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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길 위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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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64g | 140*198*20mm
ISBN13 9788934935032
ISBN10 893493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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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 나는 생일파티에 못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러 갔다. 집안 일 때문이라는 핑계를 꾸며냈다. 악셀은 내가 올해 최고의 파티를 놓친 거라고 했고,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날부터 레아 제르맹과 악셀 베르누는 한 번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하루는 코르탕즈 선생님이―내가 몇 달 전부터 만나고 있는 심리학자 여선생님이다―나에게 ‘지적 조숙아’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를 설명해주었다.
“네가 최첨단 자동차라고 생각해보렴. 옵션도 어마어마하게 장착되어 있고 대부분의 다른 차들보다 뛰어난 기능도 많이 있는 자동차. 그래서 넌 다른 차보다 훨씬 속도도 잘 내고 성능도 뛰어나단 말이야. 그건 대단한 행운이지. 하지만 그런 차로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단다. 너에게 있는 옵션들이 몇 가지인지, 그 옵션들로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거든. 오직 너만이 그걸 알 수 있어. 그리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위험하지. 여덟 살 나이로는 도로표지판을 아는 것도 아니고, 운전할 줄 아는 것도 아니잖아. 네가 배워야 할 것들은 아주 많아. 비가 올 때 굴러가는 법, 눈이 올 때 굴러가는 법, 다른 자동차들을 보는 법, 그 차들을 존중하는 법, 너무 오래 달렸을 때 휴식을 취하는 법. 그게 바로 어른이 된다는 거야.”
나는 열세 살이고, 좋은 방향으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잘 안다. 나는 표지판을 읽을 줄도 모르고, 내 차량을 제어할 줄도 몰라서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경주 코스를 달리기보다는 사고차량이 있는 길에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할 때가 더 많다. --- 본문 중에서

노는 자신에 대해 말하기를 싫어한다. 그 애는 다른 사람들의 삶, 그 애가 마주치거나 그 애가 따르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해준다. 그들의 일탈, 때로는 그들의 폭력성에 대해서. 여자들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 애는 분명히 못박는다. 그 여자들은 거지가 아니야, 머리가 돈 것도 아니고. 노는 말한다. 루, 발표할 때 그 점을 확실히 해줘. 평범한 보통 여자들이었지만 직장을 잃거나 집에서 도망쳐 나온 거야. 집에서 쫓겨났거나 맞고 사는 여자들 있잖아. 그런 여자들은 쉼터에서 지내거나 자기 차를 집 삼아 살지. 사람들이 보지도 않고 지나치고 그런 사정을 알 리도 없지만, 정말 형편없는 데서 자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사랑의 식당’이 문을 열기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며 가족에게 밥 한 술이라도 먹이겠다고 매일같이 줄을 서는 여자들. --- 본문 중에서

“난 잘 지낸다고, 알아먹었어? 너무너무 잘 지내. 난 네가 필요 없어.”
노의 언성이 높아졌다. 늘어선 줄을 따라 대기자들의 웅성거림이 전해지기 시작한다. 난 그냥 토막토막 알아들을 뿐이다. 무슨 일이야, 저 여자애 때문이야, 무슨 볼일이래. 난 꼼짝할 수가 없다. 노가 거칠게 밀치는 바람에 나는 보도 아래로 밀려난다. 그러면서도 난 그 애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애는 손으로 내 접근을 막는다.
난 노에게 말하고 싶었다. 비록 입장이 거꾸로 됐을지라도 내가 너를 필요로 하는 거라고, 난 책을 읽지도 못하고 잠을 이루지도 못한다고, 네가 나를 그렇게 떠나게 둘 수는 없다고. 어쨌거나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고, 그건 주위를 돌아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나는 말하고 싶었다. 이게 비록 말도 안 되는 소리일지 모르지만 난 네가 그립다고, 비록 너에겐 모든 게 결핍되어 있지만, 살아가기 위해 꼭 있어야 할 것도 없는 처지이지만, 나도 혼자이기는 마찬가지라고, 그래서 내가 너를 찾아서 온 거라고.
일착으로 줄을 선 사람들이 건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금방금방 앞으로 나아가는 줄을 나도 따라간다.
“꺼져버려, 루! 내 말 안 들려? 짜증난단 말이야. 넌 여기 아무 볼일도 없어. 네가 이렇게 사는 것도 아니잖아. 알잖아, 이건 네 인생이 아니야!” --- 본문 중에서

책에는 주요한 순간들을 구분하는 장(章)들이 있어서 시간이 흐르거나 상황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심지어 때로는 부(部)로 나뉘어 그림에 붙은 제목들처럼 ‘만남’, ‘희망’, ‘몰락’ 식으로 어떤 전망이 실린 제목이 붙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에는 그런 게 없다. 제목도 없고, 플래카드도 없고, 표지판도 없다. ‘위험하니 조심하시오’, ‘붕괴사고 자주 일어나는 곳’, ‘실망 임박’을 가르쳐주는 표시는 전혀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옷 한 벌 걸쳤을 뿐이지 완전히 혼자요, 행여 그 옷이 완전히 누더기일지라도 별수 없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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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다큐멘터리처럼 감동적이고 동화처럼 경이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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