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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제주

: 일 년의 반은 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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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6g | 140*200*17mm
ISBN13 9788967822149
ISBN10 896782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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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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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 맞아 뒤틀린 나무 벤치에 아침마다 앉아 있고 싶어졌다. 햇살이 살금살금 돌담을 기어오르고 다시 그만큼 내려와 자그마한 잔디밭에서 곰실거리며 기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집. 빨랫줄에 흰 수건을 빨아 널고는, 깊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하던 일들, 내게 잠시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졌으나 생각하면 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어 꼭 해야 한다는 집착을 버린다면 어려울 것도 없었다.

들여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라는 게, 멋진 장소나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 중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갑작스레 퍼붓는 비, 우산의 주인인 듯 보이는 아이가 친구를 위해 내어놓은 젖은 어깨를 보는 일. 철 지난 옷을 뒤적대다가 툭! 주머니에서 떨어진 상수리 열매나 조개껍데기 하나가 지난 시간으로 나를 데려다 놓으면, 더불어 떠오르는 그날이 아득했지만, 어제 같아서 참 좋았다.

낯선 곳에서 깨어난 이른 아침이 아까워, 이슬에 온 발을 다 적시며 안개 속을 걸어 다니기도 했다. 별스럽지도 않은, 중요하지도 않은, 허름하거나 오래된 그런 것들로부터 위안을 받는 마음이 오히려 편안했다.

제주의 숲은 깊다. 아무리 뜨거운 날이라도 아름드리나무들이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고 머리 위로 짙은 그늘을 드리우면, 산 벚꽃 잎들이 바람결에 하느작대며 눈앞으로 지나간다. 이미 져버린 동백군락지에는 볕에 바랜 꽃들이 툭툭 떨어져 발걸음을 잡는다. 간혹 성한 꽃송이를 발견하면, 한쪽 길옆으로 꽃들을 보기 좋게 모아놓거나 검은 바위 위에 이쁜 모양으로 올려놓는다. 그곳을 지나는 누군가는 그 꽃들을 보며 행복해질 것이다.

“평생을 좋아하는 일만 했음에도 얼마 전부터 그 일이 지겨워지고 하기 싫어 꾀가 나더구만. 자네는 똑같은 일을 40년이나 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단순노동이 대부분이었으니 얼마나 지겹고 힘들었겠는가.”

‘내 몸에서도 새것들이 자라는구나.’ 매일 조금씩 늙어가는데도 새로운 무엇들이 자꾸만 자라나, 거기에 비례로 생명에 대한 기쁨과 기대들도 자꾸만 자라났다.

“눈앞에 저렇게 멋진 바다가 펼쳐져 있고, 등 뒤로는 산방산이 보이고, 막걸리 한잔에 신 김치 하나면 온갖 시름이 없는데, 이 행복을 어디 가서 살 수 있겠나.”

어쨌든 이름이 너무 쓸쓸해서 그 바다가 또 그렇게 쓸쓸할까 봐, 나는 그곳에 여러 번 다녀왔다. 파도로 하얗게 다가왔다가 멀어지며, 쪽빛으로 넘실대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바다를, 늘 같은 모양의 그를 사람들은 지치지 않고 사랑했다. 바닷가 기슭에 가만히 서 있으면 가끔씩 그 푸르디푸른 오묘한 빛의 바다로, 찰박찰박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

우리는 딸에게도 아름다운 세화의 바닷길을 걷게 해주고 싶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는 그녀의 눈을, 그리고 피곤에 지친 마음을 씻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동안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모든 시간을 쓸 수 있기 바랐다. 아름답고 편안한 이곳의 풍경 속을 걷고 또 걸어 지쳐가고 있는 마음에 위로가 되게 하고 싶었다.

제주의 어느 집 마당에서, 나는 그 알 수 없는 쓸쓸함이나 그리움이, 피고 지는 꽃 때문인 줄 알았다. 그 마당에서처럼 풍요로운 것들을 가지지 못한 결핍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야 그것이, 내 안에 숨을 죽이고 있던, 엄마 잃은 아이가 문득 떠올린, 어린 날의 그리움과 행복이었음을.

끝이 보이지 않는 시중으로 지쳐가던 내게 남편은 이젠 그만 먹이라며 보내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것이 나중에 늙고 병들었을 내게 하는 말 같아서 화를 냈다. 그러나 밤새 숨죽인 뽀글이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어찌 몰랐겠는가. 살아있음이 오히려 욕이라는 것을. 주인의 어쭙잖은 동정으로 녀석이 죽음 같은 시간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제주는 이상한 섬이다. 폭우로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해가 나기 시작하면 빗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검은 화산석이 순식간에 빗물을 빨아들여 땅을 뽀송하게 만들어 버리니 꿈인가, 속은 것 같기도 하다. 비가 내린 뒤에는 주변의 푸름이 더 맑고 선명해져 늙어가는 섬이 아니라 젊어지는 섬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아이들이 모두 다 행복해 보여 좋았다. 거기에 저 푸른 하늘 좀 봐, 그 아래 긴 머리칼을 팔랑대며 뛰는 아이들은 가벼운 나비 같았다. 늙은 느티나무 아래 꼬맹이 세 명이 둘러앉아 재잘댄다. 슬그머니 옆으로 가 들여다보니, 한 아이가 묻는다. “이거 드려요?” 조그만 유부초밥을 들어 올렸다.

바닷길과 검은 돌담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쓸쓸하고 외롭게 보낸 시간. 그런데 마음은 더욱 따뜻해져 돌아갈 수 있으니 대견했다. 집을 나섰으나 낯선 이 섬에는 정작 갈 곳이 없어 터벅대고 걷다가, 잘 보낸 시간이다. 혼자서도 이렇게 마음 그득한 하루를 보낼 수 있구나. 가끔은 남편과 대판 싸우고 집을 나설 일이다.

줄기가 가는 꽃대들과 아직 어린나무들이 억센 빗줄기에도 패이거나 꺾이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자연의 힘을 거스르지 않기 때문이다. 휘청거리며 서서 오는 비를 다 맞아들이고, 큰바람이 불어도 피하지 않고 의연히 서서, 그것도 견딜 수 없으면 둥글게 이리저리 몸을 말아, 그 사이로 바람이 가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빨래가 마르고 나면, 거기에 햇살이 배어있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빨래를 개어 정리를 하고 나니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둘이 마주 보며 앉아 있다가,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것을 확인하고는 차라리 바다를 보자! 나서기로 했다.

울퉁불퉁한 흙길에 나무를 놓아 가지런할 수 없는 계단들. 힘들다는 얘기는 할 수 없었다.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며 서로를 위로했지만, 우리는 둘 다 알았다. 이런 길들이 편안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나이 들었다는 것을. 그 대신에 나를 위로한 것들은 구슬봉이, 보라제비, 양지꽃, 민들레꽃이었다. 그리고 간간이 뒤를 돌아보며 별일 없나, 확인하는 남편의 눈길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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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저자가 좋아하는 여행은, 멋진 곳을 찾아다니는 게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 중에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만나는 일’이란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담담히 소개하는 이 책의 어느 곳을 펼쳐도 아름다운 제주가 눈앞에 있고, 어느 줄을 읽어도 오름의 신록이 반짝거리고, 어느 구절을 떠올려도 파도의 흰 물살이 넘실거린다. 거기다가 부부의 티격태격조차 삶의 연륜과 잘 버무려져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남은 페이지가 너무 줄어 일부러 아껴 읽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소소한 즐거움에 동참하여 한달음에 읽어낼 수도 있다. 그런들 대수랴. 이 책은 다시 읽어도 맛이 새롭다.

자, 그럼 이 아름다운 제주살이의 책을 덮고 나서, 이제 어떻게 하란 말인가. 열흘도 좋고 한 달도 좋다. 당신도 훌훌 털고 지금 당장 집을 떠날 일이다. 사람들은 왜 집을 떠나고 싶어 할까. 이제 대답은 자명해진다. 왜냐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라고 되뇌게 될 것이다.
- 강연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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