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삼성의 S사에서 채용부장을 지낸 적이 있다. 삼성은 선대 회장때부터 관상을 보아 사람을 선택할 만큼 인재를 뽑는 기준으로 ‘정직’과 ‘성실’을 기본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취임하면서 21세기 창조의 시대에는 ‘끼 있는 인재, 창조적 인재’ 나아가 ‘천재급 인재’를 뽑아야 한다고 인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그러나 실무에서 이를 실행하기에는 경험이나 자료가 없다 보니 애로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채용부서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노래 잘하는 사람, 춤 잘 추는 사람을 뽑아본 적도 있지만, 놀이에만 강할 뿐 창조적 인재는 아니었다. 또 해외의 우수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일본이나 미국에서 아이비리그 출신 같은 인재들을 인터뷰한 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당시 사람을 보는 시각이나 인터뷰할 때의 기준은 여전히 스펙이나 인성 중심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왜냐하면 채용 담당자나 인터뷰를 하는 경영진의 의식수준이나 사람을 보는 잣대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추천사, 스펙의 시대는 갔다. 이제 싱킹의 시대다’ 중에서
“17분 안에 다리를 건너라!”
깊은 밤 네 사람이 길을 걷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다리를 만났다. 이 다리는 한 번에 2명밖에 건널 수 없으며, 이를 초과할 경우 바로 무너져버린다. 다리의 곳곳에는 널빤지가 빠진 부분도 있어 손전등으로 발밑을 비추지 않고 그냥 건너다가는 발이 빠져 아래로 떨어질 위험이 높다. 단, 손전등은 하나뿐이다. 4명 각자가 다리를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면, A는 1분, B는 2분, C는 5분, 가장 느린 D는 10분이나 된다. 다리는 17분 후에 무너진다. 4명 모두 무사히 다리를 건너는 방법은 무엇인가? ---‘숨겨진 절대 조건을 찾아라’ 중에서
“톰과 짐이 갖고 있는 돈의 의미는?”
톰과 짐은 합쳐서 21달러를 갖고 있다. 톰은 짐보다 20달러 많이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각각 얼마를 가지고 있을까? 다만 답에 소수점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막연한 앞 문제와는 정반대로 확실한 숫자를 다루는 문제다. 이 문제를 대하는 지원자들은 세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첫 번째로는 즉석에서 톰이 20달러, 짐이 1달러를 가지고 있다고 답한 후, 어째서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냈는지 의아해하는 타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질문들은 어디까지나 면접에서 출제된 것으로 필기시험이 아니다. 따라서 면접관이 눈앞에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능한 한 빨리 대답하는 편이 면접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 쉽다. 이는 ‘즉답’을 시험하는 문제라 받아들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두 번째는 톰이 20.5 달러, 짐이 0.5달러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가 ‘잠깐, 답에 소수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라며 다시 생각하는 타입이다. 그러나 답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톰이 20.5달러, 짐이 0.5달러로 끝수가 생긴다. 이럴 경우 무언가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부분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세 번째는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이 문제는 풀 수 없다’고 바로 답하거나 잠시 생각한 후 답하는 타입이다. ---‘연립방정식으로 풀 수 없다?’ 중에서
1920년대 사람들은 자동차의 시대가 올 거라고 예상하고 포드 모델 T 자동차의 출시를 전후해 앞다투어 포드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 결과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1929년에 일어난 대공황의 여파로 폭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길게 보면 대공황 전후 주가의 차이는 오늘날의 주가 변동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 폭이 좁다.”
현재 그가 일궈낸 성공을 보면 그의 의견을 수긍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바다 전체에서 볼 때 풍랑이 이는 지점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넓은 시야에서 현재 처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 직면한 상황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현실이라는 폭넓은 관점에서 해결해나가다 보면, 논리적인 사고뿐 아니라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문제해결력까지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앞을 내다보는 논리적 사고’ 중에서
“빌 게이츠의 출제 의도를 설명하라.”
채용에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하나는 회사에 큰 짐이 될 사람을 뽑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유능하고 좋은 인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잘못된 판단으로 놓치는 경우다. 그러나 같은 실수라도 후자는 회사에 직접적인 손해를 미치지 않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전자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이 저지른 일의 뒤처리를 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면접자에게 이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일반적인 면접으로는 간파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인 면접에서는 지원자가 그 자리에서 별다른 실수만 하지 않으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입사한 다음 훗날 회사에 짐만 되는 사람으로 밝혀지더라도 달리 손 쓸 도리가 없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고통분담마저 생긴다.
다음은 MS사의 임원을 역임했던 사람의 말이다.
“경쟁사를 유리하게 하는 최악의 행동은 바로 직원을 잘못 뽑는 것이다. 잠재적으로 짐이 되는 직원을 많이 채용하면 회사는 얼마 가지 않아 어려움에 빠진다. 더욱이 그러한 사람들은 조직에 널리 파고들어 자신보다 질 낮은 사람을 채용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설령 면접에서 좋은 인재를 놓치는 한이 있어도 잠재적으로 짐만 되는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가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미래형 인재이며, 이를 위해 1시간 정도의 면접을 4~5회 실시해 판단을 내린다.”
MS사에서 내세우는 인재 채용의 첫 번째 목표는 ‘빌 게이츠의 복제인간’을 선발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복제인간이란 MS사의 은어로, 빌 게이츠처럼 뛰어난 재능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경험은 부족한 젊은이를 가리킨다. ---‘빌 게이츠의 복제인간’ 중에서
세상은 이미 ‘정답’이 없는 불확실성에 지배되고 있다. 정답이 없는 세계,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남이 알려준 하나의 ‘답’만을 금과옥조처럼 받들며 살 것인가? 빌 게이츠가 제시하는 낯설고 황당한 문제들, 이것이 당신에게 주는 메시지는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당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라는 것. 그것만이 불확실성과 무한경쟁의 격랑에서 당신을 지켜줄 수 있다.
---‘에필로그, 생각하는 뇌를 위한 연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