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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

맛있는 시

: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

임상희 그림 / 정진아 | 나무생각 | 2019년 04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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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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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26g | 136*224*20mm
ISBN13 9791162180570
ISBN10 1162180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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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쓸쓸할 때 꺼내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입니다. 밋밋하고 소박한 흰죽은 오래 아팠다가 막 기운을 차리는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아픈 딸을 위해 또는 아들을 염려하며 늙은 어머니가 오래오래, 세상의 좋은 기운을 죄다 끌어 모아서 끓인 것 같은 맑은 시를 읽으니, 마음 한 켠에 수액처럼 눈물이 차오릅니다. 아, 우리는 여직 사랑받고 있구나……. 잊었던 그 사랑을 느끼며 다시 살아갈 힘을 냅니다. 헛헛하고 외로울 때마다 꺼내 드세요. 위로와 사랑의 흰죽. ---「흰죽」중에서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겠지요. 씨앗처럼 작은 생명으로 세상에 와서는 한 시절 줄기를 뻗고 잎을 틔우고 활짝 꽃을 피웁니다. 그러다 때가 되면 마른 장작처럼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기도 하겠지요. 삶을 다하는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주는 꽃밥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곁에 있는 사람에게 실망해서 마음에 시린 바람이 불고 있다면 꽃불로 끓여낸 가마솥 꽃밥을 먹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밥알 하나하나에 고인 뜨거움이 마음에 부는 시린 바람을 다사로운 훈풍으로 바꿔줄 거예요. ---「꽃밥」중에서

결혼 생활은 한마디로 밀가루 반죽이었습니다. 어쩌자고 시작했을까요? 하얗고 부드럽고, 후― 불면 날아가는 고운 밀가루로 살지, 동그란 스텐 그릇에는 왜 뛰어들었을까요? 물이 부어진 후 뒤섞여 하나가 된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던 거겠지요. 고운 가루가 한 덩이 반죽으로 완성되기까지 울기도 많이 울고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고함을 지르던 날도 셀 수 없습니다. 그 시간들로 팍팍 치대 완성한 말랑말랑한 반죽. 자, 이제 어떡할까요? 국수를 삶을까요? 빵을 구울까요? ---「밀가루 반죽」중에서

음식으로 가득 채워졌던 식탁 위도 마찬가지겠지요. 따뜻하고 정겨운 자리였지만 다 먹고 떠나고 난 후에는 밥 찌꺼기와 설거짓거리만 남습니다. 누군가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식탁 위를 깨끗하게 치우겠죠.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지금은 한창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언젠가 소리 없이 치워질 거라고요. 그래요. 살다 보면 별자리 성성하고 꿈자리 뒤숭숭한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옵니다. 그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길이에요. 다만, 그날이 나를 찾아오는 날,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식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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