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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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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73이동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동
리뷰 총점8.7 리뷰 15건 | 판매지수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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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44g | 142*206*15mm
ISBN13 9788954439862
ISBN10 89544398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풀잎도서관 부지가 미군의 새로운 미사일 기지로 선정된 것은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지역 주민들과 풀잎도서관을 아끼는 사람들은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국회에 탄원서를 보내고 방송에도 나왔다. 그러나 군사시설, 그것도 국가안보에 직결된 미군의 군사시설이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시위하는 어른들을 빨갱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누군가 돌로 이장님 댁 유리창을 깨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어른들은 싸움을 그만두기로 했다. 고작 도서관 때문에 끝까지 싸울 이는 많지 않았다.
--- p.17

“책이 거부한다고요?”
“응. 그게 바로 최초의 책이 위험하다는 이유야. 숨바꼭질 끝에 책을 찾더라도 최초의 책은 자신이 선택한 사람만이 읽을 수 있대. 독자가 책을 고르는 게 아니라 책이 독자를 고르는 거지. 그렇게 고른 독자에게 책은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음에 들면 계속 읽게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중간에 그의 영혼을 확 삼켜 버리는…….”
“무시무시하네요.”
내가 놀란 얼굴을 하자 권영혜 선생님은 크게 웃었다.
--- p.39

사서들은 그 앞을 가로막고 있던 돌무더기를 치우면서 서서히 안으로 들어갔다. 왕궁 앞에 다다른 그들이 육중한 돌문을 밀었고, 그곳을 본 나는 그만 기겁하고 말았다. 풀잎도서관에서 보았던 광경을 이곳 알렉산드리아에서도 마주하다니! 두 개의 도서관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무섭게도 닮아 있었다. 그곳에 남은 건 적막과 어둠 그리고 먼지뿐이었다. 필로포노스 할아버지는 썩어 문드러지는 파피루스 한 무더기를 만져 보더니 잠시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 p.104

나는 선생님을 잡았던 손을 살펴보았다.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없었다. 모든 게 꿈이라 다행이면서도 아직 현실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감이 밀려왔다. 나는 책의 어디쯤 읽고 있을까? 최초의 책은 계속 자신을 읽으라며 강요하고 있었다. 책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다시 선생님께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챕터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뿐이었다. 책을 다 읽지 못해 과거에 갇히는 불상사만은 없어야 하니까.
--- p.123

하늘은 허연 우유와 같아 금방이라도 뭔가 쏟아질 것 같았다. 짐이 마차 창문을 통해 풍경을 보던 중, 그만 달리던 마차가 급정거하고 말았다. 신문을 읽으며 길을 건너던 남자 때문이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윌리엄 녹스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투덜거렸다.
“세상이 쓸데없는 활자로 넘쳐나고 있어요. 저기 좀 보세요. 길거리에 교양인들만 있는지 다들 뭔가 읽느라 느릿느릿 길을 건너잖아요. 저러다 마차에 치이면 어쩌려고……. 말셉니다, 말세.”
윌리엄 녹스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세상은 활자로 넘쳐나고 있었다. 이제는 글을 알거나 책을 가지면 출세하는 시대도, 도서관이 부와 권력의 상징인 시대도 지났다.
--- p.164

“윤수야, 물어볼 게 있어.”
“뭔데요?”
“사서가 되고 싶다는 마음 계속 변치 않을 수 있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려운 정사서 시험에 떨어져도, 그 시험에 합격했는데 막상 갈 데가 없을 때도, 정민이처럼 계약직에서 갑자기 잘려도, 사서를 전국에서 열 명만 뽑아도……. 그리고 도서관이 갑자기 무너지고, 선생님이 없어져도…… 그 마음 변치 않을 수 있냐고.”
선생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 p.174

지금은 영혜가 사서를 결심하기에 환상적인 계기가 되는 것 같았다. ‘포탄이 날아오는데 갑자기 사서가 되고 싶었다.’ 원래 이렇게 인과관계가 뚝뚝 끊긴 계기가 더 멋있는 법이다.
“그래. 넌 꼭 좋은 사서가 될 거야.”
내 말에 영혜가 기쁘게 웃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영혜의 미소 가운데 가장 따뜻해 보였다. 영혜는 최초의 책을 찾아다녔는데, 정작 발견한 것은 그녀 자신이자 그녀의 꿈이었다. 영혜는 이미 훌륭한 사서였다. 그녀만큼 훌륭한 사서를 본 적이 없었다.
--- p.22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국내 최초의 도서관으로 이름난 풀잎도서관. 그러나 최근 미군 미사일 기지로 선정되어 풀잎도서관 일대는 폐쇄가 결정된다. 곧 폐쇄될 도서관 지하에서 책을 정리하던 윤수는 우연히 사서 선생님이 오래전에 썼다는 『위대한 도서관과 사라진 책』을 손에 넣는다. 이 책을 매개체로 윤수는 2000여 년 전인 BC 185년, 이집트 북쪽 끝에 있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가게 되는데……. 윤수는 최초의 책을 찾고 자신이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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