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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괴테와 함께한 이탈리아 여행

손관승 | 새녘 | 2014년 11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7 리뷰 7건 | 판매지수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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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595g | 130*188*30mm
ISBN13 9788998153151
ISBN10 899815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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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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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앞에서 자문해보았다. 우리는 도대체 왜 길을 떠나는 것일까? 쳇 베이커의 재즈 트럼펫과 다크 초콜릿 같은 그의 쓸쓸한 목소리가 섞인 앨범 [Let’s get lost]를 들으며 제목 그대로 어느 낯선 곳에서 길을 잃어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뭘까? 집에 있으면 편안할 텐데 일부러 고생과 방황을 자청하는 까닭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직장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보아가며 힘없는 목소리로 휴가를 청하고, 잡다한 비행기와 호텔 예약 과정 그리고 출입국 공항에서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런 뒤에도 항공기 기내의 비좁은 공간에 장시간 노예처럼 갇혀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디론가 떠나려 한다.
-29쪽

여행의 핵심은 두 가지, 비움과 채움이 그것이다.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 사람마다 다르고, 곧 그 사람의 인생이기도 하다. 여행이나 출장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짐 싸는
요령이 낫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공연히 욕심만 많아서 떠날 때 벌써 가방이 터질 지경인 사람들도 적지 않으니까.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여행지에서는 후회하면서도 떠날 때는 늘 두고 가길 두려워한다.
어떤 면에서 짐을 꾸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행 가방에서 필요 없는 짐을 덜어내는 일일 것이다. 사실 상당수 짐들은 막상 여행지에서 단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여행 가방의 무게는 여행지에서 감내해야 할 인생의 무게와도 같은 것이다.
-45쪽

혼자 있어야 생각이 고인다. 매사에 양면성이 있어, 사람들 사이에 묻혀 있다 보면 외롭지 않아서 좋지만 반대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고 나만의 독창성이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을 찾으러 간다며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떠나면서도 그곳까지 여러 명이 떼를 지어 가거나 심지어 단체 관광으로 몰려가는 모습은 어딘가 이상하다.
11세기 아랍의 유명한 여행가 이븐 알 아라비는 ‘Siyaha’, 성지 순례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었다. “세상을 걷고 돌아다니며 명상하며 신과 가까워진다.”
고독해야 생각이 고이고, 나를 만나고, 신과 만날 수 있다. 홀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독일에서 위대한 철학자, 위대한 작곡가, 위대한 과학자가 많이 배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95~96쪽

“마흔 네 살의 마키아벨리는 이 모든 것에서 격리된 것이다. 피렌체에서 10km의 거리는 단순한 10km가 아니고, 마당에서 보이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는 단순하게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다.”
마흔 네 살의 사나이가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어떤 심정일까? 오랜 시간동안 기자와 CEO로 재임하다 직장을 나왔어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고 앞이 캄캄한데, 나보다 10년 먼저 직장을 그만두고 바라지도 않는 은둔생활을 해야 했던 그의 심정이 남일 같지 않았다. 아침마다 일터로 나가는 사람들의 씩씩한 발걸음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그는 뜨거운 눈물을 삼켰으리라. 산장을 내려오다 하마터면 레스토랑에서 기념으로 구입한 ‘군주론 500주년 기념 와인’을 떨어뜨릴 뻔했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피렌체 시내의 모습에서 내가 일하던 여의도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215~216쪽

“지나온 날을 헤아리지 말며, 그 짧음을 한탄하지 말라.
너를 데려온 것은 자연이다. 그러니 가라.
배우가 연출가의 명에 따라 무대를 떠나듯이.
아직 연극의 5막을 다 끝내지 못했다고 말하는가
그러나 인생에서는 3막으로 극이 끝나는 수가 있다.
그것은 작가의 소관이지 네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
죽음을 자연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달관의 메시지이다. 황제라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격전지의 한복판에 늘 서있었으면서도 그는 인생의 모순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나이 때문인가? 아니면 오랜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온 까닭인가? 과거에는 읽히지 않고 들리지 않던 그의 글과 말들이 다가오기 시작한다.
-353쪽

이 여행을 앞두고 설렘과 함께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먼 길을 떠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마음 때문이다. 회사 문을 나섰을 때 앞이 캄캄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막상 마주친 현실은 달랐다. 그래서 떠나온 이 여행이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운 것은 어떤 대상이 아니라 두려움 자체일지 모른다. 긴 여행을 마무리하며 상수시 궁전에서 나는 스스로 이렇게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두려움을 두려워말자. 근심 말라구, 쫄지 말라구!”
-465~466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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