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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 양장 ] 오늘의 젊은 작가-4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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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478g | 127*188*25mm
ISBN13 9788937473876
ISBN10 8937473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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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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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는 엄마. 천사를 본다는 건 엄마를 향한 배신이었다. 그걸 알면서 혼자 있을 땐 습관적으로 천사 마니아 사이트를 들어가게 됐다. 저항하지 못했다. 동영상만 봐도 그런데 진짜 천사를 보면 어떻게 될까? 갑자기 속이 근지러워 허리를 뒤틀었다.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꺼끌거리는 눈을 비볐다. 천사가 두려웠다. 두개골 안에서 방을 빼지 않는 천사, 뇌수에 발을 담가 물장구치는 천사가, 그 발에서 떨어지는 금빛 모래를 받아먹고 싶어 간절해지는 느낌이 두려웠다. 과연 살아 있는 천사를 보고도 잘 버틸 수 있을까…….
--- p.24

벽인 줄 알았던 맞은편의 미닫이문을 열고 남자가 그 안에서 커다란 검은 상자를 거실로 끄집어 냈다. 바다 거북이의 등을 사포질하고 몇 번의 칠을 반복하고 또 반복한 것처럼 단단한 검은 상자. 금색 머리카락으로 수놓은 듯 가늘고 우아한 글자로 관용사라고 쓰여 있는 박스는 진짜 관용사의 박스였다. 옥션에서 몇백만 원에 팔리는 상자. 그마저도 매물이 잘 올라오지 않는 귀중품을 보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 p.69

지하 복도는 구렁이 배 속처럼 길었다. 어디가 끝일까? 조그만 불빛에 의존하며 걷다 보니 시간과 거리에 대한 감각이 사라졌다. 목정수가 걸음을 멈추곤 주머니를 뒤져 쪽지를 펼친 뒤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저희 제품-천사들은 이 정도 어둠이면 단번에 읽을 텐데 말이죠. 내가 각막을 깎아 준 환자들은 다 별처럼 눈을 반짝이며 돌아가는데 혼자 남아 지문이 덕지덕지 남은 안경을 가운에 문지르는 바보 의사가 된 기분입니다.”
--- p.92

초등학생이 교실에서 배우는 건 사회적인 인간이 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교실에서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때 그 말은 절대적 진실이 될 수 없었다. 아이들은 그저 어른들의 말을 따라 했다. 큰 눈이 아름답다. 긴 다리가 아름답다…… 무엇보다 뚱뚱한 건 아름답지 않았기에 미리내에게 아름답다는 수식을 붙일 수 없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었다. 미리내는 아름답다. 처음 본 순간부터 놀라 흥분했을 정도로 아름답다. 두고두고 생각나 행성처럼 그의 곁을 맴돌기를 희망했을 정도로 아름답다. 침대에 누우면 천장에 어른거릴 만큼 아름답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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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내내 입안에서 독이 든 사탕을 굴리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노골적인 욕망의 맛. 그래 계속 맛보고 싶은 중독적인 맛이다. 인물들의 사랑은 녹아 가는 설탕처럼 끈적하지만 동시에 지고지순하다. 축축한 애정과 일방적인 숭배로 저마다의 비참함을 감내한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어휘들이 모여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얇은 막 너머의 파국을 예감하면서도 멈출 수 없다.
- 조예은 (소설가)
이희주의 소설은 내게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은 모욕적이다. 미와 추를 향한 뒤틀린 집착과 공격 그리고 복종의 한가운데서, 그의 소설은 내 몸 아주 깊숙한 곳에 “각인”되어 있던 무언가를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소설과의 첫 눈 맞춤, 소설로부터의 첫 도피. 말하자면 그것은 ‘소설 읽기’라는 원초적 아름다움과 관계 맺었던 몸의 기억이다.
- 최가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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