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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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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668g | 153*225*30mm
ISBN13 9791190427463
ISBN10 11904274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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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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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지금 이 시기는 후반전을 시작하기 전 하프타임이다. 전반전은 당위의 세계였다. 내가 도덕적인 인물은 결코 아니지만, 인생의 전반전은 남들이 고통을 받으며 힘들게 지내는데 모른 척하기가 어려워 그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해보던 시기였다. … 그리고 앞으로는 해야 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작정했다. 자전거 여행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물론 사람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나도 이 여행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바쳤다. 그렇게 해서 돈과 시간을 모아서 한 바퀴 한 바퀴 페달을 돌린다.
--- p.21

현재는 미래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에 지나지 않았다. 그 무수한 디딤돌을 밟고 미래는 항상 저 멀리 달아난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현재가 내 삶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다. 직선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내게는 두 점, 다시 말해 과거와 미래밖에 없었다. 그 두 점을 잇는 선분인 현재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지 못했다.
--- p.143

여행은 매일 이름 모를 항구에 도착하는 것이다. 자전거를 세우고 낯선 거리를 걸으면 오랜 항해 끝에 부두에 내린 선원이 된 듯하다. 선원은 정복자가 아니라 마을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찬 이방인이다. 내일이면 떠날 나그네라는 점에서, 아무리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는 점에서, 호기심만으로 세상을 본다는 점에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다.
--- p.250

그 말 속에 답이 있었다. 그냥 좋기 때문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로키 산맥을 넘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후지어 패스에 오르는 순간 절정의 감격 같은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강렬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부터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됐다.
--- p.284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것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은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기와 속도에 압도돼 좌절하기 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면서 한 바퀴마다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에 비춰볼 때 미국 횡단은 엄청난 성취가 아니다. 자전거 타기는 긴 거리를 달려서가 아니라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삶의 한 방법이다.
--- p.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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