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10년 1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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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311g | 132*213*20mm |
ISBN13 | 9788955615753 |
ISBN10 | 8955615752 |
출간일 | 2010년 12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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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00쪽 | 311g | 132*213*20mm |
ISBN13 | 9788955615753 |
ISBN10 | 8955615752 |
지옥의 화려함을 예고한 고딕소설의 고전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자, 작가들의 작가라고 불렸던 보르헤스가 선집한 독특한 세계문학 전집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다. 보르헤스가 '환상'이라는 키워드로 작품 목록을 추린 이 시리즈는 보르헤스가 직접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제가 실려 있다. 그의 해제들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문학에 대한 독특한 감상법과 그의 창작의 배경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바테크』는 아바시데스 족의 아홉 번째 칼리프 바테크가 이단의 죄를 저질러 지옥으로 굴러 떨어지는 이야기이다. 이슬람 신앙을 버리고 어둠의 힘을 숭배하면 지하 불의 궁전 문을 열게 될 것이라는 한 상인의 말에 현혹된 바테크는 아담 이전 술탄들의 왕관 등을 얻게 되리라는 유혹에 오십 명의 소년을 제물로 바치기까지 한다. 피비린내 나는 몇 년이 흐르고 긴 여정 끝에 어둠의 영혼이 된 바테크는 마침내 황량한 산에 도착한다. 그곳은 다름아닌 지옥. 난삽한 줄거리와 자유분방한 구조, 엉뚱하고도 기이한 이야기의 흐름 등 백퍼드만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
화려한 지옥의 변주곡 _ 보르헤스 바테크 작가 소개 _ 윌리엄 백퍼드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10번째 책 <바테크>.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유일하게 한편으로 구성된 책이 아닌가 싶다. 물론 앞으로 남은 19권의 책중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현재에는 이 책이 유일하게 한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그렇다면 왜 이 책만이 유일하게 한 작품으로 소개가 되었을까? 저자인 윌리엄 벡퍼드는 1759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서 1844년에 사망하였으며, 그가 남긴 소설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고 한다. 보르헤스는 다음과 같이 윌리엄 벡퍼드에 대하여 평하고 있다.
" 토머스 드퀸시와 포, 샤를 보들레르, 위스망스가 창조해 낸 지옥이 화려함을 예고했다고 생각한다."
아바시데스 족의 아홉 번째 칼리프인 바테크는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5개의 궁전에는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도인 상인의 방문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호기심이 많은 바테크는 인도인이 바친 언월도에서 신기한 문구를 발견을 하지만, 어느 누구도 문구를 해석하지 못한다. 한 노인이 문구를 해석하지만, 그 문구는 시시각각 글자와 뜻이 바뀌는 기묘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더욱 호기심을 감출 수 없던 바테크는 결국 언월도를 바친 상인을 찾아내어 그 의미를 물어보지만, 사실 그 인도인은 상인의 모습을 하고 왔던 악마였다. 그 악마는 에블리스(코란에서의 사탄과 같은 존재)를 숭배함과 동시에 이슬람 신앙을 버리면, 지하에 있는 불의 궁전의 문을 열 자격을 얻고 세상의 모든 보물과 세상을 정복할 수 있는 부적과 아담 이전의 술탄의 왕관을 얻게 될 것이라 한다. 바테크는 마호메트를 져버리라는 말에 잠시 갈등하지만, 결국 탐욕에 눈이 멀어 악마가 말한대로 일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바테크는 이단인(인도 상인으로 분한 악마)이 요구한 50명의 제물을 마련하기 위하여 자신의 신하들의 자제들을 속여서 벼랑으로 떨어뜨리고, 자신의 궁전에서 어머니인 카라티스와 함께 탑에 불을 질러서 백성들이 불길에 휩싸이게 한다. 이후 카라티스는 아들인 바테크에게 이스타카르로 가도록 지시한다. 바테크는 여정 중에 짐승들의 습격과 같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여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도움을 준 에미르(이슬람 국가의 지역 군 사령관)의 딸 누로니하르를 보고 첫눈에 반하여 그녀를 왕비로 삼으려고 한다. 에미르는 자신의 딸이 정혼한 사람(그는 에미르의 조카이자 형의 아들이었다.)이 있기 때문에 반대를 하였지만, 결국 바테크는 누로니하르를 데리고 떠난다. 누로니하르도 처음에는 정혼자와 함께 바테크의 눈을 피하여 달아나지만, 꿈에서 보았던 홍옥을 비롯한 막대한 부가 그녀에게 올 것이라는 예언을 믿고 결국 바테크와 함께 여정에 동참한다.
그러한 바테크가 안타까운 한 지니(이슬람에서는 천사 내지는 요정)는 마호메트에게 부탁을 하여 마지막으로 바테크가 참회할 기회를 주기 위하여 바테크를 만난다. 양치기로 변신한 지니는 바테크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그의 왕국으로 돌아가서 백성들에게 선정을 펼치면서 마호메트를 받들기를 충고하지만, 바테크는 그마저 뿌리치고 결국 마지막 도착지에 도착을 한다. 그러나, 생각했던 바와는 다른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망을 가고, 바테크와 누로니하르만이 에블리스를 만나게 된다. 마호메트를 뿌리치고 그에게로 온 바테크를 칭찬하며 에블리스는 바테크에게 어둠의 궁전의 곳곳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바테크는 이제서야 그가 온 곳이 바로 지옥임을 깨닫고, 그가 백성들을 죽음에 몰아넣고, 마호메트를 버리고 얻은 것이라고는 결국 불타는 심장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이미 늦었음을 알게 된다. 결국 그는 서로를 증오하면서 불타는 심장을 가지고 지옥에서 말하지 못하고 영원히 방랑하게 되는 저주를 받고 만다.
이야기는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온갖 권력을 갖고 있던 이슬람 제국의 칼리프였던 바테크가 탐욕에 눈이 멀어 이슬람 종교를 버리고 지옥으로 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책을 읽다 보면 문득 <파우스트>라는 작품이 떠오르게 된다.(물론 읽어보지는 못하였다.) <바테크>는 파우스트를 동양의 배경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생각된다. 악마에게 초대되어 지옥으로 가는 그 과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보르헤스의 해제에 따르면 당시 그러한 이야기는 유행한 소재였기에 <바테크>가 <파우스트>의 영향을 받아서 썼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작품은 지옥이라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모습과 더불어 미신과 천일야화적 분위기가 결합되어 쓰여진 작품으로서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경계하는 교훈적인 내용도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생소한 작가의 생소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모 사이트에서 '죽기전에 읽어야할 책 1001권'으로 소개가 될 정도로 문학사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작품으로 보여진다. 보르헤스가 선호하는 환상 문학처럼 신비스럽고, 아라비안나이트를 읽는 듯한 이 작품은 지옥의 모습과 인간이 탐욕을 느껴보는 색다른 분야의 책이라고 생각된다.
두 권의 여행기를 쓴 것을 제외한다면 작가인 벡퍼드가 남긴 유일한 소설이 바로 『바테크』이다. 게다가 이 소설이 무슨 문학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작품인 것도 아니니 보르헤스가 아니었다면 아마 접할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는 설정을 기본으로 하는 파우스트의 전설과 이슬람 왕국의 칼리프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양적인 배경을 결합하여 고딕 양식을 만들어낸 (거의 아마추어인) 작가에게 보르헤스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 단테의 지옥은 감옥 개념을 멋지게 바꿔 놓은 것이고, 벡퍼드의 지옥은 악몽의 지하도를 이해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신곡》은 문학사에 있어 가장 인정할 만하고 확고한 작품이다. 《바테크》는 단순한 호기심거리, 한순간의 향기요, 시간 때우기 이상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바테크》가 토머스 드퀸시와 포, 샤를 보들레르, 위스망스가 창조해 낸 지옥의 화려함을 예고했다고 생각한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바테크』.
다른 작품집과 달리 이번 작품은 단편 이상의 분량인 한 작품으로 되어 있으며, 그 주인공은 ‘아바시데스 족의 아홉 번째 칼리프인 바테크’이다. 세상의 모든 군주가 그러한 것보다 더욱 그러한,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 군주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권태로움 속에서 어느 날 이 군주에게 이방인이 나타나고, 그로부터 큰 칼을 하나 받게 되는데, 그 칼에 새겨진 글을 해석해주지 않고 그 이방인이 사라지는 바람에 이 군주는 그야말로 하릴없이 병에 걸리고 만다. 그리고 이제 한 노인이 나타나 그 칼에 새겨진 글을 해석한다.
“우리는 모든 것이 훌륭하게 만들어지는 곳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모든 것이 훌륭한 곳의 경이 중에서 가장 저급하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권세 있는 군주의 눈에 들어야 마땅하다.”(p.33)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칼에 새겨진 글이 매번 바뀐다는 것이니, 성질 급한 군주는 그 사실에 앞서 이 노인을 내치고, 다시 한 번 궁금증으로 시름거리다 그 칼을 자신에게 넘겼던 그 이방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이 이방인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니, 그것은 그가 바테크에게 고하는 이러한 전갈로부터이다.
“그대는 그대 자신을 내게 헌신하겠는가? 그렇다면 속세의 힘을 숭배하라. 그리고 마호메트를 저버려라. 이 단서를 실행하면, 내 그대를 불이 타고 있는 지하궁에 데려다 주리라...” (p.49)
이후 바테크는 자신의 어머니이자 신보다는 자신의 앎을 더욱 믿는 것으로 보이는 카라티스의 후원을 받아 이방인(아마 파우스트 전설의 메피스토펠레스에 해당할...)의 뜻을 따르고(바테크는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고 이방인의 말을 좀더 듣고자 고관대작의 어린 아들들 50명을 협곡 아래로 밀어버린다) 엄청난 보물이 있다는 지하 궁전을 향하여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한 여정 중에 지옥을 향한 그의 여정을 붙잡는 아직 믿음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오히려 바테크는 그들의 어린 딸 누로니하르를 눈 멀게 하여 취하고, 그녀의 정혼자인 굴첸루즈를 살아 있지만 죽은 것과 진배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 당도한 지하의 궁전, 그 지옥의 궁전에서 끝이 없는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 그것은 고삐 풀린 정열과 악독한 행위에 대한 징벌이었고, 그들이 받아 마땅한 징벌이었다. 그것은 창조주가 인간의 지식에 쳐놓은 울타리를 넘는 눈 먼 야망에 대한 응징이었고, 그들이 받아 마땅한 응징이었다. 순수한 지성에게만 제한된 발견을 노리는 것으로 오만에 도취되어, 인간이란 무지하고 비천하게 생겨먹은 존재임을 알지 못해 스스로 불러들인 응징이었다... 그리하여 칼리프 바테크란 자는 껍데기뿐인 과시와 금지된 권세를 위해 천 가지 죄로 더럽혀지고, 끝이 없는 비탄과 경감되지 않을 회오의 먹이가 되었다...” (pp.190~191)
윌리엄 벡퍼드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문은실 역 / 보르헤스 세계문학 컬렉션 바벨의 도서관 - 10 바테크 / 바다출판사 / 198쪽 / 2010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