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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김현진의 B급 연애 탈출기

김현진 저 / 전지영 그림 | 레드박스 | 2009년 08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4 리뷰 27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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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19g | 142*225*20mm
ISBN13 9788989456117
ISBN10 898945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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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그림 : 전지영
여행과 음악과 책과 고양이를 좋아하는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저서로 『뉴욕, 매혹당할 확률 104%』, 『싱글은 스타일이다』, 『고양이 트렁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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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좋아하고 남보다 잘난 남자 잡아서 대한민국 1%가 되기를 원하는 아가씨들이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살아도 나쁠 것 없다. 다만 그렇게 살기 싫은데, 뭔가 자꾸 세상이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서 서글픈 아가씨가 있다면 나는 지금 오직 그녀를 위해 쓴다. 바로 당신을 위해 쓴다. 내 이십 대가 더 가기 전에, 스펙 권하고 또 권하는 사회에 사실은 병신 같은 사랑도 있다고, 이렇게 바보 같은 사랑도 있다고, 잘난 남자 잡으라고 사방팔방에서 부담 주는 세상 조류에 떠밀려 외로운 당신에게 이런 한심한 년도 사는데 괜찮아, 하는 약간의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쓰고 있는 유일한 목적이다. --- p.13

이 병의 치유법은 예뻐지거나 날씬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예쁜 여자, 두뇌와 얼굴은 김태희에 신체 비율은 김연아인 여자가 있어도 평생 사랑받는 데 익숙한 여자, 양지만 걸어온 여자한테는 못 이긴다. 사랑받고 산 여자들은 자기가 사랑받지 못하는 순간 그것을 대단히 빠르게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신속히 그 상황을 타개한다. 그 순간을 대단히 기이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지만 우리 B급 연애 환자들은 참으로 그 따위 상황을 잘 견딘다. 우리는 구박에 익숙해서,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한 건지 아닌지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사랑도 받아 본 여자가 계속 받는다. 자꾸 못 받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주는 사랑도, 떠먹여줘도 못 먹게 된다. 이게 이 병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나중에는 영양이 공급되어도 피와 살로 못 가는, 마음의 에이즈에까지 이르게 된다. --- p.25

근데 유럽 남자들에 대한 생각을 바뀌게 한 건 재밌게도 유럽 여자들이었어요. 우린 막 서로서로 씹잖아요. 외모 비평할 때는 남자들보다 더 무섭죠. 더 신랄하고. 근데 걔네들은 진짜 눈곱만 한 장점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거든요. 걔네가 ‘얘, 너 정말 부럽다. 피부가 참 곱다. 나도 너처럼 몸매가 굴곡이 있었으면 좋겠어. 갸름한 눈매가 정말 아름다워’ 이런 얘길 막 하는 거예요. 무슨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금발에 모델 하이디 클룸같이 다리 길고 마른 애들이! --- p.38

가끔은 한 대 콩 쥐어박아 주고 싶은 토이남은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갖고 싶은 남자다. 적어도 그는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형이고, 적어도 그는 마초는 절대 아니고……. 그렇다. 슬프게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어리지 않은 여자들이 남자를 고르는 기준은 ‘최선’ 혹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라 ‘적어도’ 혹은 ‘그나마’일 경우가 많다. 쾌적한 쇼핑센터에서 상품을 고르는 우아한 쇼핑객의 모습이 아니라 당장 허기를 면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길고양이처럼 ‘괜찮아 아주 썩은 건 아니야, 그나마 아직 먹을 순 있겠어’라는 식이기 때문에 간혹 이런 토이남을 보면 어쩔 수 없이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다. ‘조금만 어르고 달래면 되지 않을까? 좀 고쳐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철 좀 들면 괜찮지 않을까?’ --- p.57

최근 들어 남자 A클래스는 얼마든지 여자 A클래스를 골라잡을 수 있다지만, 소위 골드미스라 불리는 어리지 않은 여자 A클래스는 찾는 층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는 절대 진리처럼 만연해 있다. 이른바, 남자는 자기보다 조금 못한 여자를 골라잡게 마련이므로 남자 A클래스는 여자 B클래스를 택하고, 남자 B클래스는 여자 C클래스를 택하며 그리하여 여자 A클래스는 누구의 간택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남거나 팔리지 않은 떨이 상품처럼 남은 남자 D클래스와 어울리기나 해야 한다는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하물며 재력에 학력에 미모까지 갖췄다는 골드미스가 그럴진대 황동미스, 구리미스, 스테인리스 미스들은 어쩌면 좋단 말인가.
--- pp.110~111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만하면 이건 연애인류학보고서라 봐야 한다. 박수!
김어준 (딴지총수)
그녀는 내가 모르는 생태계를 엄청나게 읽어대는 독서광이고, 항상 남보다 자신에게 더 엄격한 마스터라이터다. 그녀의 글은 항상 뛰어난 위트와 풍자을 놓치지 않고 어떤 ‘현상’을 교묘한 밸런스로 교란하고 벗겨낸다. 수잔 손택이 조금 더 오래 살아서 그녀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난 여러 번 생각했더랬다. 그녀는 당대를 성급하게 호흡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만든 나쁜 피(?)로 세상을 채워나가고 있고, 당대의 누구도 곁눈질하지 못할 솔직함과 당당함을 택했다. 이 책은 그녀가 이 찌질한 세상을 보다 못해 펜을 들고 써내려간 결과다. 그것이 늘 그녀의 연애 방식이다.
김경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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