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경에 일본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도 총을 많이 보유했다. 그러나 일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총을 버리고 옛날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왜 그랬을까-일본의 무사 계급인 사무라이가 칼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총만 가지고 있으면 일반 농민들도 아주 용맹한 사무라이를 죽일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사무라이를 두렵게 만들었고, 사무라이는 총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칼은 사무라이의 명예와 지위를 구현하는 것인 반면, 총은 외국에서 도입된 살인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소총 -부품의 호환성에 주목한 미국식 생산체계, 69~70쪽
그해 9월 4일, 심장이 좋지 않은 뚱뚱한 젊은 여인이 라에네크를 찾아왔다. 처음에 라에네크는 그 환자의 진찰을 포기하려 했다. 너무 뚱뚱해서 손으로 타진하는 검사로는 적절한 결과를 얻을 수 없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젊은 여인의 가슴에 귀를 갖다 대는 것도 민망한 일이었다. 궁여지책으로 라에네크는 종이를 둘둘 말아 한쪽 귀에 대고 다른 쪽 끝을 환자의 가슴에 대보았다. 그 순간 환자의 심장 소리가 라에네크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
청진기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바꾼 기술, 123쪽
19세기가 막을 내릴 무렵에 전신은 다양한 요소들을 잇는 강력한 네트워크로 부상했다. 만일에 어떤 사고가 일어나 전신선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의 생활 전체가 마비될 정도였다. 기차는 운행이 중단되고, 지사를 둔 기업은 활동을 멈추며, 신문은 기사를 싣지 못하고, 주식시장은 문을 닫아야 하며, 멀리 떨어진 가족은 중요한 소식을 교환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전신은 국민 생활의 다양한 측면들을 서로 연결해주었고, 사람들이 전신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신을 오늘날 글로벌 네트워크의 핵심인 인터넷에 빗대어 ‘19세기의 인터넷’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전신 -지구촌 시대를 연 19세기의 인터넷, 162쪽
비슷한 시기에 아일랜드의 어떤 작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자기가 알고 지내던 사람 중에 마음씨 좋은 영국인 독신자가 있었는데, 그는 긴 세월 동안 숱하게 많은 불행한 일들이 닥쳐도 그때마다 묵묵히 견뎌냈다. 그러던 어느 날 외과 의사가 그에게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하자 남자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유서를 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일화처럼 외과 수술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외과 수술이라는 진단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마취제 -죽음보다 더한 공포에서 벗어나다, 167쪽
코닥 카메라의 가격은 100장짜리 필름을 포함해서 25달러였다. 필름을 모두 사용한 다음에 이스트먼 회사에 보내면 그곳에서 현상과 인화를 해주었다. 사진이 완성되면 다시 카메라에 100장짜리 필름을 장착한 후 10달러를 받고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이스트먼은 다음과 같은 문구로 코닥 카메라를 홍보했다.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You Press the Button, We Do the Rest.”
이스트먼은 코닥 카메라라는 제품은 물론 촬영 이후 인화까지 서비스하는 방법도 개발했던 셈이다
사진기 -버튼만 누르면 끝나는 코닥 카메라, 228쪽
관람객 중에는 당시의 유명한 마술사로 훗날 영화 제작에 뛰어든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elies도 있었다. 그는 이 영화를 본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다른 관객과 함께 나는 자그마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잠시 후 리옹에 있는 벨쿠르 광장의 정지 영상이 나타났어요. 나는 옆 사람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설마 저런 사진을 보여주려고 우릴 이곳에 오게 하지는 않았겠죠. 저런 사진은 나도 10년 이상 찍어왔어요.’ 그때 말이 짐수레를 끌며 우리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기차와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나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곧 거리 전체가 살아 움직였어요. 우리는 모두 깜짝 놀라 입을 벌린 채 거기에 앉아 있었지요.”
영화 -뇌의 잔상 표과에서 착안한 활동사진, 241~242쪽
새로운 형태의 가사 노동은 가정주부에 관한 이데올로기적 변화와도 결부되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지난 후에 미국 사회에서는 가사 노동이 더 이상 허드렛일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간주되었다.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주부는 가족이 옷의 얼룩 때문에 겪을 무안함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해야 했다. 가족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주부의 성실함을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고, 욕실 청소는 질병에서 가족을 보호하는 모성 본능을 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의 여성 잡지들은 가정주부가 이렇게 고상한 노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일종의 ‘죄’라고 표현했다.
세탁기 -가사 기술은 주부의 노동을 줄였는가, 255쪽
메리는 뉴욕 사교계의 스타였다. 열정적으로 파티를 즐겼던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을 즐거워했다. 1910년의 어느 날, 메리는 파티용 의상으로 실크 드레스를 준비했다. 그런데 실크 드레스가 너무 얇아서 속이 다 비치는 문제가 있었다. 메리는 즉석에서 두 명의 프랑스 하녀와 함께 실크 드레스에 어울리는 속옷을 만드는 데 도전했다. 그녀들은 두 장의 흰 손수건, 분홍색 베이비 리본, 얇은 줄을 가지고 가슴을 살짝 가릴 수 있는 속옷을 만들어냈다.
브래지어 -여성에 의한, 여성의 발명품, 275~276쪽
앞으로 로봇이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로봇을 매개로 어떤 세상이 도래하는가 하는 점에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반면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전망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로봇의 사회적 통제에 대한 토론도 진지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로봇 윤리의 정립, 킬러 로봇의 금지, 로봇세의 부과 등이 주요 주제이다. 더 나아가 ‘호모 사피엔스’로 불리는 인간 종에 대비하여 ‘로보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로봇 종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로봇 -인간을 닮은 인형에서 인공지능 로봇까지, 311~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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