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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름에게

어떤 이름에게

: 베를린, 바르셀로나, 파리에서 온 편지

[ 서간집 + 사진엽서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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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2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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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10쪽 | 442g | 128*188*25mm
ISBN13 9788970599304
ISBN10 8970599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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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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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에게 유리병을 던졌던 게 아닐까. 물건을 사며 인사를 건넨 어느 점원의 말 한마디가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있어. 가까운 사람과 진지하게 긴 대화를 나눴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고. 마주하는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한없이 병을 던지는 것 같아.
--- pp. 18-19

시차는 있겠지만 지구 어디서든 같은 달을 보고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아차렸어. 당연한 일인데,
머리로만 알고 있는 일들을 새삼 알게 될 때가 있잖아. 그런 순간이었지.
--- p. 23

같이 지내는 친구가 베를린에서 내가 웃는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대. 무표정하게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라고. 그 시절에도 그랬을까? 제법 잘 웃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건
바람이 된 거 같아. 웃음이 줄어들고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가. 그래도 우리가 가끔 만나 옛
이야기를 할 땐, 그때처럼 웃는 일도 생기는 것 같아. 언젠가 마당을 갖게 된다면 감나무를 심을 게.
서리하러 와줘. 땡감은 잘 숨겨둬야지.
--- p. 48

어딘가에 가 닿는 것보다 가는 길이 더 즐거운 일이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는 중인데 사실 내게는
대부분의 일이 그런 것 같아.
--- p. 65

어느새 우리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용감했던 순간들 왕 사랑하지. 왕 소중하지. 평생 그
순간을 다 합치면 얼마나 될까? 1년 치는 나오면 좋겠다. 죽기 전, 1년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서 그것만
보게. 그럼 꽤 용감하게 살았다고 착각하고 죽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 사실 쑥스럽고 수줍어하며 보내는
게 마음이 편해. 그러니까 69년은 그렇게 보내고 딱 1년 치만 용기 내서 살아야지.”
--- p. 88

지금은 바르셀로나의 한 해변에 앉아 있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를 품에 안은 한 아빠와 대화를 나눈
뒤야. “이 친구의 첫 여름, 첫 바다야.”라며 환하게 웃었는데 그게 왜 그렇게 눈부셨는지 몰라. 아기는
오늘을 기억할까?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있어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 것 같아. 엄마는 어린 시절 어딘가에
데려간 얘기를 하며 “기억도 못 할 것을 왜 그렇게 열심히 데리고 다녔나 몰라.” 말하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에 그 시간이 새겨져 있을 거라 믿어. 그 아이의 유년에도 오늘의 바다가 남겠지. 유년의 기억이
있고, 그 시간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게 커다란 선물처럼 느껴지는 날이다.
--- p. 150

언젠가 “가장 감사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저는 “슬픔을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어요. 그때부터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여기저기 살피다 보면, 세상의 수많은
슬픔 중 어떤 것은 제 눈에 보이기도 하고요. 가끔 나와 상관없는 슬픔에도 울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 아마 엄마도 그랬을 거예요. 엄마는 제가 자라오며 봤던 누구보다 남의 아픔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었거든요.
--- p. 158

작고 느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것들. 그런 것들이 어딘가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과 그들의 생을
생각하는 시간이, 그런 것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p.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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