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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지금 용서하고 지금 사랑하라

: 인도에 간 수녀님, 바티칸에 간 스님

조현 | 비채 | 2006년 11월 0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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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85쪽 | 454g | 148*210*20mm
ISBN13 9788992036238
ISBN10 89920362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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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원더풀!”
스님들과 함께 수녀님과 교무님들이 평화롭게 앉아 명상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외국 순례객들이 탄성을 질러댔다. 프랑스 청년들과 아가씨였다. 얼마 전 자기 나라에서 일어난 무슬림들의 대규모 시위로 다종교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경험한 그들에게 다양한 옷을 입은 여러 종교 수도자들이 함께 명상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p. 39-40

“어, 어!”
마치 힌두 신상처럼 미간에 붉은 반점을 선명하게 찍은 마리 코오르 수녀님의 모습에 다른 수녀님들은 놀라서 말문이 막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난 이제 완전히 잘렸어. 잘렸어.”
마리 코오르 수녀님이 우스꽝스럽게 손을 목에 대며 수도원에서 이제 퇴출됐다는 신호를 하자, 스님도 교무님도 수녀님들도 일제히 “와!”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부처님 성지에서 가진 법회 때 고개를 숙이지 못한 수녀님의 모습에 마음이 상했던 스님들, 자신의 식습관을 강요하는 듯한 스님의 모습에 거부감을 느꼈던 수녀님과 교무님, 그들 사이에 놓인 미묘한 경계선이 ‘툭’하고 끊어지는 웃음이었다. ---p. 94-96

어디선가 삼소회 수도자들의 평화의 기도가 들렸다. 나만이 아니라, 또 너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생명을 누리자’고. ‘모두 살자’고. 기도하는 삼소회를 한 나무가 지켜주고 있었다. 온 생명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2,000년을 서서 기다려온 그 ‘올 리브all live’나무였다. 서로가 원한에 원한을 더해가는 인류의 죄를 짊어지기 위해 기도하던 예수님을 지켜본 올리브 나무가 모두를 살리기 위한 간절한 절규를 다시 내 가슴에 전해왔다.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p. 170-171

삼소회원들도 욕망의 넓은 문을 두고 가난의 좁은 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교화 현장을 진두지휘하면서도 한 달에 용금 30만 원으로 살아가지만 늘 깔끔하고 아름다운 삶을 유지하는 교무님들, 한 달에 10-20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면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수녀님들, 자신은 검약하기 이를 데 없이 살면서도 남에게 베푸는 손은 크기만 한 스님들……. 어떻게든 다른 사람의 몫, 다른 나라의 몫, 자연의 몫을 빼앗아 내 배만 채우려는 세상에 아직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p. 269

인천공항에서 19일 간의 대장정을 끝내고 헤어지는 순간이었다. 본각 스님이 무엇엔가 끌리듯 베아타 수녀님에게 다가갔다. 베아타 수녀님도 스스럼없이 팔을 벌렸다. 둘은 꼭 껴안았고 귀국 비행 내내 얼굴에 드리웠던 회한의 표정은 발그레한 홍조로 바뀌었다. 서로에 대한 용서와 포옹이 가져온 축복이었다. 이들의 포옹은 순례의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p.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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