 ‘좋아한다’는 범주에 속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소소한 행복들이 내게도 존재하고 내 일상을 이뤄주고 있단 걸 너무 잊고 있었다. 대단한 엔도르핀이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작은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 내게도 있다. 바로 그 주말,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 블루베리 치즈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예쁜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나를 열심히 먹이며 애써 인지했다. 현재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이것은 곧 나를 사랑해주는 일이며, 그럼으로써 자기애를 높이고 있는 중이라고.
--- p.195, 「5장, 좋아하는 활동하기 실천 후기」중에서
스스로를 칭찬해주는 것 또한 자기애를 높이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신나게 자기비판하던 사람이 무턱대고 칭찬하려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문장을 뒤집는 것으로 시작해보았다. 예를 들어 ‘아랫배가 많이 나온 항아리 같네’라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큰 항아리는아니고 작은 항아리 같네’, ‘항아리 중에 제일 예쁜 항아리네’ 라고 속으로 칭찬을 해줬다. ‘다른 사람은 발로 해도 이것보다는 잘하겠네’라는 생각이 들면, ‘작년의 나보다 늘었네. 장하다’라고 생각해줬다.
꼭 반대되는 것이 아니어도 잘 찾아보면 스스로를 칭찬해줄 수 있는 것은 매우 많다. 내가 한창 무기력하고 우울했을 때는 ‘오늘도 굶지 않고 저녁 챙겨 먹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서 칭찬을 해줬다. ‘오늘도 일 때려치우지 않고 출근 잘했다’, ‘하루 안전하게 잘 보냈다’, ‘운동 너무 하기 싫었지만 20분 동안이나 했다’, ‘미루지 않고 빨래를 했다’ 등이 나의 칭찬거리들이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어화둥둥 잘했다 칭찬해주자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칭찬을 티스푼으로 떠먹이다가, 밥숟가락으로 떠먹이다가, 국자로 떠먹이다가, 국그릇채로 떠먹이니, 자신감과 자기애로 마음이 배불렀다.
--- p.202~203, 「5장, 자신에게 친절하기 실천 후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