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6월 29일 |
---|---|
쪽수, 무게, 크기 | 440쪽 | 428g | 127*188*30mm |
ISBN13 | 9788925563749 |
ISBN10 | 8925563746 |
발행일 | 2018년 06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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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0쪽 | 428g | 127*188*30mm |
ISBN13 | 9788925563749 |
ISBN10 | 8925563746 |
프롤로그 토요일의 남자 제1장 폼포코 가면과 주말 탐정 제2장 휴가의 왕국 제3장 다시 한 번 요이야마 제4장 거룩한 게으름뱅이들 에필로그 일요일의 남자 작가후기 역자후기 |
게으름뱅이에게 '거룩'이라는 단어가 붙다니.. 이 책 제목을 왜 이렇게 지은거지?
어랏~ 몽환적인 소설을 쓰는 모리미 도미히코 작가가 쓴 책이네. 그럼 읽어봐야지!!
내가 기대해서 읽은 만큼,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만족감을 느꼈다.
역시나 술술 잘 읽히는구만, 이렇게 독특한 주인공의 몽환적인 경험은 이 작가의 전매특허이지~
이 책을 읽고 나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와 '유정천 가족', '요이야마만화경', 태양의 탑'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교토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몽환적인 일들, 너구리가 등장하는 점, 축제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사건들, 전혀 평범하지 않은 특이한 주인공..
모리미 도미히코 작가의 책을 읽으면,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관이 쭉 이어져 있어서 좋다. 반대로 생각하면 다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난 작가의 소설에 대한 일관성이 좋다~
정말 게으름뱅이의 골수분자이자, 휴일에는 기숙사 침대에 누워 미래의 아내와 할 목록을 수정하는 게 가장 행복한 고와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니는 정의의 사도 폼포코 가면,
주말을 아침부터 밤까지 정말 알차게 보내는 온도와 모모키,
게으른 천재 탐정 우라모토씨와 방향치지이만 탐정 열정이 많은 조수 다마가와.
누가 좋아서 정의의 사도 따위를.
나는 굳건하게 내 휴일을 지킬거예요.
게으름 피울 수 있다면 뭐든 할 겁니다.
P.50
정말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토욜날 기온 축제의 요이야마(전야제)에 겪게 되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교토의 정의 사도인 폼포코 가면을 잡으려는 사람들과 폼포코 가면의 후계자가 되고 싶지 않은 고와다의 이야기가 꿈처럼 펼쳐진다.
여긴 기온 축제의 전날이며, 폼포코 가면의 모티브인 너구리가 살고 있는 교토가 아닌가.. 구운몽처럼 꿈속 나비가 나인지, 나비가 바뀐 장자가 나인지처럼..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상상 속 모습인지 분간이 되진 않지만.. 이 모든 것이 다 쿄토에서 일어나고 있다!!
장자처럼 고와다도 남들을 피해 골방에서 잠을 자면서, 자신이 그렇게도 원하는 게으름뱅이의 삶을 꿈에서 보내게 된다. 그게 꿈이 아니라 실제 삶인 듯 고와다는 만족을 한다는 게 더 웃김.
그곳은 시계도 달력도 없는, 끝없는 휴가가 이어진다는 전설의 나라다.
위대한 '지루왕'이 그냥저냥 지배하고 있다는 그 깊숙한 땅에는 시간이 남아돌아서 평범한 사람은 견디지 못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지루함이 만연한다고 한다.
우리 세계의 휴가는 이 신비한 왕국이 던지는 '그림자'일 뿐이다.
P.133
폼포코 가면을 잡으려면 교토시의 대부분의 사람들 때문에 폼포코 가면은 고와다에 정체를 들키게 되고, 고와다는 폼포코 가면을 위해 가짜 폼포코 가면이 되게 되고, 그 덕에 이런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너구리신인 하치베묘진까지 만나게 된다.
중요한 점이니 다시 반복하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려심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 드러난 전 인류의 장대한 유대를 주목하라.
누구든 졸릴 때는 졸리다.
잠자라, 폼포코 가면, 잠자라
정의의 사도니까 게으르면 안된다고 대체 누가 정했어?
P.324
정말 게으름뱅이 중 최고의 게으름뱅이를 지향하는 고와다 때문에, 하치베묘진은 쿄토시에 모든 사람들이 폼포코 가면으로 활동하는 것을 허락하면서, 폼포코 가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내일은 일요일입니다. 여러분.
질릴만큼 빈둥거리세요.
P.418
왜 정의의 사도는 부지런해야 하나? 왜 주말에는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휴일을 보내야 하나?
왜 탐정은 사건 해결을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만 하나? 왜 주인공은 노력해야만 하나?
우리가 흔히 아는 주인공,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는 주인공이 아니더라고..
이렇게 혼자 쉬고 싶고, 최대한 빈둥거리고 싶은 게으름뱅이가 더 정이 가는 건 왜 일까?
고와다를 보고 있으면, '태양의 탑'에서 예전 애인이었던 ‘미즈오 씨’를 연구하기 위해 관찰을 거듭하며 240장에 이르는 대작 리포트를 작성 중인 주인공과 '연애편지의 기술'에서 해파리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지만 언젠가는 연애편지를 대필하는 벤처기업을 세우겠다는 꿈을 가진 주인공이 떠오른다.
묘하게 닮은 3권 소설의 주인공들! 돌이켜 보면 어느 누구하나 평범하지 않다는 게 모리미 도미히코 작가의 매력일지도!!
엉뚱하지만, 왠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주인공들. 그 주인공들을 통해 펼쳐지는 현실과 몽환을 오가는 스타일. 이래서 난 이 작가의 책이 좋다!
나도 주말에는 빈둥거려야겠다!
저는 '게으름뱅이'입니다..ㅋㅋㅋ 사실 '게으름뱅이'보다는 '집돌이'에 가까운데 말입니다.
대학다닐때 친구들이나, 동기들이 제발 좀 돌아다니라고 하고..연락좀 하라고 해도..
이상하게 밖에 나가기 싫어, 집에서 노는것을 좋아했는데요..
휴가철이나 주말이 되면 어딘가 여행가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당일이 되면 그냥 집에서 쉬는것을 택하는 나..ㅋㅋㅋㅋ
왠지 주인공인 '고와다'가 공감이 되던데 말입니다.
모기업의 화학연구소 연구원인 '고와다'
그는 주말에는 집에서 뒹구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소장이 '가만히 있는 돌은 '이끼'가 낀다'며 '고와다'에게 모험을 하라고 말하지만..
'고와다'는 도리어 '이끼'가 낀 '동자보살'처럼 되길 원하는 극강의 '게으름뱅이'인데요..
그런 '고와다'에게 골치아픈 일이 생깁니다..
'교토'의 영웅인 '폼포코'가면이 나타나 그에게 자신의 '후계자'가 되어 달라는 것인데요
주말엔 늘 쉬고 싶어하지만...선배인 '온다'커플에 의해..
어쩔수 없이 외출을 하게 되는 그는..
'라면전쟁'을 말리려 갔다가, 길을 잃고 ..곤란해하는 그를 '폼포코'가면이 도와줍니다.
그리고 그후부터 계속 '후계자'가 되어달라고 따라다니는...
어느날 '폼포코'가면을 쓰고 나타난 괴인..
그는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습니다.
늘 사람들을 도우느라 바쁜 그가 '고와다'를 찾아와 후계자가 되어달라 하고
극강 '게으름뱅이'인 그는 당연히 거절하지만..끊임없이 그를 찾아오는 ㅋㅋㅋ
그때 한 여대생이 난입하는데요..
그녀는 탐정사무소의 조수인 '다마가와'였는데요...
'다마가와'는 결국 '폼포코'가면을 잡는데는 실패하지만..
그후 '고와다'를 미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미행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어설픈 그녀..
'고와다'는 그럴바에는 같이 걸어가는게 괜찮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그리고 같이 동행을 하는데요..
한편, 의문의 조직들이 연이어 '폼포코'가면을 잡으려고 합니다.
'고와다'는 '후계자'를 거절했는데도..
이들의 표적이 되고, '게으름뱅이'가 되고픈 그는 원하지 않는 소동에 휘말리게 되는데요.
사실 '폼포코'가면의 정체는 눈치를 챘습니다.
그 사람일거 같았는데 맞더라구요..
'교토'를 지켜달라는 '폼포코'가면의 말보다 자신의 주말을 지키고 싶은 '고와다'
이 소동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ㅋㅋㅋ
참 객관적으로 보면 참 어설픈 영웅과, 어설픈 조직들...ㅋㅋㅋㅋ
그러나 그들의 모습이 유치하거나 싫지가 않는데 말입니다.
소동 자체도 엄청난 큰 소동이다기보다 귀엽기 그지 없는데 말입니다.
캐릭터들도 맘에 들고, 결말도 맘에들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폭염이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더위다. 에어컨 없는 사람들이 뒤늦게 에어컨을 사려고 아우성이고 너무나 주문이 물려서 지금 사도 2주 후에나 설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어떤 이들은 성인 목록에 에어컨을 만든 캐리어의 이름을 새로이 올리기도 했다. 이런 더위엔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꼼짝 않고 조용히 누워서 체내에 쌓인 열기를 밖으로 내보내기만 해야 한다. 책? 아스팔트도 녹이는 더위 앞에서 그 아스팔트마냥 흐물흐물 녹아드는 두 눈에 활자들이 들어올 턱이 있을까? 독서도 잠시 휴업이란 팻말을 걸어놓아야 한다. 정녕 그럴려고 했는데 그 팻말을 다시 거두게 만든 소설을 하나 만났다. 그게 바로 모리미 도미히코가 쓴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이다.
예전에 한 번 말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이 작가를 좋아한다.
대놓고 판타지와 일상을 뒤섞는 게 좋다. 자신의 고향인 교토를 너무나 사랑하여 소설의 무대가 늘 교토를 떠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든다. 그러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뚝심있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란 게 대부분 우리 사회를 깊이 장악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격를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서 더욱 좋다.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도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게으름뱅이의 찬가다. 한 마디로 '당신은 왜 인간으로 태어났을까? 그건 바로 게으르게 살기 위해서지!'라고 말하는 작품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드 러셀이 게으름을 찬양했던 게 생각난다.
그는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요구하는 근면만큼 인류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도 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인간 사회가 더없이 환희와 행복으로 넘쳐나려면 무엇보다 인간에게 4시간 이상의 노동을 허락하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OECD 국가 중 노동 시간이 가장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정말 꿈만 같은 얘기다. 어쩌다 우리는 야근이 일상이 되고 과로가 의무인 것 같은 세상에 살게 되어버린 것일까? 그런 세상이 오도록 만든 것이 아주 어릴 때부터 계속해서 듣던 '부지런하라'는 말 때문이란 걸 생각하면 러셀의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설도 그런 러셀의 말에 한껏 동조한다. 아예 주인공 자체가 게으름을 신념으로 실천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는 그저 빈둥빈둥하기 위해서 산다. 생존은 해야 하니까 거기에 따르는 필수 노동은 하고 있지만 그 외의 것은 일부러 안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곤란한 일이 생긴다. 요즘 교토는 폼포코 가면이란 존재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폼포코 가면은 이를테면 배트맨 같은 자경단이다. 혼자서 가면을 쓴 채 나타나 약한 자를 도와주고 악인을 무찌른다. 그런 폼포코 가면이 어찌된 일인지 주인공 고와다 앞에 자꾸 나타난다.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뒤를 이어 받아라는 것이다. 그저 게으름을 위해 사는 고와다는 거부한다. 하지만 폼포코 가면은 포기하지 않는다. 과연 고와다는 게으르게 살아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제2의 폼포코 가면이 될 것인가?
그 결과는 소설을 통해 직접 확인하기로 하자.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을 즐겨 읽은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독특한 설정과 어디서도 잘 볼 수 없는 캐릭터로 작품이 일단 기본적인 재미가 있기 때문에 이 소설도 당연히 술술 넘어간다. 나는 정말로 더위도 잠시 잊을만큼 몰입해 읽었다. 아마도 고와다가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중세 시대엔 나태가 7대 죄악에 해당되었을 정도로 게으름은 오래도록 미덕이 아니라 악덕의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러셀이나 이 소설처럼 이제는 게으름도 달리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지금의 우리 세상이 여유라고는 거의 누리지 못할 정도로 너무나 치열하게 살고 있고 그걸 또 강요하기 때문이다. 버스가 오른쪽으로 너무 기울면 사람들은 균형을 잡기 위해서 되려 왼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란 얘기가 있다. 세상이 너무 극단에 치닫게 되면 거기에 반발하여 완전히 반대되는 것을 꿈꾸게 된다는 의미다. 게으름도 그렇다. 하루의 대부분을 분주와 분투로 꽉 채워 살게 하니까 질식할 것 같아서 수면 위로 입을 내미는 물고기처럼 게으름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거룩한 게으름뱅이의 모험'은 그런 호흡으로 생각해주면 좋을 것 같다. 러셀은 이런 말도 했다.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 선한 본성은 힘들고 바쁘게 사는 데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여유와 안정에서 나온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우리 사회가 날로 각박해지는 것도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한 노동과 경쟁의 강도 탓인 지도 모른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들 너무나 바쁘다. 그러니 아이들은 친구를 폭행하고 고문하며 어른들은 혐오와 증오 범죄를 쏟아내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하자. 나무늘보처럼 빈둥빈둥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자. 그런 의미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시간 단축을 나는 강력하게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