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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초판본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 1960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 전3권, 양장 ]
리뷰 총점8.0 리뷰 1건 | 판매지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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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080쪽 | 177*253*80mm
ISBN13 9791164459131
ISBN10 116445913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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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고 거의 24년이 지나서야 나는 이 편지 전집을 완성했다. 편지의 뜻을 해독해내고 날짜별로 정리하는 데에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날짜가 빠진 편지도 많았고, 그것들을 순서대로 배열하려면 아주 주의깊게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더 일찍 출간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빈센트가 인생을 바쳐서 그려낸 작품들이 정당한 평가와 칭송을 받기도 전에, 그의 성격부터 주목을 받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년이 걸렸지만 마침내 빈센트가 위대한 ‘화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마침내 그라는 ‘사람’이 알려지고 이해되어야 할 시간이 왔다. 부디 이 편지들이 세심하고 소중하게 읽히기를 바란다.
--- 「1914년 1월 요안나 봉어르가 쓴 ‘서문’」중에서

항상 여기저기 거닐어 산책을 많이 하고, 자연을 한껏 사랑해라. 그게 바로 예술을 오롯이 이해하는 진정한 길이야.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지. 그리고 우리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줘.
게다가, 명작만 그리지 졸작이라곤 만들 줄 모르는 화가들이 있지. 사람들 중에도 악행이라곤 모르고 선행만 행하는 이들이 있듯이 말이야.
이곳이 마음에 든다. 숙소도 훌륭하고, 또 런던이라는 도시는 물론 영국인들과 영국적인 생활양식을 관찰하는 게 대단히 즐거워. 거기다가 내게는 자연과 예술과 시도 있지. 이런 삶이 부족하다면, 도대체 뭐가 더 있어야 충분하니?
--- 「13번 편지에서」중에서

난 보리나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에턴 근처에 있었으면 하셨지만 내가 거절했지. 그리고 그건 잘한 결정이었다. 본의 아니게, 가족에게 이미 난 골칫덩어리,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요주의 인물로 취급되는데, 내가 대체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겠어? 그러니까, 결국엔, 내가 집과 적당히 떨어져서,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 게 가장 최선이자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새들이 깃털을 바꾸는 털갈이 시기가, 우리 인간에게는 어려움을 겪는 시련과 불행의 시기야. 털갈이 도중에 멈춰버릴 수도 있지만, 새롭게 거듭날 수도 있지. 하지만 어쨌든 그게 남들 앞에서 드러내고 할 일은 아닌 게,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거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곤 안 보이는 곳으로 숨는 거야. 글쎄, 내 마음이 그렇다.
--- 「133번 편지」중에서

내가 하루 종일 그녀(시엔)와 붙어 다니다 보니 이런저런 소문들이 도는데,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지? 솔직히 이렇게 소중하고 또 못생긴(???), 아니 ‘시든’ 보조자의 도움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었어. 내게는 아름다운 여성이야. 그녀에게서 내가 정말 원하는 걸 찾을 수 있거든. 세파에 찌들고 고통과 시련이 그녀에게 강렬한 흔적을 남기고 갔지만, 그 부분에서 얻을 게 있어.
갈아엎지 않은 땅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어. 그런데 그녀는 경작된 땅과 같아. 그녀에게서는 주름진 삶을 살아보지 않은 여자 여럿보다 많은 걸 얻을 수 있어.
--- 「라8번 편지」중에서

드렌터는 정말 좋은 곳이다만, 거기서 버티려면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어. 일단 돈이 있어야 하고,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할수록, 오히려 명확한 결론에 도달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더라. 사람들은 그냥 일순간 더 그럴듯해 보이는 한 가지를 택해버리지. 그런데 난, 문제들을 한순간 싹 놔버리질 못하고 계속 생각한다. 가끔은 남들은 이미 결정된 문제라고 여기는 데도 그걸 한참이나 붙잡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아,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아우야. 내게는 양심이 걸린 문제들인 경우가 많거든. 내가 너한테 너무 큰 짐이 된 건 아닌가, 돈벌이도 안 되는 사업에 돈을 받으려고 네 우정을 악용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들. 넌 「르 모니퇴르 위니베르셀」 잡지사 취직 얘기를 또 했지.

만약, 조만간 수많은 대형 미술상 회사들이(잡지사도 포함해서) 어느 날 갑자기 우뚝 성장했듯이 똑같이 어느 날 갑자기 몰락할 거라고 단언한다면, 네겐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 보이니? 예술품 거래 시장은 비교적 단기간에 예술 작품 숫자와 비례해서 엄청 커졌어. 그러다 보니 너무 은행가들의 투기판처럼 변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래(완전히 그렇다는 건 아니야). 그런 분위기가 지나쳐! 그렇다면 이 투기판 같은 시장의 거품이 삽시간에 꺼질 수도 있잖아, 과거 튤립 파동 때와 똑같이? 그림이 어떻게 튤립과 같냐고? 물론 어마어마하게 다르지.
하지만 말이다, 부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고가의 회화를 사 모으는 건, 작품 속에 깃든 예술적 가치 때문은 아니라는 거야. 너나 내가 알아보는 그림과 튤립의 차이가, 그들에겐 안 보인다. 투기꾼이나 벼락부자 부류들은 그냥 그럴듯해 보이면, 예전에 튤립을 사듯, 지금도 그냥 사 모을 거야. 물론 진지하고 신실한 예술 애호가들도 있지. 하지만 열에 하나나 될까? 예술적 가치를 정확히 이해하고 구매하는 이들은 아마 그보다도 훨씬 적을 테고.
--- 「344번 편지」중에서

밀레의 말을 계속 떠올리고 있다. ‘Je ne veux point supprimer la souffrance , car souvent c’est elle qui fait s’exprimer le plus energiquement les artistes(고통을 회피하지 않겠다. 고통이야말로 예술가의 표현력을 가장 강렬하게 끌어올려주기 때문이다).’ (……) 나 자신을 전원화가로 지칭했는데,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앞으로는 더 분명해질 거야. 내가 그 옛날에, 밤이면 광부나 토탄 캐는 사람들의 집, 불가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고, 여기서는 직조공이나 농부들의 생활상을 관찰한 게 괜한 짓은 아니었더라. 작업 때문에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어. 온종일 농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느 새 나도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거든.

네 편지를 보니, 전시회에서 보면 대중들이 밀레의 작품에 무관심한데 이런 상황은 예술가는 물론이고 미술상들에게도 맥빠지는 일이라고 썼더구나.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런데 무엇보다 밀레 자신 이런 상황을 느꼈고 잘 알았어. 상시에의 책을 읽다가 내가 놀랐던 건, 밀레가 화가로서 첫발을 내딛던 순간을 회상하는 부분이었어.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의미는 기억난다. ‘내가 화려한 신발을 신고 부유한 삶을 사는 신사였다면 이런 무관심이 정말 괴로웠겠지만, puisque j’y vais en sabots je m’en tirerai(난 나막신을 신고 다니니까 잘 헤쳐나갈 수 있다).’
(……) 내가 밀레의 말을 상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도시 사람이 농부를 그리면 생김새들은 제법 근사한데, 본의 아니게 자꾸 파리 외곽 변두리가 떠오른다’던 네 편지 내용이 생각나서야. 나도 전에 종종 그런 인상을 받았거든. 그런데 그건 화가 자신이 전원생활에 충분히 깊이 뛰어들지 못해서가 아닐까? 밀레는 이런 말도 했었지. ‘Dans l’art il faut y mettre sa peau(예술에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야 한다).’
--- 「400번 편지」중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은 확실히 황금색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야. 아니면 잘 익은 밀밭의 깊은 색을 가진 벽지로 도배된 벽에도 잘 어울릴 거야. 이런 환경이 아니라면 절대로 걸어선 안 돼. 어두운 배경에서는 진가가 드러나지 않거든. 특히나 흐릿하고 밋밋한 배경에서는 더 볼품없어 보여. 무척 어두운 실내에서의 순간을 담은 그림이라서 말이야.
사실은 실제 장면도 일종의 금색 테두리에 들어 있었어. 난로의 열기와 불빛이 흰 벽을 가득 비췄거든. 그림에서는 잘려나갔지만, 실제로는 그 모든 게 함께 비춰진 모습이 관찰자의 눈에 비친 장면에 가깝지.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이 그림은 꼭 황금색이나 짙은 동색 테두리의 액자에 넣고 감상해야 해. 이 그림의 가치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내 말을 꼭 기억해라. 이 그림을 금색 계열 옆에 두면 빛이 전혀 없는 곳에 두어도 빛이 느껴질 거야. 또한 밋밋하거나 새까만 배경에 뒀을 때 보여지는 대리석 무늬 같은 점들도 사라지지. 그림자를 파란색을 활용해 칠했기 때문에 금색이 가장 잘 어울려.
(……)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정말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이 농부들이 램프 불빛 아래서 집어먹는 감자가 바로 그들의 손으로 땅을 일구고 수확해서 식탁에 차린 것이라는 사실이었어. 손으로 하는 노동을, 그들이 정직하게 일해서 얻은 정직한 식사를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같이 좀 배웠네 하는 치들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말이야. 그래서 난 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고서 그저 예쁘네, 잘 그렸네, 말하고 그치는 게 정말 싫다.
--- 「404번 편지」중에서

[방직기]는 현장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크레용으로 다 그린 습작이었어. 힘들었지. 방직기 가까이 앉아 있어야 했던 탓에, 비율을 측정하는 게 유난히 힘들기도 했고. 그래도 직조공 그림자라도 그려 넣었던 건,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야. 여러 개의 널빤지를 이어붙인 때가 탄 시커먼 떡갈나무 덩어리가 회색조의 배경과 대비를 이루고, 그 한가운데 검은 원숭이 같기도 하고 난쟁이 같기도 하고, 아니면 유령 같기도 한 인물이 아침부터 밤까지 널빤지를 두드리며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건, 방직공의 형체를 그려넣은 부분에서 널빤지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어. 그래, 맞아. 이건 기계 그림이야. 그런데 이걸 기계 설계도 옆에 나란히 둬봐. 내 그림에서는 확실히 유령이 느껴질걸. 사실은 전혀 기계 그림이 아닌 거야. 혹은 je ne sais quoi(뭔지 모를 무언가이지). 만약에 그 방직기를 직접 설계한 기술자가 그린 그림 옆에 내 습작을 세워도, 내 그림에서는 땀에 젖은 손으로 만져서 손때가 탄 떡갈나무의 결이 강렬하게 느껴지지. 그리고 바라보고 있으면 (방직공을 전혀 그려넣지 않았어도, 혹은 그를 아주 이상한 비율로 그려넣었더라도) 그 일꾼이 반드시 떠오르게 된다네. 설계사의 설계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지. 일종의 한숨이나 탄식도 널빤지 사이로 간간이 흘러나올 걸세.
--- 「라44번 편지」중에서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는 것과 예술을 직접 실행에 옮기는 것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긴밀한 관계로 이어져 있어. 개인적인 목적으로 예술 작품을 사고파는 것과 대규모 판매상을 상대로 거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야. 모든 분야가 다 마찬가지잖아.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동시에 지혜롭게 일해야 하는 거야. 너도 나만큼이나 고생하고 있지만(뒤에서 돈을 대주는 게 얼마나 큰 고생이냐) 이렇게 고생한다는 게 그만큼 주 도적이고 힘과 의지가 넘친다는 증거잖아.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네 경제적 지원이 두드러지게 야박해지는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이제는 내 작품을 알리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안트베르펜 여기저기에 일단 알아본 데가 있어. 조만간 정확한 연락이 올 거야. 그러면 내 그림들을 그곳으 로 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시도하려는 일이 그럴듯해 보이면,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다. 네가 네 입으로 그랬었지.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그래, 그대로 믿을 생각이다. 과연 네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알고 싶거든.
--- 「420번 편지」중에서

이상하게도, 내가 그린 습작과 다른 학생들의 습작을 비교해 보면 도무지 닮은 구석이 없다. 걔네들은 맨살과 거의 똑같은 색을 써서, 가까이서 보면 꽤나 정확해 보이는데 한걸음만 물러나도 보고 있기 힘들 정도로 밋밋해. 분홍색, 섬세한 노란색 등등 그 자체로는 흠잡을 데 없는 색들이, 오히려 칙칙한 효과를 내는 거야.
내가 그린 건, 가까이서 보면 적록색 분위기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황회색, 흰색, 검은색을 비롯해서 다양한 중성적인 색조 그리고 대부분은 뭐라고 이름 붙이기 힘든 색감의 색들이다. 그런데 한걸음만 물러나도 몸이 색을 뚫고 나와서 그 주변에 공간이 생기고 일렁이는 빛이 느껴져. 동시에 글라시 효과로 넣은 색조차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분위기도 느낄 수 있어.
부족한 건 연습이야. 얼굴 그림을 한 50여 점은 그려봐야 해. 그래야 그럴듯한 것 몇 개쯤 건질 텐데. 지금도 펼쳐 놓고 사용할 색을 고르는 일이 너무 힘들다. 아직 충분히 습관이 들질 않아서, 아무리 오랜 시간 고민해봐도 다 헛수고야. 하지만 한동안 꾸준히 붓질을 연습하는 게 중요하겠지. 그러면 처음부터 곧바로 정확하게 느낌을 살리게 될 거야.
--- 「447번 편지」중에서

난 말이다, 신을 이 세상으로 평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그 양반이 그리다가 실패한 습작 같거든. 어쩌겠어. 망친 습작이라도 좋아하는 작가가 그렸으면 비난하지 않잖아. 그냥 침묵해주지.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더 나은 작품을 요구할 권한이 있어. 우리는 같은 이의 손으로 만들어낸 다른 작품도 필요해. 이 세상은 분명, 작가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창작에 대한 정신의 여유도 없었던 시기에 성급하게, 그냥 되는대로 막 만든 거야. 전설에 따르면, 신이 세상이라는 습작을 만드느라 엄청나게 고생했다더라.
--- 「490번 편지」중에서

시인, 음악가, 화가 등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물질적으로 가난한 건(행복해하는 예술가들조차) 참 신기한 현상이야. 모파상에 대한 최근의 네 지적이 그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영원한 숙제를 다시 건드린 셈이거든. 우리 눈에 보이는 삶이 전부인 건지, 아니면 죽을 때까지도 그 절반밖에 모르고 살아가는 건지.
화가들만 놓고 보자면, 그들은 죽어서 땅에 묻히더라도 작품을 통해서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 가서도 회자된다. 그게 다일까? 아니면 뭐가 더 있나화가의 삶에서는 죽음이 가장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어.
감히 말하는데, 나는 솔직히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 하지만 언제나 별을 보고 있으면 참 단순한 꿈을 꾸는 기분이 들어. 도시와 마을이 표시된 지도 위 검은 점들을 보며 꿈을 꾸듯이. 왜, 왜 프랑스 지도에 찍힌 검은 점들에 가듯이 창공에 반짝이는 저 점들에 쉽게 가닿을 수는 없는 걸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듯, 우리는 별에 가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걸지도 몰라. 그렇게 놓고 보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우리가 별에 갈 수 없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야. 죽은 뒤에는 기차를 못 타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말이다, 증기선이나 승합 마차, 기차 등이 지상의 교통수단이듯, 콜레라나 신장 결석, 폐병, 암 등이 천상의 교통수단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 같아.
나이 들어 조용히 죽는 건 걸어서 천상으로 가는 방법이야.
--- 「506번 편지」중에서

오늘부터는 내가 묵고 있는 이곳의 카페 실내를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 가스등을 켜놓은 분위기를. 여기 사람들은 [밤의 카페]라고 부르는데(여기 사람들 단골집이야) 밤새도록 문을 열어. 그래서 ‘밤의 부랑자’들이 숙박비가 없거나 술에 너무 취해 받아주는 곳이 없을 때 안식처처럼 찾아오곤 해. 가족이나 조국 같은 것들은, 가족은 물론이고 조국도 없이 근근이 버텨내는 우리 같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그 어떤 현실보다 매력적일 수 있어. 나는 나 자신이 언제나,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 떠도는 여행자 같다고 느껴. 하지만 그 어딘가, 어떤 목적지 따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이성적이고 진실된 자세인 것 같다.
(……) [밤의 카페]라는 그림에서, 카페가 사람들이 스스로를 파괴하고, 미치광이가 되고, 범죄자도 되는 공간임을 표현하려고 했어. 은은한 분홍색과 시뻘건 빨간색과 와인색, 루이 15세풍의 은은한 초록색과 베로니즈그린, 황록색과 진한 청록색 등등을 대비시켜서 연한 유황이 끓고 있는 지옥의 가마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지. 싸구려 술집의 어두운 구석이 뿜어내는 음침한 힘을 보여주고 싶어서. 하지만 일본식의 밝은 화풍과 타르타랭처럼 쾌활한 분위기도 어느 정도는 살려봤다.
테르스테이흐 씨는 이 그림을 보고 뭐라고 할까?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 가장 은밀하고 섬세한 시슬레의 작품 앞에 서서 이렇게 말한 양반이잖아. “화가가 다소 취한 상태에서 그림을 그렸다고밖에 볼 수 없군.” 그러니 내 그림 앞에서는 분명히 이렇게 말하겠지. 극심한 섬망 상태에서 그렸다고
--- 「518번 편지, 534번 편지」중에서

두 번째 그림은 별이 총총히 뜬 밤하늘을 배경으로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는 카페의 외부 전경이야.
이번 주의 세 번째 그림은 내 자화상인데, 거의 색을 쓰지 않은 무미건조한 분위기야. 연한 베로니즈그린 바탕에 회색조를 많이 썼다. 모델을 찾을 수 없을 때는 자화상이라도 그리려고 일부러 쓸 만한 거울을 하나 샀어. 왜냐하면 내 얼굴의 색조를 잘 살려서 그려낼 수 있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다른 이들의 얼굴도 그럴듯하게 그릴 수 있거든.
야경과 밤의 효과들, 밤의 실체를 현장에서 그리는 일이 어마어마하게 흥미롭단다. 이번 주에는 먹고, 자고, 그림만 그렸다. 그러니까 12시간을 내리 그림을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6시간씩 나눠서 그리기도 하고, 아무튼 그후에 12시간을 내리 자는 식이었어.
--- 「537번 편지」중에서

[씨 뿌리는 사람] 크로키네. 넓은 밭이 온통 쟁기질한 흙덩어리들인데, 거의 자주색이야.
잘 익은 밀밭은 황갈색과 노란색 색조에 양홍색이 아주 살짝 들어간 느낌이고.
크롬옐로 1호로 칠한 하늘은, 거기에 흰색을 더한 태양만큼이나 밝고, 나머지 하늘도 크롬 옐로 1호와 2호를 섞은 색이야. 한마디로 샛노랗다는 거지.
씨 뿌리는 남자의 작업 셔츠는 파란색이고 바지는 흰색이야. 캔버스 크기는 25호.
바닥 흙에도 노란색을 사용했는데, 자주색을 섞은 무채색 색조야. 솔직히, 색상을 예쁘게 뽑아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네. 차라리 낡은 시골 달력처럼 그리는 게 더 좋아. 늙은 농부의 집에 걸려 있을 법한, 우박, 눈, 비, 화창한 날 등을 완전히 원시적으로 그린 그림 말이야. 앙크탱의 [추수]가 딱 그런 분위기지. 자네에게 털어놓았듯이 난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니까 시골이 싫지 않아. 오히려 과거의 기억 조각들, 그러니까 씨 뿌리는 사람이나 짚단더미를 보면 그 시절 영원한 것을 동경했던 마음이 되살아나면서, 또다시 매료되어 버린다네.
그런데 줄곧 그려보고 싶었던 별이 빛나는 밤 풍경은 언제나 그릴 수 있으려나. 아, 아쉬워! J. K. 위스망스의 『결혼 생활』에서 대단한 친구, 시프리앙이 이렇게 말했지.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침대에 누워 파이프 담배를 피우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그러나 실제로는 결코 그리지 않을 그림이다” 하지만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위대하고 완벽한 자연 앞에서 내가 한없이 못나고 무능하다고 느껴져도, 기어이 그리게 될 거야.
--- 「베7번 편지」중에서

이 편지는 그림 그리다 지치고 싫증 날 때 틈틈이 쓰는 거야. 작업은 잘되고 있어. 지금은 몸이 불편해지기 전인 며칠 전에 시작한 그림과 씨름하는 중이야. [풀 베는 사람]인데 노란색 위주의 습작이고 아주 두껍게 칠했어. 그래도 소재는 아름답고 단순해. 내가 풀 베는 사람을 (무더위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을 마치기 위해 애쓰는 저 희미한 인물) 통해 본 건, 바로 죽음의 이미지였어. 인간이 바로 저렇게 베어지는 밀 같은 존재라는 뜻이야. 굳이 비교하자면 전에 내가 열심히 그렸던 [씨 뿌리는 사람]과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이 죽음은 결코 슬픈 죽음이 아니야. 주변의 모든 것을 고순도의 황금으로 물들이는 태양 아래서 벌어지는 일이거든.
(……) 드디어 [풀 베는 사람]을 완성했다. 아마 네가 보면 집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다. 자연이라는 위대한 책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죽음의 이미지를 담아낸 거야. 다만,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건 ‘웃는 듯한’ 분위기였어. 언덕을 이루는 선을 자줏빛으로 칠한 걸 제외하고는 노란색 일색의 그림이야. 연노랑과 황금색 등등. 웃기는 건 격리시설 방 창문에 달린 철창 너머로 본 풍경이라는 거야.
희망이라는 게 생기고 나니 이런 걸 기대하게 되더라. 흙덩어리며 풀이며 노란 밀에 농부들 같은 자연이 내게 주는 의미를 너는 네 가족을 통해 얻었으면 한다.
--- 「604번 편지」중에서

저는 테오가 아이에게 저보다는 우리 아버지 이름을 붙여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부쩍 아버지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그런데 이미 결정을 했다기에, 저는 아이에게 선물할 그림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침실 벽에 걸어둘 그림으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 꽃이 핀 큼지막한 아몬드나무 가지입니다.
(……) 어머니, 지금이면 레이던으로 돌아오시지 않았을까 합니다. 요 며칠, 여기는(생 레미 요양원) 궂은 날이 이어졌었는데, 오늘은 완연한 봄 날씨입니다. 초록색 밀밭, 저 멀리 보이는 자주색 산맥 등 모든 게 아름다울 따름입니다! 아몬드나무들이 여기저기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 「627번 편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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