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 가지 이유로 도시에서 사는 아이와 양육자들에게 바치는 이야기다.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궁리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책을 읽고 있는 독자가 살고 있는 바로 그곳에서 조금만 마음을 달리 먹고 변화한다면, 누구든 얼마든지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행복은 극적인 선택이 아닌 일상의 작은 선택으로 쌓이고 만들어진다. 아이와 함께하는 양육은 부모의 삶을 가득 채우는 일상이다. 일상 속으로 우리는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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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회복탄력성을 믿는 동시에 양육자는 자신의 회복탄력성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도시의 양육자들이 회복탄력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많은 부모가 불안한 사회 속에서 남과 비교하며 소진되고, 우울감을 호소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만 현실을 어쩔 수 없고, 혼자서는 도무지 바꿀 힘이 없다고 말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정신 건강도 취약한 상태다. 자신의 회복을 위한 배움, 운동, 휴식, 여행, 영양관리,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시간을 내고, 돈을 쓰는 데에는 인색하고, 자녀 양육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 p.57
‘나는 요즘 보통의 어른으로만 대접받고 싶은가?’ 요즘 아이들의 관심과 유행에 따라 수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태도다. 예전 아이, 요즘 아이 할 것 없이 아이 한 명 한 명은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싶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고, 누군가에게 도움 주는 꽤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본질적 심성을 지니고 있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고객을 맞이하는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 p.92~93
‘만만하지 않은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어른들이 말하니 아이는 점점 불안해진다. 아이가 “더 많은 진로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답하는 건, 어른으로부터 받은 질문 “세상 만만하지 않다. 너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살 거야?”에 대해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한 아이가 내뱉는 하소연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가 스스로의 욕구로 “진로교육 더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고 착각한다. 진로교육이 필요하다는 아이의 진짜 마음은 “저, 불안해요.”라고 호소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러므로 그 대답을 듣고서 더 많은 정보를 주고,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공포주입식 진로교육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 p.103
보통 교육은 아이의 약점에 집중한다. 아이가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강조한다. ‘영어가 부족하다.’, ‘국어가 아쉽다.’, ‘수학 교과 어느 부분을 더 이해하고, 문제 풀이의 실수를 줄여야 한다.’라는 식이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할 때 새로워진다. 아이는 자신이 지닌 강점을 바탕으로 해낼 때 자신감을 가진다. 작은 성공을 스스로 만들어본 아이는 성공 경험과 함께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들까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채워지고, 해결되고, 성장하게 된다. 무엇인가 한 번 해보려고 하는 친구, 선배, 동생과 함께 공동의 목표가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종의 동기부여가 된다.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힘을 얻는다.
--- p.166~167
아이는 스스로 주도하는 활동으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쓸 수 있는 예산을 배정하고 스스로 예산을 관리하며, 활용하도록 돕는다. 원한다면 작은 공연, 연극, 놀이 활동, 만들기, 댄스 연습, 만화책, 영화 보기, 사회참여활동 등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다. 또 활동의 잘함과 못함을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다. 스스로 선택해서 쉬고, 놀고, 음악과 미술과 목공 등을 배우고, 문화활동을 기획하며 창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웃기고 웃는 시간들을 통해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어른이 짜준 일정대로 움직여야 하는 도시생활과 학교의 삶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배운다. 유연함과 유머감각이 생기고, 삶을 즐기는 법을 익히게 된다.
--- p.214
양육자는 놀 시간이 없고, 스스로 할 기회가 없다는 아이의 이야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를 부모의 바람대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로 키워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도 사생활이 필요하다. 자유롭고, 안전하며, 점수로 평가받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은 아이에게 쉼과 회복을 가져다준다. 또래 친구들과 연결되고, 자신을 포장하거나, 숨기지 않고서 동네 이웃과 더 넓게 사귀며 사회를 경험하는 배움의 장이 되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이에게는 몸, 마음, 생각이 있다. 체력, 심력, 지력이 모두 중요하다.
--- p.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