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0년 03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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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2쪽 | 298g | 148*210*20mm |
ISBN13 | 9788954610070 |
ISBN10 | 8954610072 |
발행일 | 2010년 03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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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12쪽 | 298g | 148*210*20mm |
ISBN13 | 9788954610070 |
ISBN10 | 8954610072 |
슬픈 짐승 해설 ㅣ '기이한 시대'의 삶과 사랑 모니카 마론 연보 |
우린 나이가 웬만큼 들면 살아온 만큼 온화하거나 세상에 대해 지혜로움이 가득차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그러나 그 현명과 지혜는 생생한 몸의 부패를 경험해야만 하는 걸 잊는다. 그 생생한 몸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지금의 나는 점점 죽음을 맞이하기 좋게 덜 보이고, 덜 들리고,덜 유연한 몸을 가지고 한 때는 내안에 너무나 많은 젊음,너무나 많은 시작을 생각해 본다. 시작만 있고 끝은 생각해 볼 수 없었던 그 아름다운 시절을.
<슬픈 짐승>이라는 제목이 백 살 먹은 노인의 말이라서 더 슬프다.. 주변사람들에게 역겨움을 일으키지 않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음으로 봐주는 노인인 나는 나도 한 때는 짐승 같은 그런 생생한 몸을 가졌었노라고 소리없는 외침을 하는 것 같아서.
그 외침은 백 살 먹은 나는 정말 백 살인것처럼 기억의 한 조각을 십 년, 20년, 30년을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 한다. 이를테면 " 그 당시,오십년 전이나 사십 년 전,아니면 육십년 전 그때는 가을이였다.P10 ,삼십 년 전인가 오십년 전에,아니면 사십 년 전 어느 날 전화벨이 울리고 어떤 목소리가,..P11 " 이런식으로 시간을 무색하게 기억이 한 장면만 말을 한다.시간의 순서는 의미가 없고 그 기억만 의미가 있는 척..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잊고 싶은 것을 기억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왜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가치조차 없었던 사소한 사건들을 기억 속에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서 마치 사용된 인생의 증거로서 쓸모가 있다는 듯 백 번도 넘게 다시 그것을 뒤쳐 보여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내 인생에는 잊히지 않아야 할 것들이 많지 않았다. 간직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만 모으면 내 인생은 상당히 짧은 생이 '되었다."P15
이 구절은 사소한 것에 목숨이라도 걸듯이 비장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 같다. 엄한 데 힘 주고 살지 말라고..정작 백 살을 살아도 가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모으면 한 순간의 짧은 생이라고...
이런 노인은 멋있다. 온전한 하나를 갖기 위해 내 전부인 아흔아홉을 버리고도, 그 미련함에 세상 사람 다 손가락질을 해도 전혀 꿀리는 기색없이 당당하게 그 하나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삶..표준적인 삶의 따분함을 버리고 삶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는 것처럼...그 예술을 위해 삶은 비틀리고 왜곡되어지는 삶...모니카 마론은 <슬픈 짐승>에서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나도 내가 노인이 됐을 때 이렇게 젊음을 냉소적으로 그러나 아름답게 말하고 싶다.
늙음에 대한 기억에 나는 구절들...
" 내 나이가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역겨움을 일으키지 않는 것만도 아름다움으로 봐주는 법이다."p13
"간직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것만 모으면 내 인생은 상당히 짧은 생이 되었다."p15
"노년에서 좋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전혀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노년에 대해 좋게 말하는 것은 모두 어리석은 말이거나 거짓이다. 예들 들어 생생한 몸이 부패하지 않고는 현명해 질 수 없다는 듯 노년의 지혜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도 그렇다.노인은 천천히 청력을 잃고 시력을 잃고 천천히 경직되고 멍청해진다."p119
"나이가 들어갈수록 문명이 내게는 점점 위로가 되지 못했다."p136
회고의 대상이 사랑이라는 것치고는 울적이랄까, 광기랄까 그런 분위기가 초반부터 이 책이 불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감을 준다.
맹목과 집착으로 만들어진 사랑은 그녀의 회고 또한 제대로 된 기억으로 소환하지 않는데, 그녀가 기억이 믿을 수 있는 기억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녀가 맹목하고 집착하는 것은 그녀의 회고에는 남자들이 여자를 떠나가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랑 때문에, 오래된 사랑 때문에.
혼란의 시절에는 그렇게 다들 떠나버리는 걸까?
아니다 돌아오는 남자들도 있다. 단지 그들은 전쟁이라는 괴물이 뱉어낸 찌끄러기가 되어 돌아올 뿐.
주인공은 폭우에 휩쓸려간 점토집처럼 붕괴되었는데, 프란츠의 삶은 예전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에 의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삶을 끝장내는 걸까?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개를 납치하고, 직업을 포기하고, 자해를 하고, 약을 들이키지만 결국 모든 사랑의 끝은 비어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 빈 공간안에서 죽음과 별다를것 없는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그녀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진정 우울하다. 통일 후 독일은 이런 분위기였을까? 애초에 이 책을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읽어 볼까 했는데, 평화에 대한 낙관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책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