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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촌 부부 제주에서 내 집 짓고 살기

육지 촌 부부 제주에서 내 집 짓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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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34g | 140*204*16mm
ISBN13 9788998294359
ISBN10 899829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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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는 곳은 참 희한한 매력을 가졌다.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없던 아이디어도 그려지고, 복잡한 것은 심플하게 되고, 옹색한 마음은 너그럽게 바뀌고, 바쁜 일상의 시계는 멈춰져 여유를 돌아보게 된다. 그 매력에 빠져 사람들은 제주에 취하고 잠깐이라도 머무르고 싶어 한다. 제주는 그런 애틋한 섬이다.
우리 부부 역시 한 번 만난 제주에 넋이 나가 모든 걸 결정해버렸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집에 데려와 일단 목욕부터 시키면서, 화를 냈다가 미안해했다가 다행이라 그랬다가 혼을 냈다가 정말 그날 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목욕을 시킨 후 드라이를 해주면서 보니 머리서부터 배까지 발톱으로 긁힌 빨갛고 선명한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이 단전에서부터 끓어올라와 눈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 자식! 어디 가서 맞고 다니고! 그러게 누가 집 나가래!”
남편도 속상해서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동네 개들 발 사이즈를 다 대조해서 범인을 잡아낼 거라며, 가만 안 두겠다고 씩씩거렸다. 지금이야 그 말 했던 걸 서로 웃겨 배꼽잡고 데굴데굴 구르지만, 그땐 정말 CSI 못지않게 범인을 색출해내겠다는 마음이 냉철하고 칼 같았다.
--- 「이월이 가출사건」 중에서

한번은 내가 7단을 쌓을 때 우마를 밟고 올라가다 블럭을 안고 있는 와중에 잘못 디뎌 뒤로 넘어간 적이 있었다. 남편은 나를 보고 놀라 소리쳤는데, 그때 남편의 말론 블럭을 가슴에 안고 뒤로 넘어간 내가 웃고 있었다고 한다.
그땐 그랬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 단 한 단 올라가서 쌓이는 기분이 통장에 돈 쌓이는 것처럼 배부른 마음이라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머리가 철저히 몸을 지배하는 즐거운 노동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총 9단을 쌓기까지 10일이 걸렸다. 우리 집에 벽! 이라는 것이 생겼다.
--- 「블럭 쌓기」 중에서

생각해보면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도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들고 포장하는 순간만큼은 즐거웠고, 받는 사람의 표정을 상상하게 되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별것도 아닌데 맛있게 잘 먹었다고 전화라도 오면 힘든 와중에 피로가 싹 풀려 일하는 내내 비타민을 먹은 것 같아 남편과 나는 계속 웃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어마어마한 귤 따는 작업을 일과 함께 병행하며 어설프고 버거웠지만 정성껏 보내주려 애쓰는 시간들을 가졌다.
--- 「귤, 귤, 귤에 파묻히다」 중에서

이사 파티에 중식이 빠지면 서운하니, 거창한 요리들과 회 한 접시를 떠와, 신풍리 아저씨와 찌꾸, 뿔리 모두 모여 잠깐 못 본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들로 수다를 떨고 남편의 발 걱정, 일 걱정, 서로의 걱정들로(우리 삶은 걱정 없인 재미없어서 못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똘똘 뭉친 얘기꽃을 피웠다.
--- 「진짜, 이사」 중에서

우리 부부가 처음에 뭣도 모르고 둘이 집을 짓는다고 했을 때 쏟아졌던 비난 아닌 비난들… 앞에선 걱정해주는 척하지만 뒤에선 바보같다고 말하던 사람들에게 우린 바보같아서 다 했고, 여우같았으면 못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 밤이었다. 달도 참 밝은 밤이었다.
그렇게 2주 정도가 지나 우리는 [13보름] 정식 홈페이지를 열었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 배려 덕분에 본격적으로 펜션 운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 「13보름 정식 오픈을 향하여, 날짜 먼저 잡고 보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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