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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2

엄마의 말뚝 2

그때 그 소설-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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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632g | 153*225*30mm
ISBN13 9788984353169
ISBN10 8984353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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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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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길이 떨리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한 말이었다.
“그려서, 살려 주자 고런 말이당가요?”
만석은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대질렀다.
“머시냐, 꼭 그러잔 것이 아니라…….”
“위원장 동무, 혁명완수를 위해서는 과감허게…….”
일부러 목청을 돋우어 분주소장의 말을 흉내내는데, 이상한 낌새를 챘는지 뒤에 서 있던 분주소장이 다가서며 물었다.
“뭣들 하는 게요?”
순간 수길의 얼굴이 굳어지며 만석을 애원하듯 바라보았다.
“저 반동을 얼렁 처단해 뿔자고 헌 말이구만이라.”
만석은 재빨리 대꾸했다. 그러면서, 살았다 싶게 어깨를 늘어뜨리는 수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좋소, 빨리 처단하시오!”
분주소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만석은 대창을 들고 서 있는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세 명은 대창을 꼬나잡고 소나무에 묶여 있는 최 참봉네 손자를 향하여 돌진했다. ---「유형의 땅」

“군관 동무, 군관 선생님,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어머니의 눈의 푸른 기가 애처롭게 흔들리면서 입가에 비굴한 웃음이 감돌았다. 나는 어머니가 환각으로 보고 있는 게 무엇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가엾은 어머니, 차라리 저승의 사자를 보시는 게 나았을 것을.
어머니는 그 다리를 어디다 숨기려는지 몸부림쳤다. 그러나 어머니의 다리는 요지부동이었다.
“군관 나으리, 우리 집엔 여자들만 산다니까요. 찾아보실 것도 없다니까요. 군관 나으리.”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가 어머니에게 육박해오고 있음을 난들 어쩌랴. 공포와 아직도 한 가닥 기대를 건 비굴이 어머니의 얼굴을 뒤죽박죽으로 일그러뜨리고 이마에선 구슬 같은 땀이 송글송글 솟아오르고 다리를 감싼 손과 앙상한 어깨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가엾은 어머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차라리 죽게 하시지, 그 몹쓸 일을 두 번 겪게 하시다니. ---「엄마의 말뚝2」

가야 할 목적이 있다는 것은 어쨌든 고마운 일이다. 로스앤젤레스에 돌아간다 해도 그들을 반겨줄 사람은 없다. 그들이 떠날 때 아무도 전송해 주지 않았듯 그들이 도착한다 해도 아무도 그들을 반겨 주지 않을 것이다.
요세미티 절벽 위에서 굴러 떨어져 죽는다 해도 그들의 시체는 봄이 되어서야 발견될 것이다. 아무도 그들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가졌던 여권 조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은 죽음의 계곡에서도 요세미티에서도 99번 도로 위에서도 죽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죽지 않았다. 99번 도로 위에서 달려가는 차와 부딪쳐 산산조각으로 죽어간다 해도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 어딜 가는 길이었는지, 왜 그 도로 위를 달려가고 있었는지 모를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돌아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침대 위에서 죽는다 해도 그들의 시체는 한 달 뒤에나 발견될 것이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악취의 냄새에 옆방에서 얼굴을 알 수 없는 멕시코인이 부수고 들어오기 전에는. 그러나 죽음을 생각할 이유는 없다. 분노를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죽음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다. 그는 죽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다만 분노했으므로 여행을 떠나왔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그를 분노케 했는가. 무엇이 준호를 두렵게 하며 무엇이 준호에게 끊었던 마리화나를 피우게 했는가. 무엇이 그에게 가족을 버리고 불법 체류자로 남게 한 것일까.
---「깊고 푸른 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1세기에 이르는 우리 현대문학사에서 뚜렷하게 자리매김된 문제작들로서, 소설을 공부하는 문학도들이라면 반드시 거치지 않으면 안될 이정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정호웅(홍익대 교수, 평론가)
체계적인 우리 소설읽기에 나서고자 하는 교양인들과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이 기획 시리즈는 최상의 필독 소설목록을 제공해준다.
이동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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