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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의 오페라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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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00g | 147*210*20mm
ISBN13 9791188270767
ISBN10 118827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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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번역을 통해 독일어, 영어, 이탈리아어, 한국어를 번갈아 가며 찾아보는 작업은 참으로 고되고 기나긴 인내를 요구했다. 내 잠재의식 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벌이는 긍정과 부정의 끝없는 다툼의 전장도 제공했다. 중간중간 찾아오는 벅찬 깨달음의 희열이 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던 악보를 집어던지고 싶은 욕망을 가라앉혀 주었다. 독일어의 맛만 겨우 느끼기 위해 이 수고로움을 해야 한다면, ‘마술피리’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얼마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인가.
어디 그뿐이랴? 여전히 풀리지 않는 모차르트의 죽음과 이 작품의 인과관계를 위시한 그 수많은 철학적, 현학적, 수비학적 수수께끼와 암호들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단 말인가.
--- pp.111~112

너무나도 훌륭했던 그날 밤의 성악가들과 등을 마주한 채로 멀리 떨어져 있었건만 그들의 숨소리 하나까지, 그들의 이마 옆으로 흘러내리는 땀방울 하나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그래, 바로 그때였다! E luceano le stelle(별은 빛나건만), 바로 이 별들이 촘촘히 박힌 하늘을 쳐다보며 ‘토스카’를 쓰고 있는 118년 전의 푸치니를 만났으며, Un bel di vedremo(어느 개인 날), 저 멀리 보이는 서지중해를 응시하 면서 ‘나비 부인’을 쓰고 있는 114년 전의 푸치니를 느꼈다. 너무나도 행복했던 밤이었다. 앞으로 내가 어떤 무대에 서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그날 밤 황홀한 체험의 의미를 소중히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다시는 근심과 번민, 방황이 필요 없으리라 확신한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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