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리뷰 총점9.1 리뷰 20건 | 판매지수 180
베스트
삶의 자세와 지혜 top100 3주
정가
11,000
판매가
9,9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0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13g | 145*208*20mm
ISBN13 9788972754480
ISBN10 897275448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508호실에 또다시 밤이 왔고 나는 혼자 서툰 기도 혹은 혼잣말을 했다.
어머니, 소가 되셨나요. 왜 코뚜레를 하고 계세요?
어머니, 코끼리가 되셨나요. 왜 코에서 나온 호스로 미음을 드시죠?
어머니, 소처럼 벌떡 일어나세요.
어머니, 코끼리처럼 큰 소리로 저를 한번 불러주세요.
그리고요, 이건 정말 궁금한 건데요,
“내가 누구여?”
이렇게 물었을 때 제가 “엄마” 하고 대답한 것은 몇 살 때였나요.
또 장소는 어디였죠?
저는 왠지 향나무가 있던 우물가였거나, 바깥마당에 있던 대추나무 아래였으면 좋겠어요.
제 대답을 듣고 어머니 기분은 어떠셨나요? --- pp.84~85 「산소 코뚜레」 중에서

언젠가, 어머니 등에 업혀 큰 물가를 지나는데 비가 내렸던 그 물가가 어디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갓난아기였던 네가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며, 큰 누이 데리러 제천 의림지를 지나는 거였다고 말해주었죠. 그때 어머니한테 궁금했던 것들을 다 물어볼 걸 그랬어요. 참, 나도. 물어보지 못해 영원히 알 수 없게 된 것들이나 생각하고 참, 한심하지요.
이젠 043으로 시작하는 고향 쪽 전화번호가 찍혀도 크게 놀라지도 않는걸요. 왠지 아세요? 축이 없어진걸요. 운동기구 역기 아시죠. 손잡이 없는 역기를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리움과 슬픔 두 바퀴가 아직 있기는 한데, 손잡이가 되는 축이 없어진 것 같아요. 허공을 움켜잡고 들었다 놓는 것처럼 허전하기만 해요. 이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두 바퀴만 덩그렇게 남았으니 말이죠. 이제 나는 죄를 짓지도 못하잖아요. 제일 큰 죄 지을 수 있던 대상이 없어졌으니까요. 팽팽하던 낙하산 줄 하나가 팅 끊어진 것도 같고 내 삶을 늘 달아주던 오래된 앉은뱅이저울이 고장 난 것도 같아요. --- p.102, 「나는 내 맘만 믿고」 중에서

아카시나무 가로수가 시작된 지점에서 길의 우측인 산 쪽은 리기다소나무 숲이 끝나고 쇠사슬나무와 갈참나무 숲이 이어진다. 이 나무들은 곧고 근육질이어서 마치 암놈이 없을 것 같다. 졸참나무 낙엽이 다급하게 바스락거린다. 바스락 소리가 휘모리장단으로 가파르게 치닫는다. 꿩이 날아오른다. 꿩의 활주로는 꿩을 하나도 돕지 않는다. 꿩에게 제 가속도를 측정해볼 기회를 줄 뿐이다. 꿩은 다리의 길을 접고 날개의 길을 편다. 딱딱하길 바라던 길에서 허탕을 치는 길로 길이 이어진다.
꿩이 내달은 길은 고라니 길이 될 수 있고 고라니 길은 사람 길이 될 수 있다. 사람이 걸어 다니던 길은 큰 차도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막 꿩이 낸 길은 길의 새싹인가. 길들은 진화와 퇴화를 반복하며 서로 만난다. 길끼리 만나지 않는 길은 존재할 수 없다. 길 중에, 섬[島]인 길은 없다.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 pp.194~195,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 중에서

새벽에 밥하려고 쌀을 펐다. 며칠 사이에 쌀벌레 수가 부쩍 늘었다. 손가락이 무뎌 쌀벌레만 잡히지 않았다. 쌀 몇 톨과 함께 쌀벌레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입에 긴 집게가 달린 쌀벌레가 쌀 톨 틈을 비집고 빠르게 기어 나왔다. 쌀벌레는 손가락을 대자 죽은 체했다. 목숨 지키려는 작은 생명체의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너무 작아 손가락 끝으로도 잡을 수 없는 생명. 쌀벌레야, 너는 어쩌자고 몸이 검은 것이냐? 쌀벌레 이십여 마리를 골라냈다. 나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삼는 식객들이 이렇게 많이 나와 동거를 하고 있었으니, 내가 만날 독상을 대한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쌀벌레가 고마워지기도 했다.
멀리 김제평야에서 쌀을 보내준 농부 시인 김유석 형과 유기농 봉지쌀을 보내준 김민정 시인의 고마운 맘을 내 마음에 안친 새벽. 남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받기만 하는 나의 생활이, 쌀만 축내고 있는 쌀벌레 같은 내가 한없이 미워졌다. 반성 끝에, 앞으로 매일 저수지길이라도 걸으며 운동하여 뱃살도 빼고 글도 열심히 쓰자고 맘을 다졌다.
--- p.234, 「저수지 가는 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함민복의 글을 읽는 일은 아프다. 이렇게 고운 사람을, 이렇게 착한 시인을 우리가, 우리 시대가 아프게 한 것이 아프다. 이런 사람은, 그리고 이런 시인은 ‘유리 쟁반’에 앉혀야 하는데 가시밭길을 피 흘리며 가게 내버려두는 것이 아프다. 함민복의 글을 읽고 아프다는 것은 함민복의 글을 읽고 나서 내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그의 글을 읽고 난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거나 익혀온 언어와 습관 모두를 버리고 ‘함민복의 언어와 습관’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사실 앞에 전율할지도 모른다. 아픈 전율은 가슴 벅찬 행복감과 함께 올 것이니, 내가 그리고 당신이 함민복에게 감화받기를 망설여야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공선옥 (소설가)
돼지는 가장 고통스런 표정으로 죽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돼지머리에서 미소를 읽는다. 웃는 돼지, 작가는 돼지머리 같은 존재다. 칼날이 지나간 세월의 목덜미를 원고지 삼아 미소의 문장을 쓴다. 숭엄한 수평이 야만의 수직을 떠받들어야 하는 굴욕의 시대에, 시인은 수직을 반죽해서 수평을 낳는다. 숭어 떼가 일으키는 바람의 문장들이 파도가 되어 가슴 벽을 후려친다. 마늘종 씹은 듯, 잔대 뿌리에 고추장 찍어 먹은 듯, 뗏장 입히다 눈에 황토 튀어 박힌 듯, 짠하다. 눈물 아롱져 가슴 서늘한데, 발가락 사이로 말랑말랑한 갯벌 진흙이 삐져나온다. 울다 웃으면 거시기에 털 난다는데, 아! 여기 숭악한 글이 대책도 없이 쳐들어간다. 동거를 허하라.
이정록 (시인)

회원리뷰 (19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6.0점 6.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9,9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