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면서 내 인생의 경로는 달라졌다. 극적으로 변했다기보다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후 여러 해 동안 훈련을 거치면서 새로운 통찰을 이어갔고, 생각을 더 가다듬게 되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던 시절 경험한 모든 사건들은 이 책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 「서문」중에서
인에이블러로서 힘겹게 여러 해를 지내는 동안, 나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삶은 내가 예상한 대로 풀리지 않았다. --- 첫 문장
나와 같은 사람들은 아주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책임을 대신 떠맡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 말이다. --- p.24
나 자신이 친절하고 관대하고 다정한 엄마라고 생각하며 지내온 여러 해 동안, 나는 존이 외부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행동 패턴을 굳혀가도록 조장했다. 존은 사랑스러운 아이였기에, 나는 아이의 특이한 행동을 너무나 쉽게 눈감아주었고 용서해주었다. --- p.62
나는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기를 바랐다. 내 자존감은 거기에 달려 있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어떤 때는 의식적으로, 남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 있으려고 내 삶의 상황을 조종했다. --- p.78
니나는 내가 옆에 있으면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큰 상처를 입었다! 다른 부모들도 그렇듯이 나는 내 아이들이 스스로를 자신만만하고 유능하다고 느끼며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바깥세상의 고충 거리에서 딸을 보호하려고 애쓰며 오랜 날들을 보내온 것이다. --- p.96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들은 종종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쳐서라도 피하려고 노력했던 ‘변화’에서 오곤 한다. --- p.128
다행히도 우리는 온 인생을 단번에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한 번에 하루를 살면 된다. 매일매일이 다음 날을 위한 연습이다. --- p.135
우리는 완벽할 필요도 없고, 초인적 영웅이 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나는 오늘도 자식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몇몇 부모를 만났다. 그들은 자신을 쏙 빼닮은 자녀가 혹여나 자신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노심초사한다. 곤란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자녀가 나아갈 길을 정해놓고 그 길로만 가라고 요구한다. 자녀가 요구에 따르지 않는 경우 아이를 책망하거나 협박하며, 교묘한 조종 행위를 통해 결국에는 아이를 부모가 정한 길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자녀는 부모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존재로 전락하며, 최종적으로 부모는 자신이 그토록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곤란’을 기어이 자녀에게 듬뿍 전수하게 된다. 인에이블러-의존자의 관계는 비단 부모-자녀 간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망치는 존재, 인에이블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인정이다. 혹시 자신이 인에이블러라 생각한다면, 책 속의 저자가 안내하는 길로 따라가보길 바란다. 때론 깊은 슬픔이 찾아오겠지만, 그 길의 끝에는 분명,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