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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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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0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498g | 132*195*30mm
ISBN13 9791190065719
ISBN10 119006571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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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동물들을 보면 곧바로 그들의 말이 이해가 되어 알아듣지 않을 방법도 없었으니, 그것은 어떤 문장을 보고 그 말뜻을 이해하는 것처럼 내게는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레오니가 집을 나가고 난 뒤 나는 한동안 뒷마당에 앉아 돼지와 말 들의 소리를, 그리고 매섭게 몰아치다 뚝 끊기는 바람처럼 침묵 속으로 잦아드는 늙은 스태그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 p.30∼31

“생일 케이크는 남은 게 없더라고. 신발이 파란색이라, 잘 어울리기도 하고.”
나는 그제야 레오니가 열세 살짜리 아들에게 주려고 임신 축하 케이크를 사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소리 내어 웃었지만 조금의 감동도, 어떠한 기쁨도 느껴지지 않았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고, 얼마나 어색했던지 케일라가 고개를 돌려 내가 반칙이라도 했다는 듯 쳐다보았다. 케일라가 울기 시작했다.
--- p.49

어젯밤, 그는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이 기븐 아닌 기븐, 이제 죽은 지 15년이 되는 기븐, 내가 코카인 가루를 들이마시고 알갱이를 삼킬 때마다 찾아오는 기븐. 그는 탁자 맞은편 빈자리 두 개 중 하나에 우리와 같이 앉아서 팔꿈치를 탁자에 괴고 몸을 숙였다. 늘 그랬듯이 나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에게 엄마 얼굴이 있었다.
--- p.58

소나무들이 반쯤 타버린 그 도로를 벗어나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섰을 때 레오니는 전에 없이 라디오를 크게 틀었다. 나는 훔친 주스 병을 하나 따서 순식간에 비우고, 하나 더 따서 절반을 케일라의 주스 컵에 따라줬다. 크래커 하나를 케일라에게 건네고, 하나는 내 입속에 밀어 넣었다. 우리는 그렇게 먹었다. 나 하나, 케일라 하나. 나는 바사삭 소리가 나지 않도록 크래커를 혀 위에 올려놓고 눅진거리게 만든 다음 씹어서 삼키면서, 소리 없이 숨죽이고 있었다. 앞좌석의 여자들은 우리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난 이렇게 맛있는 것은 평생 먹어본 적이 없었다.
--- p.133∼134

“어디로 가고 있었습니까?” 경찰이 물었다. 그의 손에는 교통 위반 딱지가 들려 있지 않았고 나는 겁이 났다. 배 속에서 끓어오르던 두려움이 위산처럼 화끈거리며 목구멍을 타고 올라, 위 속으로 천천히 내려가던 봉지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집으로요.” 나는 말했다. “연안으로.”
“어디서 오시는 겁니까?”
“파치먼이요.”
그 순간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데를 댔어야 했다. 그린우드나 이타 베나나 내치즈를. 그러나 벌써 나온 말은 파치먼이었다.
니은 받침을 다 발음하기도 전에 내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 p.230∼231

이제 그의 얼굴은 검은빛이 드리워진 갈색이었다.
“나는 그렇게는 살 수가 없었어. 그래서 도망가기로 했지. 리버가 그 이야기도 해줬어?”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내가 해내지 못한 줄 알았는데.” 리치가 웃었지만 힘없는 쓴웃음이었다. 그러고는 밝은 햇살 속의 새까만 밤처럼 심각한 얼굴이 됐다. “하지만 어떻게 도망갔는지를 모르겠어. 그걸 알아야겠는데.” 그가 차 지붕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리버는 알 거야.”
--- p.255

“오빠는 여기 있지 않지.”
새들이 나무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오빠가 해줄래?”
새들이 부스럭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엄마가 포기하고 있어.”
새들이 짹짹거리며 가지에 앉았다.
“그렇게 해줄래?”
새들이 우리의 머리 위로 훅 내려앉았다. 서로를 보고 재잘거렸다.
“엄마가 원하는 걸 오빠가 줄래?”
레오니는 이제 울고 있었다.
--- p.343∼344

나는 케일라를 안듯이 아빠를 안아줬다. 아빠는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등을 들썩였다. 우리가 그렇게 웅크리고 있는 동안 리치는 점점 더 검어져서 마당 한가운데서 검은 구멍이 됐다. 저 먼 곳, 저 먼 과거의 빛과 어둠까지 전부 집어삼킨 것처럼 새카맣게 타올랐고 이내 사라졌다. 그가 있던 곳에, 아빠와 내가 부둥켜안고 있던 풀밭 위에 부드러운 바람과 노란 햇빛, 꽃가루가 떠다녔다. 꿀꿀, 킁킁, 낑낑 울어대던 동물들도 잠잠해지고 있었다. 고마워요. 동물들이 말했다. 정말, 정말, 정말 고마워요. 그들이 노래했다.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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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민 워드 특유의 명료하며 시적인 문장이 가득한 이 소설은 미국 문학사에 중대한 기여를 한 새로운 대작이다.
- 전미도서재단
2011년에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전작 『바람의 잔해를 줍다』에 비해 야심이 더 크고, 문체는 더 복잡하며, 심지어 더욱 성숙해졌다.
- 『워싱턴포스트』
제스민 워드 같은 시적인 상상력을 지닌 작가가 펼쳐 보이는 이야기에서는 진심 어린 공감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불가능하다.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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