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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이름의 큰나무

아버지라는 이름의 큰나무

[ 양장,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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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0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390g | 130*188*20mm
ISBN13 9788970656243
ISBN10 8970656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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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식들 앞이라고 해서 화를 참거나 될 수 있으면 부부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하지 않으셨다. 어린 자식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서로의 감정이 풀릴 때까지 계속 언쟁을 벌였다. 그러나 우리 형제들은 알고 있었다. 부부 싸움이 끝난 후에 두 분의 마음에 고민이나 미움의 찌꺼기가 남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순간에 폭발한 화를 입 밖으로 모조리 쏟아내고 나면, 또 한순간에 그 모든 화가 한 자락의 응어리도 없이 사라졌다.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도 거리낌 없이 부딪치는 것으로 풀어나갔다.--- p.26

어느 날 밤에 일어났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날 밤 아버지는 직원 하나가 회사의 전 재산을 갖고 달아나는 바람에 회사는 물론이고 아버지까지 완전히 파산시켰다고 말씀하셨다. 그로 인한 실망과 배신감으로 아버지는 흐느껴 울었고, 우리는 위로의 말을 건넬 엄두도 내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잠시 후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물으셨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겠니?”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겠니, 이렇게 물으시면서 아버지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어린 우리 형제들에게 어떤 대답을 듣고 싶으셨던 것일까? 확실한 것은, 아버지가 우리를 고통스러운 문제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는 사실이었다.--- p.30

가난했지만 그것을 부끄럽거나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궁색함 속에서도 삶을 즐길 줄 알았던 부모님 덕분에 나는 현재에 만족할 줄 아는 인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웠고,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도 배웠다.
어머니는 남편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럽게 말이다. 물론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편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있는 그대로의 아버지 이상의 것을 절대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이 아닐까.--- p.38

“나중에 어른이 되면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정원을 반드시 갖도록 해라.”
언젠가 시들어가는 줄기를 무진장 애를 써서 살려내 마침내 싱싱한 꽃을 피우는 모습을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아버지가 나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뭔가를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어떤 것인지 결코 알 수 없단다.”
아버지가 그 당시 내게 들려준 이탈리아 속담은 나중에 내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어린 학생들을 대할 때, 아주 중요한 순간마다 귀하게 써먹는 말이 되었다.
“자라나는 생명에 손을 빌려주는 사람을 하느님은 항상 웃으면서 바라보신다.”
정말 그렇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자연의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자라나는 생명을 위해 자신의 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을 하느님이 외면할 리가 없다. 아버지의 정원은 우리 형제들에게 그렇게 믿고 실행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는 무언의 학교였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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