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크라시는 특별하다. 구성원들의 참여와 정서적 만족을 통해 조직이 어떻게 민주적이면서도 효율적이고 민첩할 수 있는지 손에 잡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수평적 조직을 만드는 것이 리더의 권한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리더의 짐을 함께 나누어 지는 것이며, 그것이 곧 구성원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길임을 알게 해준다. 조직이 탄탄하고 지속 가능하게 스스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시오크라시: 자율경영 시대의 조직개발』은 삶과 일을 둘러싼 환경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힘을 사람들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통치 방식을 알려준다. 이 방식은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자유와 평등을 존중하지만, 민주주의와 달리 다수결 원칙이나 투표, 독재적 리더십에 바탕을 두지 않는다. 소시오크라시(sociocracy)는 각 집단이 지식을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여 동의를 이루는 식으로 공동으로 자치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이 책의 요지다.
소시오크라시는 개념부터가 민주주의와 다른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sociocracy(소시오크라시)는 ‘동료’나 ‘동반자’를 뜻하는 라틴어 socius(소키우스)에서 온 말이다. socius의 결합형인 socio-(소키오-)와 ‘통치’를 뜻하는 -ocracy(-오크라키)를 합치면 ‘서로 친밀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에 의한 통치’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같은 어원 socio-가 ‘~에 관한 연구’를 뜻하는 -ology(-올로기)와 결합해, 사회와 사회집단―하나의 목표, 하나의 목적을 공유하는 사람들―에 관한 연구인 사회학(sociology)의 이름을 짓는 데 쓰였다.
대다수의 조직은 여전히 19세기의 역학 모델을 활용해 설계되고 관리된다. 그러한 조직은 사람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계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부품처럼 다루며 통제하려 든다. 많은 조직이 리더십과 포괄적 의사결정에 관심을 두지만, 그것이 항상 실행되도록 보장하는 피드백 시스템이나 메커니즘은 결여하고 있다. 그들이 놓치고 있는 점은 조직화의 주된 목표, 즉 모든 구성원의 역량을 활성화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통치 구조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같은 일부 통치 체제들은 사적 소유를 없애고 생산을 국가에 맡김으로써 군주제와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바로잡으려 했지만, 국가가 여전히 독재 체제이고 국민 내부에서 자기 조직화를 장려할 능력이 부족한 탓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자치와 자기 조직화와 리더십을 장려함으로써, 소시오크라시는 자유경제를 뒷받침하는 원리와 실천을 발전시키는 자본주의 시장 내에서 작동한다. 소시오크라시는 시장경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경영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소시오크라시는 노동자 소유나 공동소유의 모델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소유의 개념 전체를 재구성하고 주종 관계를 없앤다. 그럼으로써 그것은 강력한 관리에 큰 기대를 걸고 안전한 장기 투자를 바라는 투자자의 요구를 더 잘 충족시킨다. 조직에서 존중받으며 진정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아 의결권을 부여받고 싶은 직원들의 욕구를 한층 잘 충족시킨다. 직원들의 신뢰와 협조, 충성심을 바라는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욕구를 더 잘 충족시킨다. 그리고 리더십을 강화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가 바로 이 책이 말하려는 바이다.
동의, 제1 통치 원리
정책 결정은 동의에 의한다. 동의는 제안된 정책 결정에 이의 없음을 뜻한다. 이의는 부여된 역할과 책임을 완수하는 개인의 능력에 바탕을 두며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책 결정은 이후의 운영 결정과 다른 정책 결정들에 영향을 미친다. 정책 결정에는 비전·사명·목표에 관한 선언문, 인력·시설·재정 자원의 할당, 역할과 책임을 맡을 인물 선출 등이 포함된다.
서클, 제2 통치 원리
서클은 제한된 자치권을 가지고 자기 조직하는 단위로, 자체의 목표와 영역(domain)을 가진다. 서클은 해당 영역 내에서 정책 결정을 내리며 구성원은 지도-실행-측정의 기능을 위임받는다. 서클은 자체의 기록 시스템을 가지며, 서클 내 개발에 관한 계획을 수립한다.
이중 연결(double link), 제3 통치 원리
서클 간의 피드백 루프는 차상위 서클 구성원인 운영장과 선출된 한 명 이상의 서클대표에 의해 형성된다. 지도-실행-측정이라는 순환 과정에서 운영장은 지도 기능을 담당하고, 서클대표는 측정 기능을 담당한다.
소시오크라시는 목표를 향해 조직의 방향을 조정하는 과정에 모두를 참여시킴으로써 최하위층의 무감각, 최상위층의 탈진, 에너지와 정보의 전반적인 소실을 막는다. 자기 조직하고, 제한적 자치권을 가지고 있고, 이중 연결되어 있는 서클들의 네트워크는 피드백 루프와 피드포워드 루프를 직무 과정에 통합시킨다. 그렇게 설계된 구조는 조직의 모든 단위에서 능동적-동적이고 예측에 의한 조향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은 에너지와 정보가 조직 구조에서 ‘아래로’는 물론이고 ‘위로’도 전달되도록 보장한다.
소시오크라시 서클 조직이 있으면 실제로 사이버네틱스의 원리들에 따라 권력을 인도할 기회가 생긴다. 소시오크라시는 그처럼 일종의 방법, 조직화의 과정, 지속적인 구축과 재구축 그리고 해체가 가능한 과정이기도 하다. 소시오크라시는 그 자체로는 ‘빈’ 방법이다. 지지를 받을 만한 모든 견해, 이데올로기, 신념, 방법 등이 그 안에 자리를 잡고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제되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고립화에만 기여하는 것뿐이다. 소시오크라시는 사회적 현실이 항구적이거나 정해진 토대에 고정되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집단을 조직함으로써 ‘객관적’ 실재를 구축할 기회가 탄생한다. 즉, 상호주관적으로 탐구할 기회가 제공된다. 그것은 전제정치를 대체했던 민주정치를 대신할, 우리 사회의 새로운 토대를 제공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