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5년 05월 29일 |
---|---|
쪽수, 무게, 크기 | 216쪽 | 310g | 153*224*20mm |
ISBN13 | 9788936434205 |
ISBN10 | 8936434209 |
발행일 | 2015년 05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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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6쪽 | 310g | 153*224*20mm |
ISBN13 | 9788936434205 |
ISBN10 | 8936434209 |
[character] http://blog.yes24.com/document/10309262
『완득이』,『우아한 거짓말』과 같은 스크린 셀러로 유명한 작가 김려령의 또 다른 작품 『트렁크』를읽게 되었다. 전작으로 보아 『트렁크』가 가벼운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도 더 많은무게와 냉정함과 소스라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우아한 거짓말』속 카톡 장면과는 비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에서의 냉혹함, 씁쓸함이 느껴졌다.
『트렁크』속 여주인공 "노인지"는 W&L 결혼정보 업체, NM 와이프팀 차장으로 29살의 직장인 여성이다. 인지가 속한 W&L 결혼정보업체의 NM부서는 VIP만을 관리한다. 같은 회사라고해도 NM부서는 다른 부서가 알 수 없는, 알아서는 안되는 비밀을 숨기고 있다. 그 비밀 때문에 다른 부서에 비해 초반 승진이 빠르며, 연봉도 높은 편이다. 왜 다른 부서에까지 비밀스러우며, 승진이 빠르고, 연봉도 높을까? NM부서는 사실 "기간제 배우자"가 되어주는 팀이다. 쉽게 말해 "계약 결혼", 더 쉽게 말해 체계적으로 변형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곳인것. 그렇기에 직원도 아무나 뽑지 않으며, 고객도 아무나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일회성 관계가 허락된 곳, 결혼한 상대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동거아닌 동거, 결혼 아닌 결혼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결혼을 회사에서는 출장이라 부르고, 출장이 끝나면 일주일간의 휴가를 준다.
인지가 출장(만기파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어느날, 친구 시정은 인지에게 소개팅을 주선한다. 물론 친구 시정은 인지가 어떤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기에, 소개팅 남에게는 W&L 결혼정보업체의 차장이라고만 말한다. 출장을 마치면 주는 휴식을 편하게 보내고 싶었던 인지로써는 원하지 않았던 소개팅이었고, 소개팅 남으로 나온 엄태성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거부 의사를 밝히지만, 태성은 인지의 회사에 떡 케이크를 들고 계속 찾아온다. 인지가 있는 부서의 특성상 남자와 관련된 소문은 좋지 않았기에, 인지는 다시 한 번 거부의사를 못 박기도하고, 무시해 보기도한다. 하지만, 태성은 시간이 흐른뒤 재결합하여 남편과 함께 있는 인지 부부의 집으로 떡 케이크를 들고 찾아온다. 그제서야 인지는 태성이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직감하고, 두려운 마음에 학교 선배이자 상사인 상무에게 연락을 한다. 인지의 연락을 받은 상무는 회사와 연결된 경호업체와 함께 인지의 집으로 와 태성을 억지로 끌고 나간다. 상무와 경호원들이 태성을 끌고 나가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남편은 태성을 어디로 끌고 간 것인지 남 몰래 조사하게 되는데, 그 결과 인지는 몰랐으면 좋을 상무의 어두운 뒷면을 알게된다. 결국 인지는 선배이자 상사 상무에 대한 실망감과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며, 마지막 만기 파경을 끝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지는 친구 시정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꾸지만, 결말은 깔끔하게 끝나지 않고, 찜찜함을 남긴다.
『트렁크』를 읽다보면, <커피 자판기>와 <떡 케이크>가 유독 자주 등장한다. <커피 자판기>는 친구 시정이 인지의 집에 들여 놓게 되면서 옆집 할머니가 제 집인냥, 카페 인냥 마음대로 들어와 뽑아 마시면서,자주 등장하며, <떡 케이크>는 엄태성이 인지를 만나러 올 때마다, 가져오면서 등장한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큰 의문점을 준다. 소설 속 엄태성은 요리, 꽃꽂이, 비즈공예등 다양한 것을 배어 본 인물로 나온다. 그런데 왜 하필 매번 가져 온 것이 <떡 케이크> 였을까?. 인지에게 관심이 있어서라면, 꽃꽂이나 비즈 공예를 만들어오는 것이 더 나을 법한데, 단 한번도 그런 것들을 들고 오지 않는다. 심지어 떡 케이크도 매번 다르다. 물론 인지의 성격상 아파트 열쇠를 가져다 줬어도 거절했을테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여하는 떡을, 매번 거절 당하면서 매번 다른 맛으로 만들어 오는데, 의문점이 들면서도 섬뜩함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 하나의 의문은 <커피 자판기>인데, 인지는 할머니께 자판기를 가져가시라고 몇번을 말한다. 리본을 달아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제발 좀 가져가라고, 하지만 할머니는 자판기를 가져가지 않으신다. 그냥 이곳에 와서 마시는게 좋다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커피 자판기>는 <떡 케이크>와 달리 100페이지를 넘어가면서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자판기는 당장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찾은 고객이, 지불한 만큼의 돈에 맞게, 그 맛과 시원함을 고객에게 제공해야한다. 만약 그 맛과 시원함을 제공하지 못해 고객이 외면하면, 그 자판기에서 커피는 사라지고만다. 그렇다 해도 고객은 자판기에게도 자판기 속 커피에게도 죄책감을 갖을 필요가 없다. 인지가 있는 W&L 결혼 정보업체의 NM부서가 그랬다. NM부서에 회원들은 결혼제도 부적응자, 자발적 결혼설계자, 통념적 차원에서 결혼이 불가능한 자들이 일정의 금액을 내고, 양심의 죄책감을 갖을 필요가 없는, 일회성 관계가 맺는게 가능한 곳이었다. 회원들은 직원을 선택할 수 있었다, 자판기의 커피처럼....회원의 요청에 무조건 직원이 "예스"가 아닌 "노"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평가가 되었다. 기간제 배우자로 계약이 이루어지면, 인지와 같은 직원들은 회원에 따라, 밀크 커피가 되든, 율무차가 되든, 프림하나 설탕 두 스푼이 되든 고객을 만족시켜줘야 한다. 말하자면 W&L은 거대한 커피 자판기고, 인지와 김차장, 유인영 대리와 같은 사람들은 커피였던 것이다. 결국 인지 집에 놓여진 자판기는, 인지를 대변하는, 일종의 매개체 였는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선택하여 버렸어야 하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움직여져야 하는 그런 자판기 속 커피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판기의 제공자 시정도, 커피 자판기를 좋아한 할머니도 손을 댈 수 없었던건 아니었을까?
자판기에대한 의문을 그렇게 해석했지만, 떡 케이크는 여전히 모르겠다. 왜 하필 떡 케이크였을까. 떡 케이크여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트렁크 』를 읽다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떡과 떡 케이크에 정이 떨어질뻔 해서, 할머니가 자판기를 안가져가는 이유보다, 엄태성이 떡 케이크를 고집하는 이유를 더 알고 싶었다. 그런데 모르겠다. 처음에는 인지의 선택을 재촉하는 표현인가 생각했는데, 인지가 자판기를 버린 이후, 회사를 그만 두었음에도 떡 케이크가 배송되는것 보면 재촉의 표현은 아닌듯 싶다. 그렇다면, 인지가 떡 케이크를 보고 놀라 출장갈때마나 가지고 다니던 트렁크를 잡는 부분을 들어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를 표현하려는 것일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았지만 확실하게 와닿는 그 무언가가 없었다.
도서를 읽는 동안은 그렇게 커피자판기와, 떡 케이크에 의문을 가졌다면, 다 읽고 나서는 왜 도서의 제목이 『커피자판기』가 아닌 『트렁크』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 보니 『트렁크 』는 인지가 속한 사회를 말하는 것 같았다. 트렁크 가방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물건들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 가방에 정확히 무엇이 들어있는지 다른 사람은 알 수가 없다.
『트렁크 』는 변형된 성매매에 대한 소재를 가지고 그것만을 문제 삼고 있지 않다. 옆집 할머니는 젊은 오빠에게 빠져 비싼 물건을 집에 사들인다. 인지의 첫사랑 학부 선배는 동성애자였고, 인지를 만나며 양성애자가 되었다. 그런 그를 인지의 어머니는 더더욱 싫어했다. 어디 사람 좋아하는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인지의 어머니는 인지의 첫사랑을 싫어했고, 그는 결국 떠났다. 인지의 친구 시정 역시 인지를 사랑한다, 그리고 삼총사 였던 동창 혜정은 자살을 했다. 여러 복합적인 인지와 인지 주변인들의 사회를, 다양한 것을 담아내는 트렁크에 빗대어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도서 『트렁크』는 신선한 소재였긴 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였다. 욕이 많았고, 선정적인 부분들이 도서를 조금 거슬리게는 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있고, 또는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그려 넣은 작품이다. 전작 『완득이 』나 『우아한 거짓말 』과는 확연히 다른 더 독해진 직설적 화법은 통괘함을 주면서도 거북함도 주었고, 또 유쾌함을 주는 문장들이었다, 하지만 결말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찜찜한 열린 결말이었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의도를 확실히 파악할 수 없는,커피 자판기에서 어떤 커피를 선택하여 마시든 고객의 마음인 것 처럼, 독자 마음대로 해석해야하는 그런 결말, 그런 결말이 내겐 좀 어렵게 다가온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낌을 정리하자면 도서 『트렁크 』의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그 사회를 읽으면서, 인지 뿐만아니라 우리 모두가 트렁크라는 거대해 보이지만 작은 사회 속, 커피자판기 속 커피에 지나지 않는 느낌이 들어 참 씁쓰름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아한 거짓말을 통해 김려령 작가님의 책을 접하게 됬었고, 이 책도 그러한 이유로 구매하게 됬는데 솔직히 트렁크란 제목은 읽고 나서도 아직 제대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간제 결혼이라는 다소 생소한 상황에서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구나라든가 이러한 상황도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가상의 부부이기도 하고 일년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는 상황을 지나고 그 사람과 헤어지고 다시 새로운 생활을 하고 이런 생활을 하면서 과연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 삶이 더더욱 힘들어 지고 괴롭지는 않을까하면서 그저 아픔만 남을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김려령의 '너를 봤어'를 읽고서 '내 30대 시절 가운데 최고의 책'이라고 단언했음에도, 왜 난 김려령의 글을 계속해서 찾아 읽지 않았을까?
문득 의문이 들어 김려령 작가 이름으로 발간된 도서를 훑어 보았다.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기도했던 작가는 꾸준히 아동 청소년 문학에서 유의미한 작품들을 써내려가고 있는 듯 했다. 정유정 작가가 청소년문학상 수상이후 독보적인 장르성으로 우리 문학계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김려령 작가는 동화와 문학 사이의 불분명한 독자층을 대상으로한 중요한 작품들을 생산하고 있어 뿌듯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사실, 너를 봤어를 읽고는 '완득이를 썼던 작가가 쓴거야?' 라고 놀라기도 했으니, 아동문학가 동화 작가 처럼 청소년문학가라고 프레임을 짓는 것은 부족한 독자인 내 잘못일 것이다.
그렇게 찾아서 구매한 트렁크를 후쿠오카 여행에 가져갔다. 이륙하고나서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아차...' 책을 한권만 챙긴 것이 낭패였다. 여행 중이니 시간 날때 틈틈이 읽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여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짜장면 들이키듯이 금새 읽어 버렸다.
5월 부터 산티아고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서는 없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련한 서적도 몇권을 사서 읽었다. 그 중 화자인 순례자가 노년의 캐나다인 여성과 '자유와 안정'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트렁크'를 읽으며 '자유와 안정'이라는 테마가 떠올랐다.
요즘처럼 경쟁은 치열하고, 사회적 안전망이나 피로 맺어진 친족이라는 네트워크도 부실해진 시대, 안정이라는 것은 최우선으로 꼽게되는 가치가 되었다. 공시족이라는 신조어도, 4포 5포세대라는 씁쓸한 젊은이들의 선택도 불안이 야기한 가치의 선택에 따른 삶의 방식인 것이다.
흔히 '결혼'이라는 관계설정을 '안정'으로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에 관하여 세세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의 감정과 위기에서 필요로하는 인간적유대를 이해한다면, 최소한의 강력적 인적 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결혼이라는 방식이 아직까지는 유용하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결혼을 안정으로 비유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비혼이나 미혼은 '자유'로 상징되어진다. 이분법적이고 예외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규정이나 정의는 아니니 추가적인 이야기는 배제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렁크는 상호모순적으로 보이는 비혼과 결혼을 결합시키는 '상품(용역)'을 소재로 한다. 그러면서도 한꺼풀 속에는 주인공의 선택이 안정과 자유가 어지럽게 섞여 있어 구분하기 어려운(좋은 경제적 보상이 따라오는 직업, 증오스러운 부모로부터의 해방-출장-을 제공하는 직업) 선택이 스며들어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친구들 또한 사회적 시선이 제공하는 안정과 주관적 욕망과 쾌락을 위한 자유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 자체가 자유와 안정간의 갈등 그리고 타협을 통해서 진행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3가지 구도의 심층적이고 입체적인 갈등구조의 소개와 제시 그리고 그 속에서의 인물들의 선택과 가치추구를 교묘(?)하게 서술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려령 작가는 어쩜 이리 내공이 높으면서도 욕심이 많을까 싶기도 했다.
나 또한 안정과 자유를 모두 원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다. 단순한 타협과 포기의 방식이 아닌 상생 혹은 하모니의 방법으로 말이다.
나는 더 용기를 가져야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한 없이 신뢰할 필요가 있으며, 내일이 없을것 처럼 분방하게 살면서도,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깊이 생각했다.
너를 봤어를 읽고 책을 추천하고 싶었던 한사람이 떠올랐다. 트렁크를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보고싶고, 함께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