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신기합니다. 실의 고리를 만들고, 이 고리에 실을 건 후 새 고리를 만드는 걸 계속해서 반복하지요. 14세기경 북유럽 항구 지역 여인들의 손에서 짜이기 시작한 이 니트는 원래 물고기를 잡는 어망의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방한용 니트 스웨터는 특히 추운 겨울의 칼바람을 막고 습한 기운에서 인체를 보호해주는 기능을 했기에, 많은 여성들이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나 애인을 위해 부적을 그리듯 한 땀 한 땀 손으로 스웨터를 짰다고 합니다. 여인의 따스한 사랑이 담겨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스웨터를 짜기 위해 실 한 올 한 올의 고리를 서로 엮어야 하듯, 인간과 인간의 고리가 엮어져 촘촘한 관계의 망을 만드는 원리가 들어 있음을 배웁니다. --- 「인생은 잘 짜인 한 벌의 스웨터」중에서
「웃는 얼굴―소년」이란 그림을 보면, 빨강색 조끼에 줄무늬 셔츠를 입은 꼬마의 가지런한 두 손이 유독 곱습니다. 환하게 웃을 때 황톳빛 대지에 퍼져가는 꽃 이파리도 예쁘지요. 특히 이 그림에선 노란색 배경이 눈에 선합니다. 괴테는 노란색을 가리켜 빛에 가까운 색이라 했고, 노란색을 갖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빛의 밝음과 따뜻함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지요. 작가는 노란색이 소년의 빛깔이라고 생각해서, 배경에 노란색을 자주 썼다고 합니다.
이 그림을 그리던 당시, 이전의 민화 작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그림 형태를 모색하던 화가는 마음이 많이 심란했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아내에게 경제활동을 맡기고 전적으로 그림에만 전념하던 시절이라 미안한 마음에 웃는 얼굴을 더욱 잘 그리고 싶었다고 하네요. 함박웃음을 짓는 얼굴을 그리고 나면 세포 하나하나에 스마일 표시가 그려지는 것 같았다고 하니, 화가 자신에게도 그림이 치유 효과를 발휘했나 봅니다. --- 「웃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중에서
삶의 무게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여행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제가 머리를 짜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여행했던 곳의 풍경 사진, 혹은 그곳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꺼내보세요. 이도 저도 없다면, 잡지나 신문을 꺼내어 여러분이 가고 싶은 장소를 선정한 후, 가위로 오려내어 도화지 위에 하나씩 붙여보세요. 어떤 사진들이 붙어 있나요? 광막한 푸른 산맥과 빙하, 수정처럼 맑은 호수, 다 좋습니다. 그때의 추억을 자그마한 글씨로 적어보세요. 편안함을 준 장소의 특징을 적으며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을 취하세요. 산의 빛깔과 모래 위에 부딪치는 하얀 거품의 형태들, 함께했던 사람들의 추억이 떠오를 겁니다. 이렇게 다른 이들을 위한 여행 가이드를 만들어보는 겁니다. 이 여행 가이드 만들기는 미술치료에서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 「삶에 지친 당신, 여행을 떠나라」 중에서
「개도 남자다」라는 작품을 보면, 인간 커플의 닭살 돋는 애정 행각에 질려 산책을 거부하는 개의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커플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아닐까 싶지만, 질투라고 부르기엔 유머가 가득 배어 있습니다.
흔히 유머와 위트를 구분할 때, 위트와 유머 공히 말로 사람을 웃기는 것이지만, 위트는 신랄한 비수를 숨기고 있는 반면에 유머는 대상에 대한 따스한 동정을 포함한다고 말하지요. 상처를 주는 말을 하지 않고 타인을 껴안는 것입니다. 주정아의 그림 속엔 이처럼 가슴 한구석을 후벼 파는 아련한 유머가 있습니다. --- 「이 죽일 놈의 연애」 중에서
이상선의 그림은 사랑 앞에 처연히 울어본 사람들을 위해 바치는 송가입니다. 또한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행복한 경고장이지요. 실연은 숨긴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억압한다고 심연 속에 가라앉는 사건도 아닙니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하지만 결국 주체는 ‘나’라는 사실을 배우면서, 사랑의 연금술을 통해 성숙해지는 내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사랑이 안 될 땐, 내 안의 어떤 문제가 나를 사랑 불능의 코드를 가진 존재로 만들었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내가 제대로 서지 않는 한 아무리 멋진 상대를 만나도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겠습니다. --- 「꽃을 그리는 시간」 중에서
이인청의 작품 속 아줌마는 때로 짜증도 내고, 풀이 죽어 있기도 하고, 지나간 추억 속의 데이트 장소를 거닐기도 합니다. 왜 작가는 셀프카메라를 찍은 걸까요?
철 지난 원피스를 걸쳤을지언정, ‘잇백’을 가지고 있진 않을지언정, 손등 위로 떨어지는 무료한 오후의 햇살을 행복하게 맞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음을, 자연과 함께 나를 찍음으로써 부재에서 긍정의 존재로 건너가는 다리 위에 ‘내가 서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 설정한 인형극의 무대에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관객의 입장이 되어 넉넉하게 생을 바라보자는 뜻을 담았으리라 생각해봅니다.
--- 「주부 우울증에 걸린 당신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