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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인디아

로맨틱 인디아

: 채유희 여행 에세이

채유희 | | 2009년 01월 0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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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140*190*30mm
ISBN13 9788954607377
ISBN10 8954607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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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간절한 소원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졌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 때문에 힘들고 무겁던 마음이 욕심을 내려놓자 가벼워졌다. 빌어야 할 소원이 없는 것만으로도 난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디아를 사서 소원을 빌면 내 행복을 부인하는 것만 같아서였을까. 나는 끝내 디아를 살 수 없었다.
--- p.48 「마법에 걸린 밤」

영적인 빛으로 가득한 도시라는 뜻인 바라나시는 갑자기 모든 빛을 잃고 어둠으로 가득하다. 길 안내판은커녕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한밤중보다 더 깜깜한 길에서 나는 완전히 방향감각을 상실해 버렸고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봐도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할 뿐이었다. 나를 치고 간 소의 창자처럼 역하고 꼬인 길을, 퍼붓는 비를 맞으며 얼마나 헤맸는지 시간마저 길을 잃은 것 같았다.

깜깜한 날에는 울어도 괜찮다.
비오는 날에는 울어도 괜찮다.
깜깜하고 비가 와 마음이 질퍽한 날에는 울어도 괜찮다.
눈물로 내 눈을 씻고 나면 더 밝은 세상이 보이는 법이니까.
그런 날에는 6살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어도 괜찮다. 괜찮다.
--- p.95 「여섯 살 아이처럼」

“어떻게 혼자 여행을 다니니? 넌 정말 신기해!”
나는 대답 대신 반달눈이 되게 웃으며 손을 크게 흔들었지. 버스는 점점 너에게서 멀어져 그 큰 키의 너는 손톱만해지고, 손톱이 된 너는 점이 되고, 점이 된 너는 잠시 반짝하더니 사라져버렸어. 빛이 되어 사라져버린 너를 향해, 나는 아까 하지 못한 말을 나지막이 속삭이지.

‘그럼 이제부터 네가 함께 해줄래?’
--- p.179 「손을 잡아요」

창 너머로 갠지스 강이 보이고, 양쪽 창을 활짝 열고 누워 있으면 바람이 노래를 부르며 담을 넘어온다. 달빛을 담고 갠지스 강 내음을 담아 야심한 달밤에 처녀의 방문턱을 넘어버린 바람은 세상 어떤 연인보다 달콤하다.
--- p.241 「바람에 발목 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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