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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

: 주의 기울임, 알아차림, 어우러져 살아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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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514g | 150*200*22mm
ISBN13 9791197971969
ISBN10 119797196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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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세계의 부, 기후, 교육 등의 차원에서 나타난 불균형이 우리의 사유를 가로막고 정신적 삶을 위태롭게 할까 봐 두렵다. 정말이지 우리는 무사유라는 전염병을 마주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바로 우리의 태도다. 우리는 세계를 사랑하기는커녕 더 이상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양, 불균형이 초래할 결과에 대한 숙고를 회피하고 있다.

한나 아렌트가 경고했듯 우리는 ‘세계에 대한 책임을 떠맡을 만큼 세계를 사랑할지 말지’를 결정해야만 한다. 아렌트의 경고는 제2차 세계대전이 수그러들기 시작할 무렵에 나왔지만 또다시 위기를 맞닥뜨린 오늘날에도 여전히 무겁게 다가온다. 아렌트는 우리가 세계를 다시 사랑해야지만 다음 세대에게 다시 일어설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유하고 글 쓰는 기예를 머리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다시 익혀야 한다.
---「초대하며」중에서

인간을 넘어선 세계의 진실은 그 무엇도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비인간과 세계를 공유한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비인간도 각자의 입장에서, 돌은 돌 아닌 것과, 나무는 나무 아닌 것과, 산은 산 아닌 것과 세계를 공유한다. 그러나 돌의 경계가 어디까지이고, 어디부터 돌 아닌 것이 시작되는지는 결코 확정되지 않고 계속 변한다. 나무와 산, 그리고 인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고여 있지 않고 주변으로 새어나가는 것이 생명의 조건이다. 물론 우리는 사물을 구분할 수 있다. 내게 사람이나 돌, 나무, 산 등을 가리켜보라고 하면 나는 바로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가리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온전히 홀로 존재하는 독립체entity가 아니다. 내 관심은 오히려 무언가가 일어나서 (나를 포함한) 주변으로 넘쳐 흘러가는 중인 장소로 향한다. 돌의 짓을 하고 있는 돌stone in its stoning, 뻗어나가는 나무, 솟았다가 푹 꺼지기도 하는 산이 보인다. 심지어 곁에 있는 인간이 인간의 짓을 하는humaning 모습을 보기도 한다. 우리는 사물을 지칭하는 명사를 동사로 바꿔야 한다. ‘돌의 짓을 하다’, ‘나무의 짓을 하다’, ‘산의 짓을 하다’, ‘인간의 짓을 하다’ 등. 그렇게 하면 우리가 다른 많은 존재와 공유하며 거주하는 이 세계가 더 이상은, 애초에 어떤 분류의 선에 따라 이런저런 존재의 종류들로 나뉘어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사물이 생성되면서 나타나는 주름과 구김살을 따라 스스로 계속해서 구별 짓는 중인 세계에 우리 자신이 내던져졌음을 깨닫게 된다. 모두는 저만의 구별 짓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좀 더 정확히는, 모두가 구별 짓는 이야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돌, 나무 또는 산의 이야기는 (인간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이끼, 새, 산악인 등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이 되는 중인 사물 또는 존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초대하며」중에서

숲속 나무들만큼 함께 어울려 성장하는 공생coviviality을 더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 그들은 인간보다 훨씬 더 사회적이다. 인간이 일시적인 문제에 집착하며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나무는 자기 자리를 지킨다. 나무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기들끼리 소통한다. 오래된 나무는 선조들의 뿌리에서 싹을 틔우는 어린 묘목을 보살핀다. 우리 인간은 그들의 길고 장엄한 대화를 엿듣는 사소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도서관이나 성당에 들어가듯 경건한 마음으로 숲에 들어가라. 사회학은 바로 그곳에서, 당신이 나무를 배우면서 시작된다. 당신 눈앞에는 책장에 꽂힌 책처럼, 혹은 성당의 기둥처럼 줄지어 선 나무 몸통이 빽빽하게 펼쳐진다. 고대인은 라틴어로 나무 몸통과 책을 모두 코덱스codex라고 불렀다. 숲에서 각각의 나무 몸통, 즉 코덱스는 (오늘날의 책처럼 앞뒤 표지 사이가 아닌) 저 높은 곳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성당 천장의 부채꼴 궁륭이나 창문의 나뭇가지 모양 장식 격자처럼 말이다. 이를 읽으려면 목을 뒤로 한껏 젖혀야 한다.

숲속에서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복잡하다! 라틴어로 ‘함께com’와 ‘접다plicare’가 합쳐져 ‘복잡하게 하다complicate’라는 뜻의 영단어가 되었듯이, 숲속의 모든 것은 말 그대로 함께 접혀 있다. 무리 지어 있는 나무들 사이에서 한 나무가 어디에서 끝나고 또 다른 나무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는 헤아리기 어렵다. 나무들은 모자이크의 조각들처럼 경계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지도 않고 각기 고립된 채 서로 등을 돌리고 있지도 않다. 그보다는 서로의 위아래로, 서로를 파고들며 접히고 어우러져 있다. 여기저기 비죽비죽 나와 있는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질 것 같은 땅바닥, 울퉁불퉁하고 주름진 나무껍질,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더미를 살펴보라. 나무들이 무리 지어 빚어낸 모든 선은 세계라는 직물-구조가 구겨져서 만들어진 주름이다.
---「숲속 이야기」중에서

숲에 사는 동물들은 이런 잔가지의 불규칙성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심지어 그것을 잘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잔가지는 새들이 둥지를 짓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재료다. 잔가지로 만든 구조물은 설령 가장자리는 울퉁불퉁할지언정 옹이, 갈래, 굽이 등에 의해 얽혀 있기 때문에 좀처럼 해체되지 않는다. 또한 구조가 성겨서 둥지를 세차게 흔드는 바람의 공격도 무던히 견뎌낼 수 있다. 인간도 동물들의 성취를 관찰하며 배웠고 잔가지를 엮거나 땋아서 우리, 덫, 바구니, 요람, 의자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고리버들 공예로 승화시켰다. 가정에서는 잔가지들의 한쪽 끝을 한데 묶거나 막대기에 매달아 고르지 않은 표면과 바닥을 쓰는 데 안성맞춤인 솔과 빗자루도 만들었다. 지금 언급한 이 도구들의 형태는 얽힌 잔가지의 탄력성과 마찰력으로 유지된다. 잔가지는 본래 큰 규모의 구조를 빈틈없이 만드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전체를 이루는 부품이 되기는 어렵다. 잔가지의 형태는 하나하나 다르다. 모든 잔가지는 고유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모이면, 누군가에게는 거처가 될 수 있다.
---「저, 거, 저것!」중에서

이것이 바로 오래된 인식 속에서 땅이 카펫이나 코덱스처럼 부피를 지니는 이유다. 지표면은 계절의 흐름과 날씨의 변화, 작물 재배에 따라 바뀐다. 현재가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과거가 위로 솟아오른다. 땅은 경작이 이루어질 뿐 아니라 기억을 품는 곳이기도 하다. 땅이 갈려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이나 일어난 사건의 기억이 표면으로 떠오르면 거주자들은 마치 그 사람이나 사건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처럼 마주할 수 있었다. 이는 중세 시대에 기억을 생생하게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읽은 방식과도 비슷하다. 책은 글자를 짚는 독자의 손가락을 따라 큰 소리로 낭독됐다. 마치 책장이 되살아난 과거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땅도 책처럼 지난 수확의 풍요로움을 떠올리게 하며 농부에게 말 걸었을 것이다. 흙에 심은 씨앗은 책장의 단어처럼 싹을 틔우고 자라날 것이다. 순환하는 주기를 따라 과거에서 비롯된 비옥한 땅은 계절마다 풍성했던 농작물의 기억을 되살리며 오늘날에도 열매를 맺을 것이다.
---「애드 코엘룸」중에서

오늘날 몇몇 국가에서는 원자력 시설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폐광 깊은 곳에 매장한 후 수천 년의 분해 기간 동안 방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에는 야생동물의 안식처이자 원시림으로 바뀔 예정이었던 대상 지역의 거주자들에게 이러한 계획은 철저히 숨겨진다. 그 지표면에 서식하며 대기를 마시는 생명체들은 땅속에서 은밀하게 스며 나오는 독의 정체를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기록도 남지 않기 때문에 향후 조사로 드러날 비밀도 없다. 오늘날의 기술관료들이 다음 세대에게 그런 끔찍한 속임수를 거리낌 없이 쓰는 것처럼, 우리가 전혀 모르는 과거 세대도 우리에게 이미 속임수를 썼을까? 사막의 모래 속에 묻힌 고대 도시들처럼 현재에 만들어지는 퇴적물도 잊힐 수 있을까?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지구와 하늘 사이 열려 있는 땅에서 발밑에 무엇이 있는지 짐작도 못한 채 살아가야 할까, 아니면 인간 산업에서 비롯된 유물 혹은 잔재가 죽은 자의 영혼과 뒤섞여 있는 국립기술공예박물관 내부 같은 지하 세계의 유리 천장 위를 표류해야 할까? 지금 우리는 발붙이고 있는 것일까, 붕 떠 있는 것일까? 우리의 운명은 그 둘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떠 있을까?」중에서

모든 종류의 살아 있는 존재는 각자의 삶을 영위하는 와중에 서로의 삶의 방식에 주의를 기울인다. 고양이는 포식자의 관점에서 감각하고 움직이고 상상하면서 쥐를 연구하고, 쥐 역시 그 못지않게 도망칠 방법을 찾기 위해 고양이를 연구한다. 식물은 태양과 바람의 변화, 그리고 먹이를 먹거나 수분受粉을 하러 오는 생명체들의 움직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뿐만 아니라, 자기들끼리 경험을 나누기도 한다.

우리가 이런 활동을 생명체만 한다고 한정한다면, 분명 누군가는 반대할 것이다. 바위와 돌, 강과 빙하, 산과 바다를 빼놓을 수 없다면서 말이다. 이들에게는 감각이라는 것이 없고, 듣거나 반응하지도 못한다고 하면 세계 곳곳의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 않을 텐데 무작정 우리가 옳고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다. 세계에서 빙하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지역인 북서 태평양 연안에 사는 틀링깃족은 빙하가 들을 수 있고, 사람들이 빙하에 대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빙하가 화를 내거나 돌변하지 않도록 그 앞에서는 조심하는 것이 좋다. 강조하는데 틀링깃족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실제로 빙하에 귀가 달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지질학이 부정하는 바를 명확하게 인정하고 있다. 빙하는 바로 그 경이로운 존재감으로 이 세계에, 우리에게 현존한다는 것이다. 빙하는 눈부신 흰빛, 엄청난 습기와 한기, 그리고 특히 폭발하듯 갈라지는 소리로 존재한다. 그러한 존재 방식이 곧 빙하의 말이다. 그 소리는 우리 귀에서야 비로소 들리는 소리가 되고, 귀 기울여 들어야 비로소 그것은 빙하의 이야기가 된다.
---「지구의 나이」중에서

자연은 침묵하지 않는다. 할 말이 없을 수는 있다. 우리가 과학의 프로토콜이 요구하는 대로 세계에 대한 사실과 명제에만 귀를 연다면 정말이지 우리는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나무에 부는 거센 바람, 폭포의 울부짖음, 새들의 노래가 들리지 않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소리들은 그저 명제에 그친다. 우리는 이 세계에, 세계에 속한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의 무신경에서 비롯된, 세계의 사물의 침묵이라는 결과에 직면해 있다. 사물은 순수한 형태로 정제하고 이성의 범주에 따라 정리한 박물관의 전시품처럼 조용해졌다. 우리는 지구온난화로 서식지, 생물종, 심지어 빙하까지 사라질까 봐 걱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아직 세계에서 사라지지는 않았더라도 자연을 사실로, 앎을 해석으로 바꾸며 삶에서의 대화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이미 우리를 떠나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구의 나이」중에서

모든 풍경은 만물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다. 풍경 속의 선은 이 움직임들이 다양한 경로로 나아가며 남기는 물질적 흔적이다. 이러한 선을 지각한다는 것은 사물을 보이는 만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움직이는 방향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또한 사물의 배치나 겉모습만이 아니라 사물의 결, 질감, 흐름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종이에 남은 흑연 자국이 나아가는 길을 보기 때문에 그것을 선으로 지각한다. 고랑이나 구름, 갈대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모든 경우에 선은 그 선을 둘러싼 환경과 구별될 수 있지만 환경은 그 선과 구별될 수 없다. 연필 자국은 종이와 구별되지만 종이는 연필 자국과 구별되지 않는다. 고랑은 땅과 구별되지만 땅은 고랑과 구별되지 않는다. 구름은 하늘과 구별되지만 하늘은 구름과 구별되지 않는다. 갈대는 습지와 구별되지만 습지는 갈대와 구별되지 않는다. 빛나는 하늘 아래에서 들판의 줄무늬를 다시 한번 관찰해 보라. 인간의 노동으로 새겨진, 빗물에 젖고 바람에 휩쓸려 난 이 줄들은 힘과 마찰로 빚어진 선이다. 이 선들은 농사일의 노고이자 그와 교차하는 물의 흐름, 새의 비행, 그 와중에 새들이 잠시 앉았다 가는 전기 케이블의 형상으로 풍경을 가로지른다. 그렇다, 풍경 속에는 선이 있고, 우리에게는 이를 증명하는 니샤 케샤브의 사진이 있다.
---「풍경 속 선들」중에서

이는 우리가 계속 나아가는 수단이자 우리를 날라주는 수단이다.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포괄하는 타자와 함께, 과거를 인식하고 현재의 조건과 섬세하게 조율하며 미래의 가능성에 유연하게 열려 있는 삶을 살아가는 수단이다. 나는 이를 조응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볼 때 그것과 정확히 일치되는 것, 복제물simulacrum을 떠올리지 않고 그것에 직접 개입하고 질문하고 반응함으로써 응답하는 감각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을 때의 감각과도 같다. 내게 ‘세계를 만나자’라는 말은 이러한 조응에 동참하라는 (권유, 더 나아가 명령에 가까운) 초대다. 동시에 그것은 이른바 ‘접선주의tangentialism’적 태도로 물러나 있으려 하는 연구자들의 비겁함을 향한 불만이다. 접선한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접촉하게 된 존재들의 삶과 시대에 자신의 작업이 너무 밀접하게 뒤섞이는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힐끗 보는 데에서 그친다는 뜻이다. 정말이지 조응과 접선주의는 정확히 반대말이다. 두 태도에서 이해하는 학문의 의미도 전혀 다르다.
---「세계와 만나는 말」중에서

말로 세계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생명체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는 와중에, 언어를 통한 교감이야말로 언제나 인간의 방식이자 권리였다. 우리의 말을 대립하는 말이 아닌 환영하는 말이 되게 하자. 심문하거나 취조하는 말이 아닌 질문하는 말, 재현하는 말이 아닌 응답하는 말, 예측하는 말이 아닌 기대하는 말이 되게 하자. 그렇다고 모두가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세계와 맺는 관계의 측면에서, 자신이 설파한 것을 실천하는 데에 명백히 실패했을뿐더러 사고의 일관성이나 표현의 선명함이라는 장점도 갖추지 못한 철학자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장인이 물질을 다루듯 우리 자신의 말을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노동의 흔적을 새김으로써 만들어진 과정을 드러내고, 그런 새김 자체가 말의 아름다움이 될 수 있도록.
---「세계와 만나는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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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생명이 뿌리내린 장소가 아니라 소유를 위한 영토로 바라보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잃어버리고, 혹은 잊고 있는가. 인류학자 팀 잉골드의 예술에 관한 에세이는 연결된 존재들 사이의 세심한 관계를 다룬다. 손 글씨를 옹호하는 등 우리가 잃어버린 많은 감각들을 다시 일깨워 주는 잉골드의 글은 “과거를 향한 향수가 아닌, 지속가능성을 향한 간절함”에서 나온다. 손 쓰기와 말하기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곧 감각하기와 생각하기의 관계에 대한 탐구다. 이 책은 시간, 소리, 사물, 언어 등에 세심하게 반응하며 식물과 동물은 물론이고 사물에까지 확장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보듬는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조응하는 법을 망각”하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좋겠다.
- 이라영 (예술사회학자)
팀 잉골드는 오직 소비하느라 잃어버린 세계와의 교감을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 앞에 가져온다. 예술이 보여주는 배제되었던 세계를 다시 같이 느끼도록 독려한다. 그러기 위해 대상을 구분, 분류, 규정하여 정리의 서랍에 넣는 건조한 학문적 언어를 멀리한다. 독보적인 사회인류학자이면서도 아마추어의 세심하고 집요한 날 선 감각으로, 오래 관찰하고 새롭게 느끼며 넓게 사유할 때 비로소 삶과 연결되는 살아 있는 언어가 가능함을 간파한다. 오늘날 냉담과 냉소의 언어로 저 멀리 보내버린 세계를 다시 소생하는 말로 응답하며 껴안고 사랑하려는 태도의 글쓰기,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이 만난 세계에 보내는 ‘편지’의 모음집이 바로 《조응》이다. 이 책은 예술이 가장 인간적인 문화의 결정체이지만 결국 자연이라는 무한한 우주 안에서 구분되지 않고 함께 존재하고 있다 말하며 걱정 많은 예술가인 나를 안심시킨다.
- 박선민 (미술작가)
이 책은 팀 잉골드의 ‘조응’의 사유를 보여준다. 영국의 인류학자 팀 잉골드는 인간-동물 관계, 예술, 인식perception 등을 둘러싸고 창의적인 인류학 연구를 하며 인류학 내에서 인간-동물 관계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새로운 인식과 사유의 방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학자로 꼽히며, 그의 작업은 현재 예술과 디자인 영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잉골드는 이 책에서 ‘조응’의 사유를 어떻게 하는지, 그 수행 방법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생존과 존재 의미를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조응의 사유와 삶의 방식을 익혀야 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노학자가 새로운 사유에 천착하기 위해 우연적으로 혹은 필연적으로 만나 조응한 수많은 관계를 접하면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얄팍하게 인식되고 경험되고 있는지 성찰하는 느린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 주윤정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조응》은 우리 시대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삶의 방식, 주의를 기울이는 편지 쓰기를 찬미하면서 마음으로부터 생각하는 기술을 다시 배우도록 돕는다. 21세기에 꼭 필요한 책이다."
- 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 (서펜타인갤러리 디렉터)
“팀 잉골드는 인간은 물론 동물, 나무, 바위, 강, 햇빛, 바람, 비, 눈, 끊임없는 생성 과정에 있는 우주의 모든 물질과 조응한다. 이 책은 인류학, 고고학, 예술, 건축 분야를 아우르며 인간과 비인간 간 공생과 불가분의 얽힘을 구현하는 데 이른다.”
- 스튜어트 J. 매클레인 (미네소타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살아 있는 세계의 텍스처와 더불어 사유하는 법을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하게 가르쳐준다. 깊은 숲과 해안의 갯벌, 갤러리와 옛 도시의 유적으로부터 보내온 놀라운 편지들은 주의를 기울이는 글쓰기의 예술을 회복한다.”
- 어낸드 팬디언 (존스홉킨스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저자는 살아 숨 쉬는 에세이들 속을 방랑하도록 독자들을 초대한다. 우연히 마주친 낯선 땅에 리넨 천과 나무 막대기로 지어 올린 텐트 같은 이 책은 날씨에 적응하며 당신과 함께 나아갈 것이다.”
- 니콜라 페룰로 (폴렌초미식과학대학교 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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