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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무에 꽃 피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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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46g | 125*190*20mm
ISBN13 9791155801062
ISBN10 115580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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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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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짧은 삶을 어찌 그리도 허망하게 보내는지 모르겠다. 늘 삶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 특히 나 같은 경우, 속가의 가족력을 이어받았을 터라 인생이 더욱 짧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왕에 중이 되었으니, 모든 중생을 향한 넓은 사랑을 하고 싶다. 그리하여 갈 때는 들꽃처럼 핀 적 없듯 갔으면 좋겠다.
--- p.14

할머니께서 풀어놓은 보따리 안에는 모시 원단도 넉넉하게 함께 있었다. 먹물을 들여 승복을 해 입고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를 기도하는 할머니의 바람이었다. 할머니의 정성을 생각해서 승복을 해 입어야 했지만, 그 비용이 고급 옷값만큼이나 드는지라 차일피일 미룬 게 5년이 흘렀다. 올해도 그냥 지나갈 참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원고료를 적잖이 받게 되어 큰 맘 먹고 옷을 맞추었다. 남은 원단으로 도반의 적삼도 하나 맞추었다. 나의 작은 회향인 셈이다.
--- p.38

한우산에는 산행에 목을 축일 수 있는 노점상이 있어, 막걸리 한 병을 사다 산에 뿌려주었다. 막걸리는 산신께 올리는 공양이다. 사람들은 산신이 있느니 없느니 해도, 그런 건 내게 아무 상관이 없다. 그저 여기에 산이 있으니 고맙고, 산 아래 마을이 있어 고맙고, 거기에 사람들이 깃들어 사니 고마울 따름이다. 산신이 따로 있으랴. 산을 사랑하는 이가 산신이다. 산을 귀히 여기는 이가 산신이다. 그 산에 뭇 중생들이 깃들어 살거니와 모두 산신과 다름 아니다.
--- p.50

더 나아가 논밭에 농약을 뿌리더라도 “병충은 죽어라. 빨리 죽어라” 하는 마음으로 농약을 뿌리지 말고, “우리 사람들이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농약을 뿌리니 벌레님들은 자비의 마음을 내시어 극락왕생하시기를 발원합니다. 다음 생에는 좋은 인연의 모습으로 다시 오소서!” 하고 농약을 뿌리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집에 돌아가셔서 바깥어른들 농약 뿌릴 때 대지에 그리 고하고 농약을 뿌리면 무슨 악업이 되겠습니까” 하고 일러주었습니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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