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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찻상 (큰글자도서)

돌봄의 찻상 (큰글자도서)

: 차의 템포로 자신의 마음과 천천히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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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163*260*20mm
ISBN13 9791157063437
ISBN10 115706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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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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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높은 집세와 교통비로 정평난 도시지만 실상 식품 가격은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이었던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슈퍼마켓에 가면 과자 코너에 크게 자리 잡고 있던 영국 국민과자 다이제스티브는 당시 가격으로 65펜스(약 900원)면 내 팔뚝만큼 긴 사이즈로 살 수 있었다. 크래커 하나하나가 통통하며 내 손바닥보다 컸다. 통곡물이 그대로 씹히는 감칠맛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다이제스티브 다섯 조각과 영국식 밀크티는 때로는 나의 점심이자 간식이었다.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용 기숙사 부엌으로 내려가 요리를 하는 것이 귀찮기도 했거니와, 친구들이 방문하기라도 하면 영국의 어느 가정집 주인처럼 내 방 책상을 티테이블 삼아 전기포트 하나 놓고 나만의 밀크티를 만들어 대접하는, 홍차 레이디 흉내가 여간 재미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 p.32

오케스트라에서 나는 가장 어린 막내였다. 멤버들은 모두 다 나이 든 아저씨들이었으며 대부분이 전문 연주자들이었다. 그 틈에서 나는 선생님뻘 되는 그분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서 그냥 놀러다니듯이 일요일마다 찾아갔다. 음악 담당자는 아래층에서 연주자들에게 티테이블을 제공하니 예배가 끝나면 그냥 가지 말고 먹고 가라고 했다.
예배실을 빠져나와 계단을 내려가면 찻상이 놓인 차실이 있었다. 장식 하나 없이 넓다란 테이블만이 중앙에 자리해 볼품없이 그저 휑한 느낌이었다. 테이블 옆 커다란 온수통에서는 뜨거운 물이 끓었고 무늬 하나 없는 지루하게 생긴 찻잔들만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초라한 찻상이었다. 당연히 차는 잎차가 아닌 슈퍼마켓에서 파는 가장 저렴한 티백 차였다.
--- p.39

그녀가 방바닥 한편에 놓인 테이블보를 들어올리자 조금 전 내가 들렀던 마리아쥬프레르 차점의 가향 녹차와 학생이 가질 법한 다구들, 마들렌과 비스킷 등이 그득하게 담긴 바구니가 놓인 공간이 드러났다. 테이블보는 네모진 퀼트 보자기로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것이었다. 여기서 생활한 해만큼 온갖 잡동사니로 그득 채워진 방의 한가운데에서 그녀는 차를 우려주었다.
좌식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서양식 문화에 익숙해지기가 상당히 어렵다. 유학했을 때 주변 한국인 친구들은 거처할 곳을 얻으면 맨발로 생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닥을 대대적으로 청소했다. 그녀도 방바닥에 차려진 찻상 앞에 철퍼덕 앉아 물을 끓이며 다구를 배치하고 찻잎을 정량할 준비를 했다. 나도 그녀처럼 철퍼덕 앉아서 차가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 p.57

훗날 내가 파리 생활에 좀 더 적응했을 무렵, 파리에 도착해 기숙사를 찾아다니다 들른 이 ‘개미다방’(원래 이름은 ‘개미의 날개(La Fourmi Ailee)’인데 흔히 개미다방으로 불리곤 한다)이 좌안의 라틴 거리에서 꽤나 오래된 살롱드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다방은 원래 서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서적들이 벽면을 따라 빼곡하게 꽂혀 있다.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유지해 본래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려는 것이다. 전문 차실임에도 프랑스식 식사 메뉴가 있었는데, 교육 기관과 서점이 즐비한 라틴 거리에 있는 가게답게 가격 역시 학생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 pp.62-63

선생님은 자라면서 할머니가 차리는 애프터눈티를 보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일상문화로 몸에 익혔다고 한다. 옛날 영국 가정의 찻상 앞에서는 어떠한 깍듯한 예절과 놀이가 존재했는지도 들려주셨다. 그러나 진부한 과거 스타일보다는 요즘처럼 각자의 자유로운 문화가 오히려 돋보이는 찻상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나는 상대의 문화를 배려하려는 그녀의 수업 방식이 사랑스러워서 이날의 애프터눈티 수업이 마냥 좋았는지도 모른다.
이후 뉴욕에 돌아온 나는 주야장천 스콘과 쇼트브레드를 구우며 수없이 찻상을 차려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그리도 이국적이고 어렵게 생각되었던 샌드위치는 이제 식상한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평범한 티푸드를 대신할 수 있는 메뉴들을 찾아다니는 취미까지 생겼다.
--- pp.93-94

앞서 적었듯이 먹고 마시는 일에는 참으로 진심인 사람이기에 일인용 가마솥까지 사서 지었다. 비릴까 봐 걱정하였던 것이 무색할 만큼 밥알까지 스며든 그 달고 고소한 굴향이 어찌나 향긋하고 맛 또한 훌륭하던지. 따뜻한 녹차와 함께 음미하자 진수성찬이 필요 없을 만큼 황홀했다. 나는 그날 저녁과 다음 날 점심 내내 굴밥을 지어 먹었다.
갓 지어낸 영양가 높고 고소한 굴밥은, 수산물 요리와 최고의 궁합을 선보이는 가벼운 바디감과 담백함을 지닌 녹차와 잘 어울린다. 산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녹차 특유의 산뜻함이 굴의 달큼하고 담백한 풍미를 올려준다. 녹차를 75도 정도의 수온으로 2분간 연하게 우려내어 맛있는 겨울 굴밥상에 곁들여보자. 꽤 괜찮은 행복의 맛일 것이다.
--- pp.138-139

녹차는 6대 다류 중에서도 찻잎이 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히려 다소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치는 차다. 가공 과정은 찻잎을 말리거나 덖는 등 범주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공정이 완전히 다른 목표를 향해 진행되는 듯하지만 사실 모두가 하나의 차를 생산해내는 과정일 뿐이다.
결국 그 모든 프로세스를 거친 후에 완성된 차는 흡사 인간의 생과 닮았다. 내가 그토록 고급스러운 여름 휴가를 즐길 수 있던 시절은 차를 생산해내는 공정과 마찬가지로 내 인생의 어느 한 공정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 다른 주어진 황금빛 시간 안에서 다른 공정을 거치며 내 눈앞에 놓인 찰나의 순간에 집중한다. 그렇게 나의 삶은 완성될 것이다.
--- p.144

타들어가는 목을 축이려고 몇 모금 들이켜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토록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마셔본 적이 또 있을까. 시럽이 아닌 진짜 레몬 농축액에 유럽산 탄산수를 섞어 만든 에이드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맛있었다. 청량감은 물론, 잘 익은 레몬에서 우러나온 진한 신맛과 텁텁하지 않은 단맛이 환상적이었다.
소렌토의 뜨거운 태양 빛과 목덜미의 땀을 식혀주는 가녀린 바람, 시야에 들어오는 낯선 풍경이 하나로 녹아들어 이루 말할 수 없는 황홀경을 안겨주었다. 오늘 하루에서 결코 기대하지 않은 엄청난 행운을 맞닥뜨린 듯한, 힘이 쭉 빠지는 묘한 기분이었다. 한 모금의 레모네이드로 온 신경이 열리며 느닷없는 행복감이 불어닥쳤다.

잠시 그렇게 시야를 가득 메우는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레모네이드를 음미한 뒤 카페를 나왔다. 광장에 다다라 절벽 아래의 푸른 바다와 그 너머의 나폴리를 머릿속에 한참 동안 담아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스치는 시골 마을의 바람 냄새와 지중해의 뜨거운 공기.
--- pp.152-153

찻상 위에는 다섯 종류의 보이차가 있었다. 벗은 그중 가장 여린 차부터 우려 내 잔에 채워줬다. 나는 한 모금 입에 적시자마자 널브러져 있던 몸을 곧추세웠다. 바로 정신을 집중할 만큼 과히 압도적이었던 이 보이차의 이름은 천 년을 산 고차수에서 채엽하여 20년간 숙성한 이무정산이라고 했다. 그간 말로만 들어봤지 처음 마셔본 이무정산의 맛과 향은 피로 때문에 날카로워져 있던 나의 신경을 순식간에 맑아지게 만들었다. 연달아 두 잔 우려 마신 뒤 은제 자사호의 뚜껑을 열어 축축이 젖은 찻잎 향을 코끝으로 들이켰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경쾌하고 명랑한 향이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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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함께하는 시간이 마치 마법처럼 서로 매우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나는 향긋한 차를 마시며 저자와 함께 런던, 파리, 뉴욕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책은 각자의 서툰 인생 속 작은 여정들을 찻잔 안에 펼쳐놓고 돌봄의 소중함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독자들 또한 찻상이 삶에 선사하는 작은 행복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임승택 (차 브랜드 '브라운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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