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도 아니고 필생의 깨달음과 회한의 순간을 사투리로 기록한다는 것, 아버지의 언어가 아니라 조부와 신석공과 옹점이의 언어로 기록한다는 것, 그것은 대단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이문구적인 것이다. 소설을 쓰다보면 좀 잘된 것도 있고 안된 것도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대단하고 정교하고 감동적인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허구는 허구일 뿐이다. 예술의 세계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새겨져 있는,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의 정신, 한 사람이 소설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보여주는, 혹은 문학하기라는 실천의 영역을 통해 보여주는 정신의 폭이자 높이다. 우리가 이문구를 고유명사로서의 문학이라고 부른다면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 서영채(문학평론가,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
이문구의 소설에서 어휘와 문장, 또는 문체를 아우르는 그의 소설 속의 ‘말’들은 방법이나 묘사의 차원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 하나의 주제이자 이념의 위치에 놓여 있다. 그는 어떤 작가보다도 ‘저잣거리’의 ‘말’이 지닌 생명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 ‘말’들을 각고의 노력으로 포착하기 위해 애써온 작가이다. 그에게 ‘말’들은 곧 세계 그 자체였다. 한수영(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