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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메콩강 따라 2,850km 여자 혼자 떠난 자전거 여행

이민영 | 이랑 | 2011년 04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5 리뷰 1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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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0g | 140*210*20mm
ISBN13 9788996537113
ISBN10 89965371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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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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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 처음으로 자전거 여행자를 만났다. 매년 1개월씩 1개국을 골라 자전거로 여행하기를 30년째 하고 있는 네덜란드인 부부였다. 그런데 자전거 정비는 어떻게 할까? 며칠 달리지도 않았는데 내 자전거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베테랑 부부에게 물어보았다.
“우리가 할 줄 아는 건 펑크 때우기 정도야. 우린 휴가 온 거지 일하러 온 게 아니니까. 우린 아주 천천히 다닌단다. 너도 제발 걱정은 그만해. 그 순간이 힘들수록, 고생할수록, 당황할수록 나중에 더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단다.”
나도 내 손으로 펑크도 때워본 적이 없는 왕초보라, 어설프게 수리한다고 덤비다가 자전거를 망가뜨리느니 히치하이크를 하든 버스에 싣든 대도시 자전거숍으로 가는 게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자전거숍 실장님이 챙겨주는 공구를 다 들고 와버렸고, 어쩌면 2개월간 한 번도 쓰지 않을 6~7킬로그램의 쇳덩이를 끌고 험한 산길을 다니게 된 것이다. 내가 인생을 살아본 방식도 이런 듯해서 한숨이 나왔다.
“원래 자전거에서는 소리가 나기 마련이야. 피팅 하고 떠나도 며칠 내로 다시 삐걱거리고 뭔가가 이상해지지. 너한테 필요한 건 수리가 아니라 몇백 킬로미터를 달려보는 시간과 경험인 것 같구나.” --- pp.31-34

봉고차 한 대로 5년 반 동안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그의 이름은 마르쿠스, 국적은 스위스, 나이는 54세, 직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일만 하다 보니 은행에 돈이 많이 쌓여 여행을 결심했다. 그럼 아저씨는 일벌레? 아니다. 항상 몇 달짜리 프로젝트를 마친 뒤 여행을 다니고 있다. 심지어 지중해의 요트 안에서 1년 반 산 적도 있다. 이번엔 주로 차 안에서 자고, 가끔 이런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주차한 뒤 하루에 단돈 5,000낍만 내고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쓴단다. 주유소 마당에서 자는 것도 좋다고 했다. 이번 여행은 반 년 안에 끝날 것 같은데, 돌아가면 또 10년 정도는 일할 것 같다고 한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떤 곳은 물가가 싸고, 어떤 곳은 날씨가 좋고 어떤 곳은 자연이 기막히게 아름다워요. 하지만 어떤 곳에서도 영원히 이방인일 뿐, 현지인처럼 살 순 없다는 걸 잘 알아요. 그곳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머무르면 점점 게을러지고 세상이 두려워져서 평생 싸구려 인생이 될 수 있어요.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나는 때로는 비와 눈, 선선한 바람을 원하는 사람이란 걸 잘 알아요. 여행은 여행으로만 만족하고, 일할 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내 인생에 감사해요.”
그는 봉고차를 개조하여 뒷좌석을 침실로 만들었는데, 침대, 부엌이 갖추어져 있어 혼자 여행하기에 알맞았다. 지붕 위에는 카약과 자전거가 실려 있었다. 그가 여행하면서 쓰는 돈은 자동차 연료비와 대륙에서 대륙으로 이동시 배로 부치는 비용이 거의 전부이다.
“이 작은 차 한 대로 시간, 공간의 제약 없이 새처럼 자유롭게 다녀요. 가다가 경치가 좋으면 그 즉시 멈춰 의자를 꺼내놓고 커피를 갈아 마시며 책을 읽죠. 졸리면 그냥 자요. 강을 만나면 카약을 타고, 멋진 길을 만나면 자전거를 타죠. 난 언제나 나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어요.”
세상이 힘들어도, 나이를 먹어도 최선을 다해 자신과 세상을 발견하며 삶에 감사하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이런 도인 같은 여행자들을 만나 인생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 좁은 마음속에서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요동치던 소용돌이는 잦아들고,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은 꿈만 남는다. --- pp.114-117

백발의 할머니는 커피를 시키자마자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며 환한 얼굴로 웃어주었다. 정성을 다해 천천히 세팅한 커피도구에서 신선한 커피가 느리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동안, 할머니는 내게 어디로 가는지 물었다. 그러고는 안경을 쓰고 떨리는 손으로 지도를 그려주었다. 이미 지도와 가이드북이 있어 그리 유용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그 정성이 너무나 고마워 몇 시간 동안 마음이 훈훈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집 안을 훑어보니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는지 제사용 사진이 걸려 있고, 아들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데다가 할머니가 끼니마다 밥을 떠먹여야 할 정도로 장애가 심한데, 이 모든 짐을 지고 혼자 장사를 하는 할머니가 너무나 친절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이었다. 낯선 이들의 친절은 끊임없이 내 마음의 틈새로 스며들어왔다.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을 때에도 이런 경험을 했었다. 우르떼가라는 시골마을에서였다. 숙소에 등록을 마친 후 수많은 순례자들이 써놓은 방명록을 읽고 있는데, 한글로 정성스레 쓴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의 격려와 위로가 그렇게 큰 힘이 되는지 몰랐습니다.

인생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이처럼 주고받는 과정을 즐기는 것 아닐까. 햇볕 한 움큼에 기뻐하고, 물 한 컵에 감사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길 위에서 느낀다. --- pp.163-165

시하누크빌 해변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바닷가로 걸어가는데, 태극기가 그려진 자그마한 움막집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더니, 놀랍게도 70대 한국인 노부부가 나를 반겨주었다. 자식들을 키운 뒤 여행을 다니다가 이곳에서 한동안 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계속 떠도는 것이 재미가 없어 아예 한 곳에 1~2년씩 눌러앉기로 했는데, 그냥 놀면 쉽게 지루해져서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겸 취미 삼아 식당 영업도 하게 되었다며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사람 사는데 많은 것이 필요 없더라고요. 이렇게 사니까 친구들도 반갑게 찾아오고, 자식들도 우리를 찾아와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자유로워지고, 우리는 이렇게 예쁜 해변에서 바다를 보며 사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게다가 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얼마나 당당하고 재미있어요? 우리가 식당이라도 하니까 이들과 어울릴 수 있지, 안 그러면 똑똑한 젊은이들이 우리 같은 늙은이들하고 놀아주기나 하겠어요? 이곳은 이제 충분히 즐긴 것 같아서 다음에는 어디로 가볼까 정보를 모으고 있어요.”
--- pp.22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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