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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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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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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08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1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0429391
ISBN10 899042939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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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쾌락이란 그것을 얻은 자에게는 하나의 재산이다. 사람은 누구와도 함께 잘 수 있는 ‘자유’가 있으며, 그때 장애물이 되는 것은 이미 행방불명된 하느님이나 ‘정상(正常)’적인 것에 대한 타성적 습관이 아니라 단지 질투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점에 우리의 견해는 일치하고 있다. 질투만 없어진다면 성에 관한 온갖 터부는 일시에 무너져버릴 것이다.
--- p. 19
매년 여름만 되면 잡지들이 총천연색으로 원폭에 대한 특집 기사를 다룬다. 거기에는 화상으로 짓무른, 원폭 피해자들의 처참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실리는데, 이것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특집의 의도는 원폭 반대로 집약되지만, 나는 이런 천연색 잡지를 보고 싶지 않다. 말하자면 원폭 반대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원폭 반대라는 명목을 내세워 인간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려는 심리가 대중들 마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이상, 나는 역사 따위는 믿고 싶지 않거니와 원폭 반대 캠페인에도 동조할 수 없다.
여름이 오고 원폭 기념호가 기획되어 켈로이드(Keloid, 화상으로 인한 종양-옮긴이)와 원폭 수송기를 다룬 특별호가 발매되더라도 단 한 권도 팔리지 않는 그런 시대가 되어야만 비로소 베트남 전쟁은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전쟁을 즐기시는 아버지여,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pp.21-22
내가 축구를 사랑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증오에서 출발한 경기’라는 데 있다. 차는, 발로 차는 행위에서 용솟음치는 힘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자기 페이스에 안주하는 소시민이나 행복한 홈드라마의 주인공들이 까맣게 잊고 있는 바로 그 감정이다. 지금껏 돌멩이 한번 찬 적이 없는, 고분고분한 회사원들도 이제는 두개골을 차며 상대의 골을 향해 달려가는 전사들을 보며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되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축구에는 현대인들이 잊고 지내는 추억의 감정이 어려 있다. 반질거리는 축구화 콧등에 ‘사내다운 멋’의 부활이 달려 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에 등장하는 주인공이자, 이미 연로한 아버지가 된 윌리 로먼이 미식축구선수인 아들에게 한 말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공을 잡은 녀석에게 눈을 떼지 말고 항상 그 옆에 바짝 달라붙거라. 그게 바로 인생의 목적이란다”
--- p.51
가능하면 말의 교미를 주제로 연출을 하고 싶다. 장엄한 미사곡이 흐르는 파란 하늘 아래서 경주마가 서로 첫 대면하는 장면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것은 고대연극에서 볼 수 있는 엄숙하고 웅대한 의식으로 충분히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예술이 될 것이다. 말갈기를 꽃으로 치장한 경주마와 복면을 쓴 경주마의 교미. 그 격렬한 ‘성행위’를 통해 성으로부터 소외된 현대인을 멋지게 비평할 수 있으리라. 인간이라면 시비가 엇갈리는 뒷골목의 비합법적인 쇼에 지나지 않을 일이겠지만, 말이라면 멋진 예술이 될 것이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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