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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20년 08월 10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296g | 135*205*20mm |
| ISBN13 | 9788933707760 |
| ISBN10 | 893370776X |
간추린 대한민국 정치사
김영명 저
|
일조각
|
2020년 0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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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은 35년에 걸친 일본 제국주의의 핍박 속에서 마침내 해방되었다. 그러나 통일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두 개의 적대적인 나라로 쪼개지고 말았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독립을 쟁취하지 못하고 강대국들이 해방을 가져다주었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민족 분단은 여러 국내외적인 요소가 결합하여 이루어졌다.
--- p.11
이 정권의 통치 구조는 가부장주의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승만 개인에 의해 지배되고 이승만의 개인적 특질에 의해 좌우된 정권 구조였다. 후기에 이승만이 늙어 자유당 과두 세력이 실제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으나, 그들은 여전히 이승만에게 개인적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자유당 과두 세력은 이승만 개인의 흥망에 정치 생명을 걸고 있었다. 이승만과 부하들 사이에는 충성과 은덕, 혹은 물질, 지위의 보상이 교환되는 일종의 후원-피후원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 p.46~47
4·19는 해방 이후 한국에 도입된 한국 민주주의가 이승만의 개인적 통치로 시들어 가던 현실에서 이를 되살릴 기회를 제공하였고, 더 나아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힘으로 집권자를 교체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또 이러한 성공이 이후 독재 권력 앞에서 민주화 투쟁이 끊임없이 지속되게 한 중요한 정신적 원동력이었고 역사적 교훈이자 정치적 토대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4·19운동의 정치사적 의미는 지대하다고 하겠다.
--- p.62~63
민주당 정부의 혼란 속에서 군 장교들이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였다. 5·16쿠데타였다. 이로써 고려조의 무신 통치가 끝난 이후 우리나라에서 수백 년 동안 지속되었던 민간 우위의 정치 질서가 파괴되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 파행을 거듭한 권력 구조가 강한 물질적 토대를 갖춘 권위주의 통치로 정착되게 되었다. 민간 사회에 대해 힘의 우위를 지켰으나 정책적으로 취약했던 국가는 강력한 군부 통치자의 등장과 기술 관료의 성장으로 자율성과 능력을 함께 갖춘 강성 국가로 변모하였다.
--- p.77
유신 체제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탄압적인 정치 체제였다. 정치적 자유가 말살되다시피 하였고, 일인 장기 집권 체제가 보장되었으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헌법 자체에 대한 언급조차 금기 사항이 되었다. 국민들은 각종 권리를 억압받았고 정치 과정은 질식하였다. 집권자는 이를 통일 여건의 조성을 위한 효율적인 체제이며 한국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하였다.
--- p.101
박정희가 피살되자 한국에는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였다. 그러나 민주화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민주화 세력과 권위주의 군부 세력의 힘겨룸에서 민주화 세력이 패배하였기 때문이었다. 민주화 세력은 유신 기간 동안 성장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군부 세력을 축출하기에는 그 힘이 모자랐다.
--- p.125
1988년 2월 공식 출범한 노태우 정부는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그리고 군사 정권에서 민간 정권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닌 정부였다. 노 정부의 출범으로 한국 정치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 변환을 경험하게 되었다. 한국 정치는 민주 절차를 회복하여 의회와 정당 정치가 활성화되었다. 언론, 집회, 결사의 기본적인 자유도 상당히 보장되었으며,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등 인권 침해도 크게 줄어들었다. 대통령 직선제가 정착되어 국민이 비교적 공정한 절차를 통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게 되었다. --- p.147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된 민주화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심화되었다. 김영삼 정부는 군부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함으로써 민간 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았고, 김대중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그러나 한계도 있었다. 그 민주화는 대중의 적극적 참여나 분배 구조의 개선보다는 권력과 돈이 엘리트 중심으로 집중되는 보수적인 성격을 띠었다. 그런 상황이 계급들 사이, 또 계급과 국가 사이의 대결을 불러와 한국 정치는 혼란을 겪었다. 그뿐 아니라 흔히 ‘3김 정치’로 일컬어진 지역 붕당 체제가 확립되어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와 ‘제왕적’인 일인 통치의 모습을 보였다.
--- p.165
이렇게 보면 한국 정치에서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를 편갈라 대결을 펼치는 것이 어느 정도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그 이념적 거리가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보수와 진보 어느 쪽이 집권하더라도 한쪽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펼칠 수 없는 형편이다. 앞으로 한국 정부의 정책 성향은 중도 우파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이념적 거리보다 더 큰 갈등의 요인은 역시 작은 차이도 조화시키지 못하는 타협 미숙과 통합적 지도력의 부재이다. 그리고 정서적인 휩쓸림이다. 정치권과 엘리트, 일반 대중 모두 마찬가지이다. 우리 정치에 당장 필요한 것은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소할 정치 문화와 제도의 성숙이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에서 그렇다.
--- p.11
이 정권의 통치 구조는 가부장주의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승만 개인에 의해 지배되고 이승만의 개인적 특질에 의해 좌우된 정권 구조였다. 후기에 이승만이 늙어 자유당 과두 세력이 실제 권력을 행사하게 되었으나, 그들은 여전히 이승만에게 개인적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자유당 과두 세력은 이승만 개인의 흥망에 정치 생명을 걸고 있었다. 이승만과 부하들 사이에는 충성과 은덕, 혹은 물질, 지위의 보상이 교환되는 일종의 후원-피후원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 p.46~47
4·19는 해방 이후 한국에 도입된 한국 민주주의가 이승만의 개인적 통치로 시들어 가던 현실에서 이를 되살릴 기회를 제공하였고, 더 나아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힘으로 집권자를 교체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또 이러한 성공이 이후 독재 권력 앞에서 민주화 투쟁이 끊임없이 지속되게 한 중요한 정신적 원동력이었고 역사적 교훈이자 정치적 토대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4·19운동의 정치사적 의미는 지대하다고 하겠다.
--- p.62~63
민주당 정부의 혼란 속에서 군 장교들이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였다. 5·16쿠데타였다. 이로써 고려조의 무신 통치가 끝난 이후 우리나라에서 수백 년 동안 지속되었던 민간 우위의 정치 질서가 파괴되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뒤 파행을 거듭한 권력 구조가 강한 물질적 토대를 갖춘 권위주의 통치로 정착되게 되었다. 민간 사회에 대해 힘의 우위를 지켰으나 정책적으로 취약했던 국가는 강력한 군부 통치자의 등장과 기술 관료의 성장으로 자율성과 능력을 함께 갖춘 강성 국가로 변모하였다.
--- p.77
유신 체제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탄압적인 정치 체제였다. 정치적 자유가 말살되다시피 하였고, 일인 장기 집권 체제가 보장되었으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헌법 자체에 대한 언급조차 금기 사항이 되었다. 국민들은 각종 권리를 억압받았고 정치 과정은 질식하였다. 집권자는 이를 통일 여건의 조성을 위한 효율적인 체제이며 한국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하였다.
--- p.101
박정희가 피살되자 한국에는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는 듯하였다. 그러나 민주화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민주화 세력과 권위주의 군부 세력의 힘겨룸에서 민주화 세력이 패배하였기 때문이었다. 민주화 세력은 유신 기간 동안 성장하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군부 세력을 축출하기에는 그 힘이 모자랐다.
--- p.125
1988년 2월 공식 출범한 노태우 정부는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그리고 군사 정권에서 민간 정권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닌 정부였다. 노 정부의 출범으로 한국 정치는 처음으로 선거를 통한 정권 변환을 경험하게 되었다. 한국 정치는 민주 절차를 회복하여 의회와 정당 정치가 활성화되었다. 언론, 집회, 결사의 기본적인 자유도 상당히 보장되었으며,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등 인권 침해도 크게 줄어들었다. 대통령 직선제가 정착되어 국민이 비교적 공정한 절차를 통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게 되었다. --- p.147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된 민주화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심화되었다. 김영삼 정부는 군부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함으로써 민간 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았고, 김대중 정부는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그러나 한계도 있었다. 그 민주화는 대중의 적극적 참여나 분배 구조의 개선보다는 권력과 돈이 엘리트 중심으로 집중되는 보수적인 성격을 띠었다. 그런 상황이 계급들 사이, 또 계급과 국가 사이의 대결을 불러와 한국 정치는 혼란을 겪었다. 그뿐 아니라 흔히 ‘3김 정치’로 일컬어진 지역 붕당 체제가 확립되어 한국 정치는 지역주의와 ‘제왕적’인 일인 통치의 모습을 보였다.
--- p.165
이렇게 보면 한국 정치에서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를 편갈라 대결을 펼치는 것이 어느 정도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그 이념적 거리가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보수와 진보 어느 쪽이 집권하더라도 한쪽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펼칠 수 없는 형편이다. 앞으로 한국 정부의 정책 성향은 중도 우파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이념적 거리보다 더 큰 갈등의 요인은 역시 작은 차이도 조화시키지 못하는 타협 미숙과 통합적 지도력의 부재이다. 그리고 정서적인 휩쓸림이다. 정치권과 엘리트, 일반 대중 모두 마찬가지이다. 우리 정치에 당장 필요한 것은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소할 정치 문화와 제도의 성숙이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에서 그렇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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