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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238g | 124*188*13mm
ISBN13 9788932042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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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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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돌봄의 효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했던가. 동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과 돌봄이 절대적인 열쇠이며 고귀하고 강력한 해답이어야만 어린 동지가 겪은 심리적 불우가 설명되었으니까. ‘좋은 돌봄을 겪은 아이는 괴롭지 않다’라는 명제가 참이어야만 그 대우인 ‘괴로운 아이는 좋은 돌봄을 경험하지 못했다’도 참이 될 터였다. 어린 동지는 너무나 괴로웠고 매일 밤 잠에 들며 내일 깨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기에, 괴로움의 원인을 반드시 어딘가에서 찾아내야 했다.
--- 「딸램들」중에서

비행기가 날았다. 와, 비행기 이렇게 낮게 나는 거 처음 봐! 민망해진 사람들이 괜히 하늘을 가리켰다. 정한도 시선을 들었다. 비행기는 빠르게 날아 정한이 한때 잘 알던 곳 쪽으로 사라졌다.
지긋지긋해, 하고 엄마가 말하던 곳.
“밥 먹으러 가요.”
정한이 말했다.
“시장에 먹을 데 많거든요.”
밥 먹으러 가잔 말을 한 이유는 단 하나. 아주 어렸던 때, 모든 게 서서히 침식되기 직전, 부모의 절망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낯선 시장에서 맛있게 먹었던 이사 날의 음식들, 그 기억 때문이었다.
--- 「모질의 역사」중에서

그때 나는 그냥 울지 않았다.
사랑해, 명규 씨.
주문을 외듯 말하면서 울었다.
내가 너무 사랑해서 옥황상제님이 다시 보내주었나 봐.
명규 씨는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겠으나 또 너무나 당연히, 명규 씨라면 응당 그랬을 그대로, 나를 거두었다. 하루에 열 번 분유를 먹였고 혹 죽진 않았나 150번 들여다보았다. 손을 벌벌 떨며 병원비를 지불하였으며 아주 견고하게 얼굴을 어깨에 딱 고정하고는 내 파란 눈을 마주하며 싱긋 웃었다.
--- 「바라보는 마음」중에서

져주는 게 이기는 겁니다. 염 사장이 그렇게 말했었지. 그게 비단 학부모와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이야긴 아닐 것이었다. 염 사장은 확실히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식과의 관계에서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상대가 패악을 부리는 이유는 시시비비를 따지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명확히 인지해달라는 것이다, 나를, 내 존재를…… 내가 중요한 개체임을 인정하고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 「돌 닮은 당신」중에서

보고 싶지 않아요. 내가 몰랐던 사정을 알게 되는 것도 싫고 혹시라도 내게 못 해준 것들을 되새기며 운다면 그것은 더욱 싫습니다. 애당초 정신을 차리고 살았으면 됐잖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거죠. 맘대로 싸질러놓고 그런 식으로 산 당신 잘못이야!라고요. 그런데 그건 내가 어려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어른이 되었는데도 헤아려주지 못하고 그렇게 화를 내면, 그건 내가, 내가 아주 모진 인간인 것이잖아요.
--- 「달리기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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