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빈둥대던 시절, 트위터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통계학자인 히로무는 팔로워를 모으는 데 천재적이었습니다. 일반인의 팔로워 수는 많아야 1~2천 명 수준일 텐데 그는 당시 팔로워 수가 50만 명이나 됐습니다. 이 엄청난 숫자에 궁금증이 생긴 저는 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히로무는 팔로워는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모인다는 걸 이론적으로 설명해줬고, 우리는 거기에 상당히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 팔로워를 늘리려면 일단 데이터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트위터의 API를 사용해 나의 팔로워가 누구인지, 내 글이 누구에게 리트윗되었는지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것이 저의 데이터 분석의 시작입니다.
--- pp. 29~30, ‘트위터를 하다 데이터 분석의 세계를 만나다’ 중에서
저는 지금까지 이른바 ‘국경 없는 엔지니어’로 35개국을 돌아다니며 전 세계를 누볐습니다. 총 이동 거리로는 약 135만㎞, 지구를 34바퀴 정도 돌은 꼴입니다. 방문한 나라는 북미, 중남미, 아시아, 중동, 동유럽, 서유럽, 아프리카, 거의 전 세계 모든 나라입니다. 인프라와 관련된 일을 하면 전 세계 곳곳에 할 일이 있어서 좋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개발 도상국, 앞으로 공업화가 진행될 나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인프라 계열 회사에 들어가면 틀림없이 그 나라에 갈 기회가 있을 겁니다.
--- p. 113, ‘국경 없는 엔지니어로 세계를 돌다’ 중에서
OECD나 UN, 세계은행도 지금은 토론 면접으로 채용을 결정합니다. 영어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하면 면접에는 4, 5명의 면접관이 참석합니다. 면접관 5명이 각자 다른 각도의 질문을 하고, 답변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식입니다. 탁구공을 주고받듯 다이얼로그 식으로 토론이 진행됩니다. 여기서는 디스어그리를 건설적으로 할 수 있는지와 상대방에게 자기 의견의 요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 p. 139,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에서
그러면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저는 왜 국제 협력 일을 하고자 했을까요. 「호텔 르완다」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 … 중학교 때 이 영화를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사히신문의 국제면에 관련 기사가 아주 작게 실렸습니다. 그 작은 기사 안에 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었다는 사실이 쓰여 있었지요.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며 저는 크게 동요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며, 일본에서는 왜 이렇게 관심이 없는가에 충격을 받고 ‘빈곤’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개발 도상국의 빈곤에 관심을 두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p. 183, ‘국제 협력을 지망하게 된 계기’ 중에서
‘나는 대체 누구지?’ 여러 가지 질문들로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계속 ‘나는 무슨 일을 할까’만 생각해왔기에 안전보장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고, 그래서 싱크탱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죠. ‘나는 대체 누구인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세계는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했어야 했는데…’ 겨우 이틀 동안의 일이었지만 그때까지 생각해 왔던 모든 것이 모조리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완전히 백지로 되돌려보자’는 생각에 저는 박사 과정에 진학하지 않고 일본으로 돌아와 백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 pp. 211~212, ‘백수가 되다, 아무것도 아닌 나’ 중에서
당시에는 ‘나는 바로 독립할 거야’, ‘모두를 단숨에 제쳐 주겠어’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대학원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지 못했었는데 분명 사회인이 되면 고쳐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제 친구들 가운데도 늦잠꾸러기가 많았지만, 은행 같은 곳에 입사하고는 늦잠 자는 버릇이 말끔히 사라졌으니까요. ‘그렇다면 나도 고쳐지겠지’ 하고 기대했는데 전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입사한 설계 사무소에서는 저를 계속 가짜 도쿄대생이라고 불렸습니다. 약간의 좌절을 맛봤습니다.
--- p. 272, ‘내가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중에서
원숭이 연구라고 하면 원숭이가 생식하는 현장에 연구하러 가는 것입니다. 그곳에 가서 매일 원숭이를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원숭이가 먹는 것을 따라서 먹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위장이 강해야 합니다. 체력이 강한 녀석들은 한 달 동안 원숭이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마음은 이미 원숭이입니다. 원숭이가 다다닥 달려서 벼랑에서 탁 소리를 내며 건너편까지 뛰면 현장 연구를 나간 친구도 마음은 이미 원숭이여서 같이 뜁니다. 그러고는 공중에서 ‘아, 나는 사람이었지!’ 하고 벼랑에서 떨어집니다. 다치거나 골절상을 입고 돌아옵니다. 그래도 재밌다고 말합니다. --- … 예민하고 금방 배탈이 나는 저 같은 사람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 pp. 294~295, ‘이학부에 들어갔지만 재능이 없었던 실험 과학자’ 중에서