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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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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651쪽 | 153*223*35mm
ISBN13 9788949714837
ISBN10 894971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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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다! 인간의 힘으로 못할 일은 하나도 없다, 다만 겁을 먹기에 아무 일도 못 하는 것이다. 이건 절대적인 진리이다. 그런데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새로운 한 걸음, 새로운 자기 자신의 말, 이것을 가장 두려워하지……. 그건 그렇다 치고, 난 지나치게 중얼거린다. 이렇게 생각만 하니까 아무 일도 못 하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까 생각하고 지껄이기만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혼자 중얼대는 버릇이 생긴 것도, 내가 한 달 동안 방구석에서 꿈 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난 왜 이렇게 망설이고 있을까? 정말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대체 그 일은 진실한 것일까? 쳇! 진실이라고? 진실은커녕 헛된 망상에 불과해! 그냥 장난에 지나지 않아! 그렇다, 장난이다!’ --- p.10

자기 한 몸을 위해서, 자기 한 몸의 안락을 위해서, 아니,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결코 자기의 영혼을 팔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존경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기꺼이 자신을 팔려는 것이다! 수수께끼의 열쇠는 바로 이것이다. 오빠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두냐는 모든 것을 팔려는 것이다! 아, 사람이란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의 도덕적 감정을 억누르고 자유와 양심까지도, 아니, 그 이상의 것까지도 서슴지 않고 고물 시장에 내놓는 법이다! --- p.54

“폴렌카, 내 이름은 로지온이란다. 언젠가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렴. ‘주님의 종인 로지온’ 하고 말이야. 그것으로 되니까.”
“앞으로 평생 동안 아저씨를 위해 기도할게요.” 소녀는 다시 그를 껴안았다. --- p.210

즉 온 인류의 예를 들어 건설자나 입법자를 보더라도 태곳적부터 오늘날까지 리쿠르고스, 솔론, 마호메트, 나폴레옹 같은 사람은 모두 하나같이 새 법률을 반포하고 그 법률에 의해 종래 사회가 신봉해오던 구법(舊法)을 파괴한 그 하나만으로도 범죄자인 것입니다. 그들은 자기를 위해서 피를 흘려야만 할 경우에 처하면―무고한 피도 있고 옛 질서를 위해 흘린 비장한 피도 있지만―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피를 흘리게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제까지의 인류를 위한 건설자나 은인들은 모두 도살자입니다. 이건 중요한 일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위대한 점이 있거나 남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좀 색다른 말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기가 타고난 그 천성 때문에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p.288

나는 이 세상을 한 번 살 뿐이다. 나의 삶은 결코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결코 ‘인류 전체의 행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 나는 나대로 스스로 살고 싶을 뿐이다. 그렇잖으면 죽는 것만 못하다. 나는 다만 ‘인류 행복’의 도래를 기대하면서도 자기의 푼돈 1루블을 주머니에 넣고 굶주리고 있는 어머니 곁을 그냥 스쳐가기가 싫었던 거야. 나는 전체의 행복을 건설하기 위해 벽돌을 한 장 한 장 나르고 있다. 이것으로 나는 정신적 위안을 느끼고 있다, 하고 말했겠다. 하하하! 어째서 너희들은 나를 버려두었나? 나는 한 번의 삶밖에는 갖지 못한다! 난 살고 싶은 것이다……. 아, 나는 미적 취미를 가진 한 마리의 이〔蝨〕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 p.304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슨 볼일이 있어서 나는 지금 그녀를 찾아갔단 말이냐? 볼일이 있다고 그녀에게 말했지? 그러나 도대체 무슨 볼일이 있었던 거야? 볼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었어. 간다는 것을 알리러 갔다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 그럴 리야 없겠지, 그럴 리야! 조금 전만 해도 강아지처럼 그녀를 내몰지 않았던가? 그녀에게 십자가를 얻는다는 것이 정말 필요했을까? 아, 나는 정말로 타락했구나! 아니야, 내게는 그녀의 눈물이 필요했어. 겁에 질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이 필요했던 거야. 그녀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시달리는 것이! 무엇이라도 좋으니 매달려서 그 시기를 늦추는 것이! 인간을 보는 것이 필요했던 거야! 그러한 내가 그토록이나 교만해지고 자만심에 가득 차다니 우습지 않은가? 나는 거지야, 쓸모없는 인간이야, 비열한 놈이야, 비열한 놈! ’ --- p.597

‘대체 내 사상의 어떤 점이 창세 이래 이 세상에 우글거리고 있는 다른 무수한 사상이나 이론보다 치졸했단 말인가? 전혀 얽매이지 않고 일상의 영향, 지배로부터 해방된 넓은 안목으로 이 사건을 본다면, 물론 나의 사상은 절대로 그처럼 기이한 것은 아닐 것이다. 아아! 5코페이카의 값어치밖에 안 되는 값싼 부정론자나 현자 양반들아, 어째서 당신들은 그런 어중간한 곳에서 헤매고 있는 것인가!’
--- p.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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