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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 창비 | 2001년 04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2 리뷰 108건 | 판매지수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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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0쪽 | 390g | 153*224*20mm
ISBN13 9788936433390
ISBN10 893643339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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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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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면 시내 공원에서 백일장 및 사상대회가 열렸다. 현수막이 걸리고 노점들이 펼쳐지고, 각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뭇가지가 늘어진 공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풍경은 마치 조그마한 축제를 연상하게 했다.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리거나 시집이 끼워진 공책을 앞가슴에 품고 나무에 기대서 생각에 잠긴 여학생들의 모습은 남학생들로 하여금 입상과 상관없이 참가에 의의를 두게 만들었다. 문학소녀나 화가를 꿈꾸는 여학생들은 빵집이나 극장골목 같은 데서 만날 수 있는 여자애들과는 질적으로 달랐으며 그런 대회는 학교에서 공인하는 선택된 학생들만의 잔치였던 것이다.

4월이라는 계절과 경치 또한 물오를 나이의 고등학생들에게 나무랄 데 없는 정취와 흥분을 제공했다. 거기에서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소희를 만난 것이었다.1987년 우리 셋은 서른살이 되었다. 두환도 그럴 것이다.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어느날 조국은 숟가락 사이에서 타고 있는 담배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더니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나 참. 이까짓 걸 숨어서 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단 말야?”“그러게 말야. 그걸 못하게 하려고 변소까지 따라와서 끌어내고 따귀를 때리던 놈들은 또 뭐냐.”“얻어맞아가면서 기어코 또 하던 놈들은 뭐고?”승주와 내가 번갈아 한마디씩 대꾸했다.
--- p.78
한동안 우리 넷은 어쩔 수 없이 붙어지내야만 했다. 담임선생이 우리 네 사람의 자리를 교실 한가운데로 고정시켰기 때문이다. 그날 우리가 교무실 입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오가는 사람 모두에게 몇시간 동안이나 반의 명예를 떨친 대가였다. 그후 펼쳐질 수난은 예고 되어 있었다. 어떤 선생은 학생을 지목할 때 "야, 오늘이 며칠이냐? 16일? 그럼 16번 일어나! 다음은 26번" 식으로 하지 않고 "만수산 일어나!"라고 하여 넷을 한꺼번에 세워놓고 질문하기를 즐겼다.

"방금까지 떠든 놈 누구야. 안 나와? 그럼 드렁칡, 너희가 대표로 맞아!"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었는가 하면, "교가 제창! 자, 그럼 만수산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 시작! 만수산 푸른 줄기 뻗어간 터에, 참 그 산이 아니던가......" 식으로 비아냥 대는 일도 다반사였다. 환경미화 때 대형게시판의 네 귀퉁이를 잡아 벽에 붙인다든지 네 칸짜리 뜀틀을 옮긴다든지 아무튼 네 명이 필요한 일이다 싶으면 즉각 '만수산'이 동원되는 건 말하나마나였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우리 사이는 서로 무시하고 싫어하면서도 어느틈에 서로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미묘한 생존의 연대감이 생겨나고 말았다.
--- p.18
텔레비전에서는 연속극이 시작되었다. 고뇌하는 젊은 청년이 친구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울부짖었다. 우리는 순수를 잃어버렸어!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단 말야. 알겠어? 나는 그 젊은이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자신이 순수하지 않다는 고민은 순수한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자기 삶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고민하는 삶이야말로 의미있는 삶인 것처럼. 서른다섯살인 나의 머릿속은 오늘 이 자리의 술값은 누구의 지갑에서 나올까 하는 생각으로 갑자기 바빠졌다.
--- p.171
청소차가 사라질때 아주 역한 냄새를 남겼으므로 나는 그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토하기 시작했다. 내 손 안에 있던 신문이 땅으로 미끄러졌다. 대통령 당선자의 얼굴로 토사물이 튀어올랐다.
--- p.229 마지막 부분 중에서
지식인들은 언제나 자기의 시대를 위기라고 말해왔고 애국자들은 하나같이 자기의 시대를 국난이라고 했다. 그들처럼 간뇌도지를 부르짖으며 간과 뇌수로 바닥을 칠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우리는 그런 인생이 아니다. 그래서 잘못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그들대로 살고 우리는 우리 식으로 살면 되는 것이다. 운전을 하다가 산속에서 기름이 떨어져간다면 잘난 놈들은 남은 연료로 연비를 계산하거나 지도를 펴놓고 주행거리를 줄일 궁리를 하거나 혹은 그 자리에서 도움을 기다리며 기름을 비축해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주유소를 찾아 돌아다닐 뿐이다. 차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차 안에 누워있다가 굶어죽거나 얼어죽으면 그만이다. 오리털 파카에 오리털이 몇 올밖에 안 들어있다고 불평하면서, 가늘고 길게 살고자 했던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해 분해하면서.
--- p.242
중국의 옛 붕우지도에는 두가지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 친구간에는 돈을 융통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친구간에는 서로 선을 권하고 잘못을 나무라야 한다.... 인간관계란 애증이 섞여야만 깊어진다. 못보다는 나사가 벽면과의 공유면적이 더욱 많아 훨씬 더 단단히 박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아프게 할수록 관계는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사람의 관계에서 돈관계만큼 애증의 진폭을 많이 가진 것도 없다. 그러니 친구 사이에 돈이 개입되어야 한다는 게 이상한 말만은 아니다.
--- p.172
조국의 물음에 두환은 안간게 아니라 못 갔다며 세상이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더라고 대답했다.
'세상이 너를 어떻게 했는데?'
두환은 긴 한숨까지 내쉬었다. 자기 장두환이야말로 격동의 80년대를 온몸으로 통과해온 인물이라는 거였다.
'어쩌면 그렇게 소식이 없을 수가 있냐?'
승주까지 한마디 거들고 나서자 두환은 뜻밖에 깊은 감회가 어린 표정을 지었다. 두고 나온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길게 한번 내뿜었다. 그러고도 뜸을 조금 들이는 폼이 아무래도 긴 이야기를 시작할 조짐이었다.
--- p.140
우리의 인생은 죽죽 뻗어가기보다는 그럭저럭 꼬여들었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 안에서 서열을 매기고 역할을 맡기고 죄과를 묻느라 수선을 떨었다. 남자의 인생과 사내들의 우주, 그 성취와 좌절에 대해 진지한 금언을 남기느라 목젖을 떨어댔으며 때로 소주잔 위에 눈물을 뿌리고 낯모르는 이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누가 세계 최고 부자이며 최대의 바람둥이인가, 어느 나라 여자와 어느 나라 경치와 어느 나라 음식이 최고인가 아닌가 따위를 화제삼아 술을 마셨다. 끊임없이 투덜대면서도 어쟀거나 가족을 부양했고, 그런 틈틈이 겸연쩍어하면서도 모르는 척 자질구레한 죄를 저질렀다. 그러는 동안 우리 모두 공평하게 사십을 넘겼다. 만수산 드렁칡, 삶의 여정이란 것이 사실로도 칡처럼 하잘것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었음을 깨달을 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어쩌면 되레 이 일을 계기로 4인방이라는 우스꽝스러운 꾸러미로부터 벗어나와 나만의 품위를 되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기분이 영 홀가분해지지 않았다. 4인방이니 만수산이니 그런 말이 지긋지긋하게 싫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자주 얼굴을 보고 부딪치고 얽혀 지낸 시간이라는 지점에는 무시할 수 없는 어떤 힘 같은 게 생성되는 모양이었다.
--- p.72
승주와 조국에게 늘 돌발과 걸림돌이 생기는 까닭은 간단했다.승주의 입버릇처럼 그들의 인생이 특별히 공교롭게 꼬여 있어서는 아니었다. 다만 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쁜 경우를 일일이 예상하는 사람은 행동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유비무환이라는 말 그대로 그런 사람의 인생은 기복이 없고 위험이 별로 없다. 하지만 재미가 없고 내용도 화려하지 않다. 행동부터 하고 보는 사람은 그 반대이다. 나쁘게 될 경우를 미리 염두해 두지 않기 때문에 아무 준비없이 인생 속으로 쳐들어간다.
--- p.204
새벽바람은 몹시 차가웠다. 내 앞으로 청소차가 한 대 와서 멈춰섰다. 짐칸 뒤쪽에 가로로 질러진 발판을 딛고 서 있던 몇 명의 환경미화원이 차에서 내렸다. 무겁고 냄새가 지독한 쓰레기봉투를 힘겹게 청소차에 옮겨싣기 시작했다. 그들이 올라타자 청소차가 다시 출발했다. 그때 내 눈에는 동작이 약간 굼뜬 청소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신참인 것 같았다. 선배 청소부들은 발판을 차지하고 나란히 짐칸에 서 있는데 뒤늦게 올라탄 그는 미처 두 발을 얹을 자리가 남아 있지 않았으므로 간신히 한 발만을 올려놓고 가고 있었다.

마치 뛰어가다가 순간 정지한 사진처럼 그의 다른 한쪽 발은 허공을 향해 떠 있었다. 한 발만을 바닥에 딛고 서 있는 그의 몸은 청소차가 흔들릴 때마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앞뒤로 비틀거렸다. 두 손으로 손잡이를 꼭 붙들고 있는 그의 입에서는 유난히 많은 입김이 날렸다. 청소차가 사라질 때 아주 역한 냄새를 남겼으므로 나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토하기 시작했다. 내 손 안에 있던 신문이 땅으로 미끄러졌다. 대통령 당선자의 얼굴로 토사물이 튀어올랐다.
--- p.229
사람들은 자기에게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멈추고 돌아보니 그렇게 의식없이 보내버린 시간이 쌓여서 바로 자기 인생이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뭐라고? 나는 좋은 인생이 오기를 바라고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아직 인생다운 인생을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내가 무턱대고 살아왔던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이었다고?
--- p.53
반면 나의 신중함과 완벽주의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진취성이 부족하다는 거였다. 그런 판단의 저변에는 팀장이 개띠 동기의 대학 선배라는 사실, 그리고 둘다 고향이 같다는 사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또한 학연과 지연만 패거리를 만들고 세를 형성하는게 아니었다. '알티'라고 불리는 ROTC들, 무슨무슨 특수한 군부대 출신들, 그리고 같은 동네 조기축구회까지 조금의 공통점이라도 있으면 서로의 기수를 확인한다, 반지를 마주대본다, 허리춤을 뒤적거리며 버클을 확인한다 하면서 이산가족이라도 상봉한 듯 호들갑을 떨며 금방 근친적 감격에 휩싸이는 것이다.
--- pp.128-129
몇년 뒤 두환은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 우연히 명동에 나갔다가 그 남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뭐라고 외치자 시위대들이 일제히 오른손을 치켜들고 구호를 외치는데 미국을 욕하는 것 같았다. 두환은 그 남자가 광주에서 본 인물이 맞는지 보려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마침 진압이 시작되고 투석전이 벌어지는 바람에 정강이에 돌을 맞았다. 피가 흘렀으므로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기자가 다가와서 이름과 나이를 물어 갔다. 다음날 두환은 버젓이 제 이름이 박힌 신문을 읽을 수 있었다. '폭력시위로 길 가던 시민 장두환(33세)씨가 돌에 맞아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럴 수가 있나! 두환은 흥분했다. 어떻게 해서 나이가 무려 네살이나 많게 나왔는지 따져보려고 신문사로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기자와 통화는 하지 못했다.
--- p.
근자 소설과 관련될 만한 사사로운 경험이 있었다.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0여년이 넘어 처음으로 동창회라는 모임에 가게되었다. 이제 중년이 된 동창들의 얼굴을 보는 일이 일은 물론 즐거운 일이다
--- p.247
그러나 이상하게도 기분이 영 홀가분해지지 않았다. 4인방이니 만수산이니 그런 말이 지긋지긋하게 싫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도 자주 얼굴을 보고 부딪치고 얽혀 지낸 시간이라는 지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어떤 힘 같은 게 생성되는 모양이었다. 청소년기에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은 백번 옳은 말이다. 친구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 예민한 시기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무리 한심한 놈들과도 함께 지내다보면 결국은 정이 생겨버릴 만큼 순진한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순수함을 탓할수는 없는 일이었다.
--- p.72
그래서 너는 사는 게 재밌냐? 이 나이에 재미는 무슨 재미야. 술 맛 있는 줄은 모르겠고 마누라가 목욕을 해도 돌아 누워서 자고. 진짜 뭘 해도 재미있는 줄 모르겠어. 돈도 얼마 못 벌어놔서 노후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고. 뭐 이 타령으로 살다가 끝나는 거겠지. 별거 있겠냐. 지친건지 노쇠한 건지 아무튼 의욕이 별로 없어. 나이 들수록 부부가 서로 의지하면서 친구처럼 함께 늙어간다는 말도 다 헛말이야.
--- p.240
그는 늘 자기가 개띠임을 내세웠다. 남의 살로는 맛에서 개를 따라올 고기가 없다는 둥 개가 아이큐가 높고 기억력이 좋아 웬만한 인간보다 낫다는 둥 전라북도에 있는 '오수'라는 지명의 유래를 아느냐는 둥. 그것만이 아니다. 자기 동네에 개장수에게개를 판 주인이 있었는데 그 개가 도망쳐서 개구멍과 개골창을 통과해가며 천신만고 끝에 개 같은 꼴을 하고 간신히 집에 돌아오자, 그 개주인은 개장수가 다시 찾아와 개 값을 물어달라고 개소리를 하고 개망신을 줄까봐 개를 어디서 굴러먹은 개뼈다귀냐는 듯 아는 척도 하지 않았는데...
--- p.126
6,70년대 '한국적 근대경험'의 조각들은 그의 첫 장편 <새의 선물>에서 적절하게 모자이끄되었다. 그후 상재된 그의 작품 전반에서 또한 예의 이미지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데 실제 작품의 저변에는 일상의 자리에서 만나는 그의 이미지가 아닌 '작가 은희경'의 목소리와 태도가 따로 있었다. 그의 글쓰기 전략일 수도 있고 혹은 세계에 대한 그만의 해석과 태도의 소산일 수도 있는 그것은 내게, 뾰족한 펜싱 검을 쥔 날씬한 여검객으로 요약된다.

그를 '가차없는 시선'의 소유자라 불렀던 논평도 있거니와, 그의 작품에서 언제나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비정하리만치 냉엄한 그리고 냉소적인 시선이었다. 겉으로는 농담기와 유연한 '풋워크'를 보이지만 그의 시선이 끝까지 쫓아가서 찍어누르는 것은 시종 급소였다. 허위의식, 주관적인 정당화, 관성화된 감성이나 통념 등등, 거기에 은근히 합류해 살아가느 편암함에의 들척지근한 욕망, 그러므로 그것의 정체에 대해서는 애써 모르는 척하는 일상의 모순, 분열적인 감정, 태도, 사고 등을 그리 예리한 검끝은 꾹 찔렀다.
--- p.245
1987년 우리 셋은 서른살이 되었다. 두환도 그럴 것이다.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어느날 조국은 손가락 사이에서 타고 있는 담배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더니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나 참, 이까짓 걸 숨어서 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단 말야?"
"그러게 말야. 그걸 못하게 하려고 변소까지 따라와서 끌어내고 따귀를 때리던 놈들은 또 뭐냐."
"얻어맞아가면서 기어코 또 하던 놈들은 뭐고?"
승주와 내가 번갈아 한마디씩 대꾸했다.

그렇다고 서른살이 된 우리가 술담배하는 고등학생에게 너그러운 건 아니었다. 며느리 늙은 것이 시어머니라는 말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역할이론이란 것도 그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고 역할이 인품을 결정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삐딱한 고등학생을 보면 우리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의 서른살짜리가 그랬듯이 우리는 쪼그만 놈이 벌써부터, 하며 한심해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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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의 『마이너리그』는 매우 독특한 성장소설이다. 평범하지 않은 인물의 사회화 과정을 추적하곤 하는 일반 성장소설과 달리, 그녀는 이 작품에서 중소도시 출신 개띠 동창생 네 명의 범속한 운명을 추보하면서, 가볍되 결코 경박하지 않은 특유의 문체에 기초한 안정된 서사력으로 일각의 문학적 진실을 길어올린다.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통과해온 그녀 세대의 집단적 평균초상을 통해 작가는 새삼, 인간을 움직이는, 그럼으로써 사회적 진화를 추동하는 근원이 되는 욕망을 갈피갈피 관찰하면서, 그 맹목적 힘의 연기(緣起)를 따라 유전하는 우리들 삶의 실상을 연민속에 포옹하는 것이다. 『마이너리그』는 40대 초입에서 자신의 삶과 문학을 반추하는 중간결산이다. 이후 은희경문학의 21세기가 어디로 출범할지 벌서 궁금해진다.
--- 최원식(문학평론가, 인하대 국문과 교수)
유신세대의 성장기이자 그들을 위한 만가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시대와 치열하게 대결하는 영웅적 투사가 아니다. 그들은 먹고살기에 급급한 보통의 시민이고, 언제나 변두리로 밀려나는 무능한 생활인이며, 자신의 하찮은 삶에서 어떠한 초월도 꿈꾸지 못하는 일상적 존재에 불과하다. 요컨대 그들은 유신세대라기보다 베이비붐 세대에 가깝다.

그러나 농담처럼 가벼운 그들의 삶이야말로 산업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며, 연속극처럼 통속적인 그들의 인생유전 속에는 뜻밖에도 현대적 삶의 심오한 윤리학이 숨어 있다. 우리는거창한 대의명분에 가려진 시대의 이면을 경쾌하게 들춰낸 이 작품에서 은폐되고 오해된 삶에 정당한 자리를 찾아주는 소설적 진실의 권능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 진정석(문학평론가)
나는 내가 남자에 대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고 여자를 미화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탐문이 아니다. 그냥, 사람의 이야기이다. 사람의 삶이란 저 자신이 알게 모르게 사회 속에서 모양이 만들어지고 구부러지고 닳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여성이라는 사회적 상황은 한때 나로 하여금 남성성에 대한 신랄함을 갖게 했다. 이제 나를 세상의 남성과 화해하게 만든 것은 삶의 마이너리티 안에서의 동료애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도중(道中)에 있다.

강철주 권지상 김광일 김명인 김병진 김상익 김선호 김성용 김승구 김영민 김영주 김완규 김용범 김일선 김재태 김종대 김준홍 김진태 나경원 노태우 문정우 박정희 박종 서기흔 연동철 오시환 우국빈 유은택 윤석춘 윤해웅 은희웅 이동균 이등세 이병선 이상율 이영조 이우승 이정근 이종욱 이종현 이종환 장석철 장충의 전두환 전종진 정동우 정치오 조성철 조연동 차기호 최덕호 최병도 최재국 최태원 한현수 홍성주

위의 사람들은 나에게 이 소설을 쓸 수 있도록 해준 남자들이다. 과장되고 희화화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 자리를 빌려 양해를 구한다. 1998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중편을 이 장편으로 고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읽는 사람들에게 조금의 유쾌함이라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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