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원래 이렇게 몸과 마음이 긴장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자.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얼마나 자유로웠던가. 여러분은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겨우 말을 했지만, 어린아이들은 우렁차게 울어대며 배가 고프다는 것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그러던 것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차츰차츰 어떤 껍질 같은 것이 씌워진다. 이 껍질은 가정환경, 사회적 인습, 혹은 교육환경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서, 우리 내면의 충동을 바깥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내면의 충동을 어떻게 벗길 것인가. 이것이 배우수련의 궁극적인 문제요 전부이다. 배우훈련은 영혼과 육체를 함께 담고 있는 배우의 몸통에 덧씌워진 필요 없는 경직 상태를 벗기는 일이다. 이를 위해 긴장을 제거하는 훈련에는 다양한 접근 방법들이 있다. 마음이 몸을 다스리고 몸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므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면 소리와 움직임이 다스려진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결과적으로 배우훈련은 육체적인 훈련을 통해서든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통해서든 안에서 바깥으로, 바깥에서 안으로 접근하여 심신을 자유롭게 만드는 훈련이다.
---「1강. 성스러운 직업, 배우예술의 길 '낯선 사람들과의 교감'」 중에서
다음의 몸 풀기는 바로 선 자세의 균형을 유지한 채 몸이 유기적이라는 것을 기억하면서 수행한다. 새로운 동작에 들어갈 때마다 바른 자세에서 출발하고 있는지 항상 확인할 필요가 있다.
훈련 6 하늘로 솟구치기
몸 전체의 관절에 자극을 주고 근육을 이완하는 운동이다
① 낮게 솟구치기 : 바로 선 자세에서 그대로 하늘을 향해 높이 뛰는 것이다. 정수리는 위로 솟구치고 발바닥은 아래로 밀면서, 발을 포인트로 하여 두 손을 편안하게 내린 채 펄쩍펄쩍 뛰어 스트레칭한다. 이때 어깨와 고개가 같이 올라가지 않게 한다. 위로 솟구칠 때 발은 포인트가 되게 한다.
② 중간 높이 솟구치기 : 마음껏 최대한 높이 솟구친다.
③ 아주 높이 솟구치기 : 무릎을 조금 구부리면서 몸 전체가 하늘을 찌르듯이 아주 크게 솟구친다. 실제로는 높이 솟구친 것이 아닐지라도 심리적으로는 더 높이, 더 많이, 더 크게 솟구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3강. 몸 다스리기와 부호화 '몸 풀기와 다듬기'」 중에서
훈련 1 가면을 이용해 인물 체험하기
1단계 : 먼저 가면을 바닥에 둔 채 눈으로만 가면의 특징을 관찰한다. 가면의 크기, 이목구비, 표정 등을 살펴보고 나아가 나이, 직업 등도 분석해본다.
2단계 : 가면을 직접 들어서 만져보며 무거운지 가벼운지, 나무로 만들어졌는지 청동이나 천으로 만들어졌는지, 무게와 질감을 느껴본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본다. 가면을 착용했을 때 소리는 어떻게 나올까? 이 가면의 주인공은 어떤 체구일까? 움직임은? 음색은? 내 움직임은 어떻게 변할까?
3단계 : 이제 가면과 조금 더 친밀감을 갖기 위해 가면을 껴안아보기도 하고, 옆구리에 끼고 가면이 걸을 법한 걸음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대화도 해보는 등 가면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해본다.
4단계 : 가면과 친구처럼 친밀하게 움직이다가 자연스럽게 그 가면을 자신의 얼굴에 쓴다. 자신이 가면의 인물이 된 것처럼 상상하고 그 인물이 되어본다.
5단계 : 이번에는 가면을 위로 젖혀 머리 위에 놓은 채 자신의 얼굴로 가면의 얼굴이 되어보기도 한다.
---「6강. 배우의 역할 창조를 위한 기초훈련 '인물 만들기 연습'」 중에서
연극은 객관적으로 정확히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배우가 처음 대본을 읽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읽어 달라고 하고 자신은 편안하게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편안하게 듣는다는 것은 활자 매체의 의미, 문학적인 수식, 설명 등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드라마를 눈으로 그려본다는 것을 말한다. 내 경우에도 연출 작업을 할 때 가능한 한 제3자에게 대본을 일게 하든가 작가에게 읽게 한다. 이처럼 객관적으로 희곡을 한 차례 읽었다면, 그다음으로 처음 읽은 그 느낌과 인상을 적어본다. 처음 읽은 느낌 중 가장 강령한 것부터, 근사한 문장이나 문학적 수식 없이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의식도 갖지 말고 노트에 적어본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배꼽잡게 재미있다.’, ‘이 인물은 유머러스하고 코믹하고 귀여워’, ‘여긴 너무 단조롭다.’와 같이 적는데, 적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많이 적어본다. 이렇게 정리한 것을 크게 A, B, C로 분류한다. A는 작품의 목표나 철학, 아이디와 연결된 플롯에 관한 것, B는 작품의 분위기, 스타일, 양식과 연관된 것, C는 인물과 연관된 것들로 정리할 수 있다.
---「7강. 배우와 희곡, 초월적으로 보고 근원적으로 작업하기 '대본 분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