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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28g | 137*207*30mm
ISBN13 9788972757955
ISBN10 8972757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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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 자제력, 외교술. 요령과 외교술의 차이가 뭘까? 아마 ‘요령’은 예의 바르게 말하는 것인 반면 ‘외교술’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겠지. 그런데 ‘자제력’에 그게 포함되지 않나? ‘자제력’에 세 가지 다 포함되지 않을까?
사람들이 언어를 너무 헤프게 쓰는 경향이 있다고 케이트는 생각했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어휘를 사용했다.
--- p.44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으면 실제로 몸이 아프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후 며칠간 케이트는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에도 몇 차례 겪었지만 이번 일은 전혀 새로운 경험으로, 칼날로 가슴을 도려내는 기분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왜 하필 가슴일까? 심장은 뛰는 펌프들에 불과한 것을. 그런데도 가슴에 멍이 든 기분이었고, 심장이 쪼그라드는 동시에 부은 것 같았다. 이 말이 자기모순으로 들린다면 그러라지 뭐.
케이트는 매일 황량한, 철저히 혼자라는 감정에 빠져 걸어서 출근했다.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동행이, 같이 웃고 속내를 털어놓고 옆구리를 찌를 사람과 함께 있는 듯했다. 벌써 서로 모르는 게 없는 여자애들. 친해져서 머리를 맞대고 속삭이는 커플. 차 옆에 서서 한바탕 수다를 떨다가 출근하는 이웃 여자들. 그들은 괴팍한 남편, 못 말리는 10대 자녀, 라이벌 친구들에 대해 속닥대다가 말을 끊고 케이트에게 “굿모닝”이라고 인사하곤 했다―심지어 그녀를 모르는 사람들도 그랬다. 케이트는 못 들은 체했다. 머리를 푹 숙이면 머리카락이 옆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 p.91~92

이제 사람들은 그녀를 다르게 보는 듯했다. 케이트는 지위를 얻었다.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갑자기 그들은 그녀의 말에 관심을 가졌다.
케이트는 이전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중요한 사람도 아니었었다. 이런 변화가 화나면서도 어이없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또 사기 치는 기분도 느껴졌다. 혼란스러웠다.
결혼이 그녀의 수습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약혼 발표를 한 이후 단 한 번도 원장실에 불려 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p.199

하긴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들은 조카딸을 치우게 되어 흐뭇했다.
케이트는 늘 아주 껄끄러운 사람이었다―곤란하게 하는 아이, 시무룩한 10대 소녀, 대학 생활 실패자.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데 이제 친척들은 해답을 얻었다, 결혼시키면 그만이었다. 케이트 걱정을 한순간도 할 필요가 없을 터였다.
--- p.208

“당신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여기서 지낸 3년은 힘든 시간이었어요. 외로운 세월이었죠. 곤혹스럽고. 다들 미국에서 지내는 게 무슨 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굴지만 백 퍼센트 선물만은 아니에요. 미국인들은 딱 오해하기 좋게 말해요. 아주 친절해 보이고, 처음부터 이름을 부르죠. 그들은 아주 편하고 격의 없어 보여요. 그러다가 전화를 꺼 버리죠. 난 미국인들이 이해되지 않아요!”
그와 케이트는 한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었다. 그녀는 표트르의 반짝이는 가는 금색 수염과 파란 눈에 박힌 작은 갈색 점들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었다.
표트르가 물었다.
“혹시 언어 때문일까요? 난 단어를 알지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해요. 내가 말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일 때 그 ‘당신’을 칭하는 특별한 단어가 없어요. 영어에는 오직 하나의 ‘당신’만 있고, 당신에게 말하든 모르는 사람에게 말하든 똑같이 ‘당신’이라고 해야 해요. 내 친밀감을 표현할 수가 없어요. 난 이 나라에서 집이 그립지만, 지금 내 모국에 있다 해도 집을 그리워할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돌아갈 집이 없으니까―친척도 없고, 지위도 없고, 내 친구들은 나 없이 3년이나 살았어요. 내게는 아무 곳도 없어요. 그래서 나는 여기서 괜찮은 척해야 해요. 모든 게…… 어떻게 표현하죠? 끝내주게 좋은 척해야 된다고요.”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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