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내용은 대학 입시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위해 미적분을 공부하는 독자에게는 조금 부족하겠지만 미적분이 얼마나 훌륭한 아이디어인지 이해하기에는 충분할 것입니다. 미분이란 ‘세세하게 나눠서 분석하는 일’이며 적분이란 ‘세세하게 나눈 것을 더하는 일’입니다. 매우 단순한 발상이지만 그만큼 응용 범위가 넓기에 미적분을 배우고 나면 많은 것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일 거예요. 그러한 ‘특별한 눈’을 부디 여러분도 갖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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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분학은 분명 기본적인 학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워하다 결국 포기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아마도 그 수식이 해괴한 기호의 나열처럼 보이는 탓일 거예요. 하지만 수식도 내용만 이해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령 ‘50원짜리 물건을 4개 사면 얼마일까?’라고 생각하면서 ‘50×4=200’이라는 수식으로 계산해 ‘200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고 해봅시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그 중간 단계인 수식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쓰여 있지 않은’ 것이지만요.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50×4=200’을 보면 주어진 상황을 통해 ‘아, 50원짜리 물건이 4개 있으니 이런 식이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수학에서는 이 수식 부분이 매우 길고 복잡해져서 본래 상황을 쉽게 떠올리지 못할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식을 풀이하는 일이 아니라, 처음 식을 만들 때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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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의 기울기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곡선의 기울기란 정확히 무얼 말하는 것일까요? 미끄럼틀, 스키장의 슬로프, 롤러코스터 등 경사가 계속 바뀌는 경우를 떠올려봅시다. 그리고 이때 만약 미끄럼틀이 도중에 끊어져 있다면, 그것을 타고 있던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 당신이 상상한 대로 미끄럼틀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그 사람이 나아가던 방향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이 방향을 ‘해당 위치의 곡선 기울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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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n+Yn=Zn(n?3)
n이 3 이상의 자연수일 때, 이 식을 만족하는 자연수 X, Y, Z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식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고 합니다. 식만 보면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거의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수학 문제는 문제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고도의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페르마의 추측은 전문 지식이 없어도 문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 오히려 쉬운 편입니다. 페르마는 n=4인 경우를 증명했지만 모든 n값에 대한 증명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페르마는 수학책 귀퉁이에 “나는 이 정리의 경이로운 증명 과정을 발견하였으나, 설명하기엔 책의 여백이 충분하지 않다.”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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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중에서 비교적 친숙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거리를 계산할 때 자주 사용합니다. 좀 더 전문 분야를 예로 들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속도를 계산할 때도 사용합니다. 이 경우 지구 표면에서 수평 방향으로 쏘아 올린 위성이 추락하거나 떨어지지 않고 지구를 벗어나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속도를 계산합니다. 시속 몇 킬로미터로 비행해야 가능한지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구할 수 있습니다. 토지를 측량할 때는 사인법칙을, 두 지점 간 거리를 잴 때 장애물이 있다면 코사인법칙을 사용해 계측합니다. A, B 두 지점의 거리 값을 구하고 싶은데 그 사이에 건물이나 산, 강 등의 장애물이 존재한다면 거리를 직접 측량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는 장애물이 없는 C 지점을 선택해 삼각형을 만들고, 코사인법칙을 활용해 거리를 측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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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색정리는 1852년 영국의 수학자 프란시스 구드리가 ‘어떠한 지도라도 4색을 써서 칠하여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문제를 제기한 데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문제에 수많은 수학자와 수학 애호가 들이 몰두했습니다. 당시에는 쉽게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증명에 성공한 사람은 케네스 아펠과 볼프강 하켄이며 시기는 1976년이었습니다. 지도를 색으로 구분하는 데 외에는 실용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4색정리는 현재 휴대전화 기지국 배치 등에 응용되고 있습니다. 휴대전화 시스템은 주파수에 의해 전파가 혼선되기 때문에 인접한 영역 안에 동일한 주파수의 기지국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영역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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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 확률은 10% 단위로 묶어 발표합니다. 이 사이의 수치는 반올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수 확률 0%는 정확하게는 강수 확률이 5% 미만(5%는 포함하지 않음)임을 뜻합니다. 과거 데이터로 산출한 강수 확률이 4%라면 예보에는 0%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확률 0%라 하면 그 사건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만 강수 확률의 경우에는 0%라도 절대로 비가 오지 않을 확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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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을 알면 사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가령 앞쪽에서 언급했던, 동일한 숫자가 반복되는 복권 또는 연속된 숫자로 이루어진 복권에 비해 다양한 숫자가 섞여 있는 복권의 당첨 확률이 더 높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 당첨 복권은 단 1장이므로 우리 눈에 보이는 숫자의 조합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도 느낌만으로 그렇게 판단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 p.78
확률은 반드시 0에서 1(%로 나타내면 0%에서 100%) 사이가 됩니다.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의 확률은 0(0%), 반드시 일어나는 사건의 확률은 1(100%)입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흔히 ‘200% 확률로 성공할 거야!’와 같이 말하곤 하지요. 하지만 확률론에서는 이런 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비유적 표현일 뿐이지요.
--- p.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