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4년 06월 01일 |
---|---|
쪽수, 무게, 크기 | 265쪽 | 422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37480454 |
ISBN10 | 893748045X |
출간일 | 2004년 06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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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5쪽 | 422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37480454 |
ISBN10 | 893748045X |
『피터팬 죽이기』는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 시력을 잃어가면서 겪는 내적 고' 을 습작 노트에 적어놓은 메모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풀어냈다. 이 성장 소설은 새로운 세대의 삶을 그 세대의 호흡에 맞는 언어로 조형해 냈고 또한 사회적 입사(入社)가 한층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젊은이들이 체험하는 고통과 혼란 그리고 정신적 황폐를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이야기 내용보다는 언어의 질감과 목소리, 그리고 행간에 간혹 드러나는 ‘낯설음’에 그 참다운 매력을 감추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의 짜임새가 보여주는 다소간의 취약성은 오히려 삶의 생살이 고통스럽게 드러나는 하나의 방식으로 양해되는 느낌이다. 자기 시대와 자기 세대의 문제점을 들고 문단과 세상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오늘의 작가상’과 신인 작가의 매력이라면, 『피터팬 죽이기』는 그러한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
찌질이들의 이야기. 나온지 꽤 된 책이어서이겠지만, 이야기가 하나도 새롭진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슴이 아려오는 이야기들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이들은 88만원 세대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도 떠올렸을 것이고, 또한 소수자, 청년실업, 2류대학교 등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살률에 대한 이야기들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한 21세기 초반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스냅샷으로 그려놓은 소설이라 하겠다.
40대에 접어들어 이 책을 읽어보자니... 거 참, 직장에서의 어려움들로 인해 혹시라도 실업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경우, 어쩌면 이런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으로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책을 읽어나가면서, 언뜻 들었던 이런 생각들 때문에 우울해지기도 하고. 이러한 상처들을 위로할 수 있는 정치라는 것, 정책이라는 것, 사회라는 것.. 그런 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정치철이다보니..
작가에 대한 관심이 살짝 들더라. 검색해보니, 이 책 말고는 08년에 작품집 하나가 더 있던데... 아직 대중적으로 인지도는 없는 듯. 오늘의 작가상을 탔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삶은 살아가는 사람일지 궁금해진다.
우울한 거 싫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기 곤란한 작품이었으나, 이 사회의 기록으로서는 괜찮다고 판단됨
2004년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피터팬 죽이기>
이 소설은 전망과 출구가 없는 암담한 현실 속의 주인공이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20대의 방황을 그리고 있다.
성장소설의 느낌을 띠고 있는 <피터팬 죽이기>의 주인공 김예규는 왼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는 스물일곱 살의 대학원생이다. 두 번의 연애에 실패하고 사회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그는 학교라는 공간에 자신을 방치한다.
시골 태생인 그는 어머니의 소망대로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지만 일류가 아닌 삼류 대학을 나와 되는 일이 없다. 대학 졸업 후 엄마한테는 신문사 수습기자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의 그는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 우연히 만난 선배한테 대학원 진학을 권유받아 학교로 다시 가게 된다.
예규의 친구 역시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발을 내딛지 못하고 늘 퇴짜만 맞는 만화를 붙잡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과 영길이 소설가에 의해 움직이는 허구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읽으면서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이 연애시절 느꼈던 기분.
나도 연애시절에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내 표정이나 사소한 행동에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마치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환상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 환상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이 나이때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았다. 일은 다니고 있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살아가기 위해선 일이 필요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속의 주인공도 조금씩,조금씩 나아지길...
[피터팬 죽이기] -2005. 7. 3
"방황할 나이에 하는 방황은 방황이 아니야."
언젠가 부터 나는 이 책이 읽고 싶었다.
내 친구는 '혹독한 이십대'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리의 이십대는 너무 흔들리고, 썩은 동화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후크가 되기는 싫고, 그렇다고 피터팬으로 남을 수도 없다.
피터팬이 되어 하늘을 날기에 우리는 너무 무거워졌고,
후크가 되어 갈고리손을 가지기엔, 우리의 손은 너무 연약하다.
"두 번째 애인이 말하길 우리 나이가 되면 꿈만 꾸고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꿈만 꾸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꿈에서 깨어난 친구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혼자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꿈을 지키는 파수병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 '후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웬디를 찾으러 갔다가, 웬디의 외손녀와 사랑에 빠져, 어른이 되어버린 피터팬.
점점 자라 어른이 된 웬디.
주위의 모든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이미 어른의 손을 잡고, 꿈보다는 현실의 지팡이를 잡고 있는 친구들...
아니, 처음부터 꿈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친구들도 있다.
꿈을 가진 것만으로, '에그, 아직 애구만'이란 소리를 듣기도 한다.
꿈에서 깨어난 친구들을 보며, 꿈을 선택한 나는, 꿈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슬금슬금 꿈에서 깰 찬스를 노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김예규, 넌 뭔가를 열렬히 해 본적 있어? 뛰고 있는 사람들은 그런 말 안해. 해설은 밖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이나 하는 거지. 태어난 이상은 갈 데까지 가보는 거야. 난 부모가 살아 있는 한 절대 안 죽어..."
그래. 나는 열렬히 무언가를 해 본적이 없어서,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직은 아니야. 아니야. 하면서...
"주인공은 가상공간에서 사투를 벌이지만 결코 조정자가 설치해 놓은 덫을 피해 갈 수 없다. 그것이 이 세계에 내던져진 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피치 못할 운명이다. 주인공은 탈출구로 달려갈 기력도 없으면서 그저 탈출하는 방법만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햇빛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에너지가 있었던 시절엔 육체를 쉼 없이 가동하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 승태의 에너지는 바닥난 상태였다. 내 육체는 본능적으로 승태의 약한 에너지를 거부한 것이다."
탈출구가 존재할까?
왜 나는 햇빛을 갈망하며, 끊임없이 그늘로 숨어드는 것일까?
"애초에 소설 두더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실제 상황이다. 아프지 않아야 할 시기에 통증이 찾아왔다. 진정한 투병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순간 흰 뱀이 속도를 늦추면서 그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는데 그것은 흰뱀이 아니라 바로 오래전에 내 배꼽에서 잘려나간 탯줄이었다."
이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였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태어나, 80년대 유년기를 보내고, 90년대는 청소년기를, 그리고 2000년이 되면 청년이 되어 있는...
흔히 베이비붐시대이고, 청년실업 오천만의 시대이고, 꿈을 상실한, 방황하는, 어느 소설 제목처럼, '상실의 시대'에 태어난, '한없이 투명한 블루'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시대.
아이도 어른도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피터팬이 후크가 되는 과정이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나는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아이이다.
그렇다고 피터팬으로 남기도 거부했다.
주인공 예규는 어쩌면 나다.
아니, 어쩌면을 뺀 나다.
국문과를 나와, 할일없이 떠돌다, 선배의 권유로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역시 공부에 뜻을 가진 것도 아닌, 아직도, 자신의 틀 안에서, 자신의 세계 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자신도 없고, 타인도 없고,
속된 말로 '대가리만 커진'
그저 상념 속에서 자신의 머리만 키워가는 인간형.
해결책도 없이, 그저 현실을 부정만 하고 있다.
예규는 현실을 두더지라는 소설로 보고, 조정자가 자신을 조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해도, 조정자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날뿐,
소설의 끝을 향해, 극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실도피였다.
그것은 현실이었고, 태줄이 떨어져 나간 그때부터, 현실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 우리는 어른이 될 운명 앞에 놓인 것이다.
지금의 젊은이들...
꿈을 상실한 우리들...
우리 안에서 피터팬을 살해하고, 후크의 갈고리를 훔쳐낸 우리들...
피터팬을 타일러, 어른이 되게 해야 했다.
우리는...
꿈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