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극이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것은 원래 극의 주조가 인간의 정서에 호소해 감흥을 잘 일으키는 감상적인 내용인 데다, 식민지 상황에서 자신의 뜻이나 욕망에 반해 현실적 선택을 강요받은 민중의 아픈 정서가 적잖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가정 비극이나 애정 비극이 인기를 누리며 1940년대까지 연극, 극영화, 장편소설, 희곡 등의 주조를 이뤘다. 현대극에서도 통속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감정에 호소하는 가정 비극을 신파조라 칭한다. 신파극은 도입 초기에 소시 시바이나 쇼세이 시바이, 신연극, 신극 등으로 불리다가 구파극인 일본의 가부키에 대응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신파극의 효시는 임성구가 이끈 극단 ‘혁신단’이 1911년 일본의 [뱀의 집념]을 번안해 공연한 [불효천벌]이다.
--- p.99, 「2장|일제강점기: 을사늑약부터 해방까지」중에서
대중음악계에서는 외형적으로도 새로운 스타일이 시도되었다. 선구적인 걸그룹 저고리시스터즈(1941년 데뷔)와 김시스터즈(1953년 데뷔)에 이어 본격적으로 여성 듀엣(2인조)과 트리오(3인조)가 생겼고 미니스커트를 입는 가수도 처음 나타났다. 감동과 팬덤의 단계를 넘어 격한 응원을 선보이는 ‘오빠부대’의 원형도 만들어졌다. 여성 듀엣 ‘은방울자매’, 여성 트리오 ‘펄 시스터즈’가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런 시도는 1970년대에도 이어져 ‘희자매’, ‘토끼자매(바니걸스)’ 등 그룹형 가수들이 속속 나타났다. 가수 윤복희는 1967년 1월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미니스커트를 몰래 들여와 추후 선보임으로써 전국적 유행의 계기를 마련했다. 청춘의 아이콘으로 불린 영국 가수 클리프 리처드는 광적 팬덤과 오빠부대 형성의 계기가 되었다.
--- p.166, 「4장|1960~1970년대: 윤보선?장면 정부부터 박정희 서거까지」중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랩과 힙합 댄스를 가미한 파격적인 댄스음악으로 기존 음악 시장에 새롭게 도전해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1992년 3월 14일 MBC TV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난 알아요」라는 노래로 데뷔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음악과 안무 스타일이 생소하여 대중음악 전문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거의 모든 청소년이 흠모하고 추종할 정도로 인기가 치솟으며 ‘서태지 신드롬’을 일으켰다. 급기야 이들은 ‘신세대 대통령’ 또는 ‘문화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우상이 되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5년 10월 컴백 무대에서 4집 앨범 ‘컴백홈’을 발표했는데, 많은 가출 청소년이 이 노래를 듣고 감화되어 노랫말처럼 집으로 돌아갔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 p.229, 「6장|1990년대: 민자당 합당부터 김대중 정부 중기까지」중에서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2021년 11월 “한국이 자동차와 스마트폰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데 이어 ‘BTS’에서 [오징어 게임]까지 문화콘텐츠로 전 세계를 강타하며 ‘문화계의 거물’이 되었다”면서 문화 콘텐츠 강국이 된 배경을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한국이 전쟁, 독재, 민주화, 급속한 경제 성장 등을 거치는 동안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이 예리한 감각을 키워왔고, 수년간 미국 할리우드나 다른 엔터테인먼트 중심지에 대해 공부하고 기술을 도입해 한국만의 감성을 더했다”라고 분석했다.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처럼 지리적·문화적 경계를 허무는 스트리밍 서비스나 기존 방송사와 차별화되는 독립 스튜디오의 성장, 제도적 지원 등도 한국이 문화콘텐츠 수출국으로 변모하게 된 배경이라고 이 기사는 진단했다.
--- p.290, 「7장|2000년대 이후: 김대중 정부 후반에서 윤석열 정부 중반까지」중에서
이런 흐름에 비춰 1990년대 후반을 장식한 H.O.T, 젝스키스, 신화, god, S.E.S, 베이비복스, 핑클 등을 △제1세대 아이돌, 이후 2000년대 초반을 이끈 동방신기, 샤크라, 주얼리, 슈퍼주니어, 빅뱅,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2PM, 샤이니, 2NE1, f(x), 미쓰에이 등을 △제2세대 아이돌, 2010년부터 새로운 바람을 이끈 씨스타, AOA, 걸스데이, 에이핑크, 마마무, 여자친구, 트와이스, 엑소,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엔시티, 블랙핑크, 여자아이들, 브레이브걸스와 같은 그룹을 △제3세대 아이돌, 2020년부터 케이팝 전성시대를 맞아 새로운 감성과 가상 세계 기술 등을 도입해 BTS·블랙핑크의 영광을 꿈꾸는 잇지,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더보이즈,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트레저, 올아워즈 등을 △제4세대 아이돌로 구분하기도 한다.
--- p.302, 「7장|2000년대 이후: 김대중 정부 후반에서 윤석열 정부 중반까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