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 팻 시프먼의 책 『애니멀 커넥션』(2011)은 초기의 영감으로 가득 찬 금광 같은 책이다. 시프먼의 최신 저서로 『침입종 인간: 인류의 번성과 미래에 대한 근원적 탐구』(2015, 조은영 옮김, 푸른숲, 2017)가 있다. 이 책은 네안데르탈인에 관한 고고학적 기록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과 현생인류 출현의 시기적 밀접성과 현생인류와 개(늑대)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우리 연구에 도움을 주었다. 시프먼은 현생인류가 개와의 밀접한 관계로 생태학적 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차지했고 (분명히) ‘개가 없었던’ 네안데르탈인을 대체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 p.14
우리는 오늘날 존재하는 개의 수백 가지 ‘품종’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Morris 2001; Spady and Ostrander 2008; Hunn 2013). 그 품종 대부분은 지난 200년 사이에 인간이 만든 것이며, 훨씬 최근에 만들어진 품종도 많다. 미니어처푸들과 페키니즈를 이종교배한 ‘피카푸’처럼, 기존의 품종을 섞어 ‘디자이너’ 도그를 만드는 추세가 최근 들어 번지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인간과 늑대가 공진화 관계를 구축한 결과로 우리가 ‘가축화된 개’라고 부르는 갯과 동물이 만들어진 초기 과정을 논의하는 것이다. --- p.34
늑대의 무리 또는 늑대의 가족 집단은 보통 인간의 확대가족과 똑같은 구성원으로 이뤄진다. 알파 암컷이 있으며 이 알파 암컷의 짝과 다양한 나이대의 새끼들이 있다(Moehlman 1989; Pierotti 2011a; Spotte 2012). 새끼들, 특히 암컷 새끼들은 다 자란 후에 어미가 이끄는 무리에 남는다. 나이가 많은 새끼들은 어린 새끼들을 돌보는 데에 도움을 주면서 무리를 더 크게 키운다. 현대 인간은 일반적으로 일부일처를 실천하면서 사는 유일한 대형 유인원이다. 짝짓기 체계는 환경의 영향으로 창발성을 띠기 때문에, 일부일처 체계는 늑대로부터 얻은 특징이거나 최소한 생태학적 적소가 수렴하여 두 종 모두가 공유하는 특징일 가능성이 높다. 두 종 모두 집단 사냥으로 큰 먹잇감을 잡는 유능한 포식자로서 비슷한 생태학적 역할을 공유한다. 또한 두 종 모두 협력적으로 먹이를 공유하여 이득을 본다. 인간이 늑대의 사회적 전략을 채용한 것은 늑대가 인간의 사회집단에 동화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으며, 이 호혜적인 상황은 많은 문화 전통에서 기록으로 남아있다. 로물루스와 레무스 전설, 『정글북』,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의 많은 이야기가 그 예다(Bettelheim 1959; Itard 1962; Singh and Zingg1966; Lane 1976). --- p.113
슐라이트와 샬터의 2003년 연구가 제안한 모델은, 토머스 홉스의 ‘호모 호미니 루푸스’(Homo homini lupus: “인간에게 인간은 신이자 나쁜 늑대다”[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다른 인간에게 늑대처럼 폭력적으로 행동하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일어난다 뜻-옮긴이])라는 주제 의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Hobbes 1985, Schleidt and Shalter 2003에서 인용). 슐라이트와 샬터는 인간과 갯과 동물 사이의 강한 사회적 유대를 감안하여 “인간에게 인간은 친절한 늑대다. 아니, 적어도 그래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늑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최근 들어 바뀜에 따라 우리에게 생각을 바꿀 기회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가축화된 동물’이 인간이 의도적으로 발명한 결과라는 기존의 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늑대와 인간의 초기 접촉은 실제로 상호적이었으며, 그 뒤에 두 종 모두에게 일어난 변화는 공진화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라는 것이다(Schleidt and Shalter 2003, 58). --- pp.120~121
우리의 논의에서는 서로 별개인 두 가지 질문이 존재한다. (1) 호모 사피엔스는 유라시아로 이동 한 직후에 가축화되지 않은 갯과 동물, 즉 늑대와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했는가? (2) 이 가축화되지 않은 갯과 동물이 언제 그리고 어디서 확실히 가축화됐다고 생각되는 동물, 즉 개로 변했는가? 문제는 연구자들이 확연히 다른 이 두 질문을 결합하거나 융합해 또 다른 세번째 질문으로 만들 때 발생한다. ‘가축화된 개로 쉽게 인식될 수 있는 동물과 관계를 구축한 것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쟁에 부채질을 하는 혼란은 대부분 여기서 시작된다. --- p.151
유럽 혈통을 가진 탐험가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회화된 늑대들과 살고 있다는,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증거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원주민 부족을 방문했던 한 유럽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기서 아주 자세하게 본 인디언의 개는 야생 늑대와 너무나 비슷해서, 숲에서 이런 개를 마주친다면 늑대로 생각해 죽였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Audubon 1960, 520). 초기의 유럽 방문자들은 이 동물이 인간과 같이 살기 때문에, 가축화된 카니스, 즉 개에 대한 유럽인의 개념에 부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대의 학자들도 이런 실수를 저지른다. 유럽인이 글로 기록해둔 자료만을 진짜 증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Pierotti 2011a). 대부분의 학자들은 자신이 공평하다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편협한 문화적 인식 때문에 만들어진 굴레를 넘어서 볼 수는 없는 것이다(Ritvo 2010). --- p.207
적어도 가축화된 개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대부분 논의하지 않는 것은, 유럽 혈통을 가진 사람들의 카니스 루푸스에 대한 집요한 박해 운동(McIntyre 1995; Grimaud 2003; Coleman 2004; Rose 2011; Pierotti 2011a)이 오늘날 가장 수줍고 사회화되기 힘든 늑대만 야생에서 살아남도록 하는 강한 선택을 이끌었다는 사실이다. 이상하게도 모리(2010)나 시프먼(2011, 2015)처럼 개에 관한 논문이나 책을 쓰는 대부분의 학자는, 오늘날의 수줍고 겁이 많은 늑대가 모든 늑대의 전형적인 조상인 것처럼 쓴다. 이 학자들은 그러한 가정에서 시작해 왜 현대의 늑대들이 ‘위험하고’, ‘포악하고’, ‘공격적인’(이 수줍은 동물의 특징을 진정으로 오도하는 표현이다) 존재이며, 대중문화의 많은 부분에서 나타나는 늑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다른 용어들로 표현되는지 설명한다. 대중매체, 특히 영화와 TV에서 늑대는 거의 항상 포악하고 통제가 안 되는 킬러로 나온다. 이런 예는 리암 니슨의 판타지 영화 [더 그레이]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 p.300
과학철학과 과학사회학에서 이미 잘 밝혀진 대로, 과학의 많은 관행은 가치중립적이 아니라 그 관행들이 주장하고자 하는 가치로 가득 차 있다(Hess 1995; Tauber 2009; Pierotti 2011a; Medin and Bang 2014). 같은 종에 속하는 가축화된 형태와 가축화되지 않은 형태, 즉 개와 늑대의 관계에 관한 연구보다 서양의 사회적 가치가 더 강하게 투영된 분야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과 늑대의 상호작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변했다면, 가축화 초기 단계에 인간의 동반자로 선택된 늑대들은 다른 선택압을 받았을 것이고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오늘날 늑대와는 다른 행동 특성을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 역사의 대부분 동안 우리는 늑대와 같이 사냥을 하고, 먹을 것을 공유하고, 심지어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가장 사회화되기 쉬운 개체를 찾아내 상호작용했다.
--- p.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