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인트랜스번역원의 이사와 도서출판 패러다임의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는 시인 겸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용미리》,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원티드맨》, 《어페어》, 《악의 사슬》, 《나이트 폴》, 《당신에게 집중하라》, 《스티븐 호킹, 천재와 보낸 25년》, 《잭 캔필드의 어머니를 위한 101가지 이야기》, 《지속가능 경영의 절대조건 위기관리》, 《탐욕의 경제학》 등이 있다.
p.58 리처가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란츠는 아주 솔직한 성격이었소. 뭐든 혼자 마음에 담아 두는 법이 없었소.” “그 성격은 변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그래서 그이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다고 생각하나요?” “그건 아니오. 나는 그의 솔직한 성격이 변한 게 아닐까 생각했을 뿐이오. 부인은 그런 그의 성격이 어땠소?” “난 좋았어요. 사실 그이의 모든 걸 사랑했어요. 그이의 정직하고 솔직한 성품을 존경했어요.” “그렇다면 나도 솔직해져도 괜찮겠소?” “물론이죠.” “내 생각엔 부인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는 것 같소.”
p.104 옛 친구를 돕기 위해 달려가는 길. 정신없이 달려왔을 다른 대원들의 모습도 떠올렸다. 산체스와 오로스코는 베이거스에서부터 15번 도로를 타고, 오도넬과 딕슨은 동부 연안에서부터 비행기와 택시를 번갈아 이용해 가면서 왔을 것이다. 재회. 반가움. 공동 작전. 하지만 깨지지 않는 벽을 향한 돌진. 그들의 영상이 사라지고 그와 니글리만이 차 안에 타고 있는 현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단 둘. 현실이란 직면하는 것이지 맞서 싸우는 게 아니다.
p.110 오도넬이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손가락들을 우두둑 겹쳐 꺾은 뒤, 탁자위에 놓인 노트북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스크린 위의 패스워드 박스에 커서를 갖다 대고는 일곱 개의 철자를 입력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잠시 뜸을 들였다. 기다렸다. 엔터 키를 눌렀다. 파일 디렉터리가 떠올랐다. 크고, 굵고, 명확한 글씨체였다. 오도넬이 숨을 내쉬었다. 그가 입력했던 일곱 개의 철자. ‘reacher’
p.412 15분 뒤, 두 번째 통화에서 그녀가 물었다. “유언장을 작성해 뒀나요?” “뭐하게?” 리처가 말했다. “저자들이 내 칫솔을 부숴 버렸으니 난 이제 가진 게 하나도 없어.” “기분이 어때요?” “엿 같지. 난 그 칫솔이 참 좋았거든. 아주 오랫동안 함께해서 정이 들었어.” “아니, 칫솔 얘기가 아니라 지금 기분을 묻는 거예요.” “괜찮아. 칼라나 데이비드보다 더 편안한 기분이야.” “그 두 사람 마음이 지금 편할 거라는 얘기예요?” “우리가 구하러 올 걸 아니까.” “넷이 함께 죽게 될 게 빤한데 퍽도 편하겠네요.” “혼자 죽는 것보단 낫잖아.” 리처가 말했다.
p.486 그리니치 빌리지.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 칼라가 자신의 주소를 일러 준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이번 일이 끝난 뒤에 뉴욕에 한번 들를래요?’ 그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명세서를 돌돌 말아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기계에서 100달러를 인출한 다음 눈에 들어온 첫 번째 버스의 티켓을 구입했다.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도 몰랐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난 계획을 세우지 않아, 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