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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저 / 박석무 편역 | 창비 | 2001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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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9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36470647
ISBN10 893647064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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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희 사촌들이 5, 6명 되는데 내가 만약 임금의 은혜를 입어 살아서 고향땅을 밟게 된다면 이 대여섯 애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고 싶다.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효(孝)와 제(弟)에 그 근본을 두고 경사(經史)와 예악(禮樂), 병농(兵農)과 의약(醫藥)의 이치를 투철하게 알게 해주는 일이다. 짐작컨대 4,4년이 못되어 그 성과가 찬란할 것이고 비록 폐족 집안이긴 하지만 문학과 예학(禮學)의 교양은 뚜렷하게 돋보일 것이니 이것이 바로 내가 아침 저녁으로 북쪽을 바라보며 빨리 풀려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이유이며 나의 큰 계획이다. 하지만 너희들이 먼저 아버지를 섬기듯 큰아버지를 섬기는 모범을 세워야 봉륙이나 칠복이 비로소 자기 아버지처럼 나를 섬기게 될 것이 아니겠느냐? 너희들이 좋지 않은 본보기를 남겨 우리 아버지만 아버지고 큰아벚나 작은 아버지는 집안 사람 가운데서 조금 더 가까운 사람 정도로 생각한다면, 경사나 예악을 와서 배우려 하지 않을 텐데 어떻게 효나 제의 행실을 가르쳐줄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큰아버님 섬기기를 아버지 섬기듯 하여 봉륙이나 칠복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나의이 계획은 참으로 큰 것이니 비록 너희들 마음에 썩 내키지 않더라도 힘써 이 뜻을 따라주기 바란다.
---p. 62-63
세상에 비스듬히 드러눕고 옆으로 삐딱하게 서고,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가지(動容貌, 出辭氣, 正顔色)가 학문을 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할 곳인데, 이 세가지도 못하면서 다른 일에 힘쓴다면, 비록 하늘의 이치에 통달하고 재주가 있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식견을 가졌다 할지라도 결국은 발꿈치를 땅에 붙이고 바로 설 수 없게 되어 어긋난 말씨, 잘못된 행동, 도적질, 대악, 이단이나 잡술 등으로 흘러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세 가지[三斯]로써 서재의 이름으로 삼고 싶었다. 다시 말하면 이 세 가지는 난폭하고 거만한 것을 멀리하고 어긋난 것을 멀리하고 미더움을 가까이한다는 의미니라.
--- p.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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