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는 모두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모두에게 기쁨의 원천이었고,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정작 스스로에게는 기쁨의 원천이 되지 못했고, 자신 안에서는 아무 즐거움도 찾을 수 없었다. --- p.13
이 자아, 가장 내적인 부분, 가장 궁극적인 부분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누구보다도 지혜로운 현자들의 가르침에 따르면 그것은 살이나 뼈도 아니고, 사상이나 의식도 아니다. --- p.15
바로 그 원천, 자아 속에 있는 이 원천을 찾아내어 내 것으로 삼아야 한다! 그 밖의 모든 것은 탐색, 우회, 방황에 불과하다. 이것이 싯다르타의 생각이었고, 그의 목마름이자 고뇌였다. --- p.16
싯다르타에게는 하나의 목표, 오로지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비우는 것, 갈증을 비우고, 소망을 비우고, 꿈을 비우고, 기쁨이나 고통을 비우는 것이었다. 자아를 죽이는 것,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것, 마음을 비운 상태로 안식을 얻는 것, 자아를 초월하는 묵상을 하면서 경이의 세계를 접하는 것, 그것이 바로 그의 목표였다. 일체의 자아가 극복되고 소멸될 때, 마음속의 모든 욕망과 충동이 침묵할 때, 그때 비로소 가장 궁극적인 부분, 자아를 초탈한 존재의 가장 심오한 부분, 그 위대한 비밀이 깨어날 것이었다. --- p.24
싯다르타는 사색에 잠겨 더욱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가 스승들과 가르침으로부터 배우려 했던 것이 무엇이며, 네게 그토록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그들조차 도저히 가르쳐줄 수 없던 것이 무엇이었는가?’ 그는 답을 찾아냈다. ‘바로 자아다. 나는 자아의 의미와 본질을 배우려 했던 거야. 나는 다름 아닌 자아로부터 벗어나고자 했고, 그 자아를 극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자아를 극복할 수는 없었지. 다만 기만할 수 있었을 뿐이고, 자아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을 뿐이며, 자아를 피해 숨을 수 있었을 뿐이다. 정말이지 세상 그 어떤 것도 나의 자아만큼, 내가 살아 있다는 이 수수께끼만큼, 내가 다른 모든 사람과 구별되는 남다른 존재라는 수수께끼, 내가 싯다르타라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많은 상념에 빠지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싯다르타에 대해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모르고 있다니!’ --- p.51
그는 내면의 소리가 추구하라고 명령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고자 했고, 내면의 소리가 머물라고 한 곳 외에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자 했다. --- p.64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오직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이러한 자세를 갖추는 것은 좋은 일이었고 필요한 일이었으며,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 p.64
그는 강물로부터 가르침을 얻기를 바랐고, 강물에 귀를 기울이고자 했다. 강물과 그 비밀을 이해하는 사람은 또다른 많은 것, 수많은 비밀, 모든 비밀을 이해하게 될 것 같았다. --- p.121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지고, 모든 소리, 모든 목표, 모든 동경, 모든 고통, 모든 쾌락, 모든 선과 악, 그 모든 것이 모여 이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모여 사건의 강을 이루었고, 삶의 음악을 이루었다.
--- 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